국방위 ‘北로켓’ 네탓공방부터

  • 입력 2009년 4월 6일 02시 53분


한나라 “PSI 전면 참여로 北에 강경대응해야”

민주 “몰아붙이기 정책 남북관계 더 악화시켜”

28조9000억 원의 추가경정예산안과 민생법안 처리 등 할 일이 첩첩이 쌓여있는 4월 임시국회가 초반부터 삐걱거릴 조짐을 보인다.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 정치권을 강타한 데다 5일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로 4월 국회에서 안보 문제가 정치권의 큰 쟁점으로 부상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여기다 여야 지도부의 관심은 4·29 재·보궐 선거에 쏠려 있어 4월 임시국회가 예정대로 굴러갈지 의문이라는 얘기가 많다.

이번 주에 정치(6일), 외교·통일안보(7일), 경제(8, 9일), 교육·사회문화(10일) 등 5개 분야에서 국회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 있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계기로 당장 안보정책을 둘러싸고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날선 공방이 예상된다. 유엔안전보장이사회를 중심으로 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 안이 조만간 가시화할 것으로 보여 여야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5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나라당은 정부에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전면 참여’와 300km로 제한된 한국의 미사일 사거리 확대를 위한 한미 간 협의를 요구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핵심 당직자는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가 윤곽을 드러내면 한국은 곧바로 PSI에 전면 참여하기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안다”며 “미사일 사거리를 늘리는 문제도 외교부와 국방부가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 의원들은 “이명박 정부가 강경 일변도의 대북정책을 펴면서 남북관계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난했다. 따라서 북한 로켓 발사의 후폭풍으로 4월 임시국회가 요동을 칠 가능성이 있다.

검찰의 ‘박연차 리스트’ 수사도 4월 국회운영의 큰 변수다. 검찰 수사가 박 회장의 입에 상당 부분 의존하는 상황이어서 검찰 수사의 불똥이 여야 어디로 튈지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연차 리스트 수사에 이어 정대근 전 농협중앙회장의 리스트에 대한 수사도 뒤따를 것이라는 설이 정치권에 퍼지면서 여야 의원들이 잔뜩 얼어붙어 있다. 한나라당은 성역 없는 수사를 강조하면서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전 정권 실세들의 도덕성 문제를 정면으로 공격할 태세다. 반면 민주당은 박연차 사건, 제2롯데월드 신축 허가, 청와대 행정관의 성상납 사건을 이명박 정부의 3대 부패 스캔들로 이름 짓고 대여(對與) 압박 카드로 활용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작 여야가 4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한 각종 민생법안이 뒷전으로 밀리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비정규직 법안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농협의 지배구조 개선에 관한 농협법, 주공-토공 통합법 등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다뤄야 할 주요 쟁점 법안이다. 그러나 현재와 같은 상황에선 이번 주 대정부 질의가 끝난 뒤 상임위원회 활동이 제대로 이뤄지겠느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없지 않다. 한나라당 주호영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이 참석하지 않아도 상임위를 열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나라당이 일방적으로 상임위를 열 경우 물리적 저지도 불사할 방침이다.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 北 로켓 발사 여야 반응

▼한나라 “중대한 범법행위” 민주 “과잉대응 말아야”▼

이명박 대통령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결과를 설명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6일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민주당 정세균 대표,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 등 여야 3당 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조찬 회동을 열기로 했다. 그러나 여야는 상황 인식 및 정부의 대응 방침에 견해차를 드러내고 있다.

박희태 대표는 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북한이 또 유엔 결의를 위반하는 중대한 범법 행위를 저질렀다”며 “주민의 식량 문제도 해결하지 못하면서 3억 달러나 들여 인공위성 한 발을 발사하는 지각 없는 행동을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공성진 최고위원은 “300km 이내로 돼 있는 우리나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의 개발제한을 해제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회창 총재는 이날 긴급 당5역 회의에서 “북한에 대한 제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과 미사일방어(MD) 체제에 참여해 국제공조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정세균 대표는 “(로켓 발사는)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를 저해할 것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면서도 “정부는 과잉 대응하지 말고 사태를 정확하게 분석해 한반도 평화와 안정에 기여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국회 국방위원회는 5일 국회에서 긴급 전체회의를 열고 대북 규탄 결의안을 채택했다.

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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