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임태희’… 與정책의장 10개월 돌아보니

  • 입력 2009년 3월 18일 03시 00분


추경-금융정상화 현안마다 고군분투

글로벌 위기 신속대처에 호평 뒤따라

“사안별 임기응변 대응 한계” 지적도

“고군분투(孤軍奮鬪)하고 있다.”

요즘 한나라당 임태희 정책위의장(사진)을 두고 주변에서 하는 말이다. 박희태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와 같은 당 의원들이 ‘3월 휴가’를 즐길 때도 그는 휴가는 꿈도 못 꿨다. 추가경정예산과 금융정상화 방안 등 시급한 현안에 파묻혀 한마디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

휴일인 15일 그는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들에게 비정규직 법안에 대한 당의 방침을 알렸다. 2월 국회 후 처음 맞은 일요일인 8일에도 그는 여의도로 출근했다. 정책위 실무자들과 추경 관련 협의를 하기 위해서였다. 작년 6월 새로 산 제네시스 승용차 미터기는 벌써 3만 km를 가리키고 있다.

한나라당 집권 첫해 정책위원회를 이끌었던 임 의장.

5월이면 1년 임기가 끝난다. 그에게는 경제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경제통 정책위의장이었다는 호평이 뒤따른다. 하지만 정책 정당으로 당의 체질을 바꾸는 데는 한계를 보였다는 평가도 없지 않다.

▽위기 대응력은 합격점=임 의장은 작년 6월 여당 정책위의장으로서는 이례적으로 경제위기론을 제기했다.

그는 기자간담회에서 “외환위기 당시의 상황과 비슷하게 흘러가는 조짐이 몇 가지 있다”고 얘기했다. 당시만 해도 외환위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었다. 더욱이 여당 정책위의장으로서 경제 위기를 운운하는 것에 대해 뒷말이 많았다.

언론과 정부는 그를 ‘무책임하다’고 비난했다. 청와대 일각에서도 “여당 정책위의장이 시장을 흔드는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임 의장의 한 측근은 “당시 너무 많이 두들겨 맞았다. 생각하기도 싫다”고 돌아봤다. ‘불행하게도’ 임 의장의 경고는 그대로 들어맞았다.

지난해 9월 미국 리먼브러더스 사태가 터졌을 때다. 그는 시중은행에 대한 조기 자본 확충을 주장했다. 정부는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린다”며 난색을 보였다. 하지만 수개월이 지난 지난주에야 당국은 임 의장의 제안을 전면 수용했다.

그는 행정고시 24회로 옛 재정경제부에서 산업경제과장을 지낸 관료 출신이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으로 정계에 뛰어든 임 의장은 “그들(정부)은 수치로 반대했지만 나는 감으로 밀어붙였다”고 말했다. ‘친정’의 안이함을 질타한 것이다.

▽원칙과 현실의 괴리=임 의장은 이명박 대통령이 대선후보이던 2007년 비서실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그는 친이(親李·친이명박) 신주류의 핵심으로 통한다.

하지만 이 대통령의 측근이라는 점은 집권 여당 정책위의장에게 오히려 족쇄였다는 평가도 있다. 청와대 입김이 당에 그대로 전달되면서 당정청의 삼각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지역의 한 의원은 “입법 전쟁 때 청와대에 떠밀려 당이 성안(成案)도 안 된 법을 밀어붙이다 국회가 마비된 측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원칙의 문제도 제기한다. 여론의 지지가 높았던 공기업 개혁을 제대로 이끌어 내지 못했다. 또 신용카드 수수료 규제 방안 등은 시장친화적이라기보다는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측면이 없지 않았다는 것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집권 1년차에 밀어붙였어야 할 과제가 많았지만 관료들의 논리를 극복하지 못했거나 경제위기로 어쩔 수 없이 타협한 면도 없지 않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임 의장이 집권 여당의 최고 정책결정자로서 보여준 노력과 현장을 중시하는 정책 방향은 평가절하하기 어려울 듯하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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