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억류’비난 피하며 南南갈등 유도

  • 입력 2009년 3월 17일 02시 57분


공단 비우기로

입주기업 압박

남측 쥐락펴락

16일 개성공단 남측 인원의 귀환만을 제한적으로 허용한 북한의 ‘반쪽짜리’ 통행 재개 조치는 정부가 예상치 못한 것이었다. 인력의 추가 유입은 차단하고 유출은 전면 허용하는 조치는 필연적으로 ‘공단 비우기’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정부 당국자는 “한국 내에서 ‘인질극’에 비유되는 한국인 억류 상태를 줄여 외부의 비난을 피하고 기업 활동 중단 위기에 놓인 기업인들로 하여금 한국 정부를 압박하도록 하려는 전술인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 같은 북한의 조치에 정부는 최악의 상황이 닥친 것은 아니라며 일단 안도하는 모습이다. 우리 국민이 언제든지 원하는 때 공단을 나올 수가 있다면 ‘자국민 억류 상태’를 적극적으로 해소하라는 여론의 부담은 덜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보수 진영을 중심으로 자유로운 통행을 전제로 만들어진 개성공단의 운명을 쥐락펴락하는 북한에 마냥 끌려만 다녀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쏟아져 나오고 있다.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는 이날 “북한에 (출입통제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한 뒤 이에 불응할 때는 개성공단 사업을 폐쇄하고 모든 진출기업을 철수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납북자가족모임 등 6개 보수 단체도 “국민의 안전 대책이 없는 대북사업을 전면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 일각에서도 이번 사태를 지난해 7월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때처럼 반북 여론이 확산되는 계기로 보는 듯한 기류가 없지 않다. 차제에 정리할 것은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강경론도 흘러나온다.

하지만 일부 개성공단 기업인들이 북측의 귀환 허용에도 불구하고 이날 개성에 자진해 남기로 결정함에 따라 정부는 대응책 마련을 위해 더욱 복잡한 고민을 할 수밖에 없게 됐다.

정부 관계자들은 “만약 북한이 16일부터 통행을 허용하더라도 우리 기업들이 다시 억류될 것을 우려해 방북 인원을 줄일 것”이라고 예상했을 뿐 남측 인력의 ‘자진 억류’라는 상황 전개는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북한이 20일 이후 개성공단 통행을 정상화하더라도 언제 억류 상태가 재발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과연 정상적인 공단 운영이 가능한가’라는 근본적인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아야 하게 됐다.

정부는 모든 옵션을 열어둔다는 방침이지만 개성공단을 우리 쪽에서 먼저 포기하는 방안은 지금으로선 검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당장 공단에 투자한 업체들의 줄도산 사태가 발생하고 그 책임이 정부에 돌아오는 상황으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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