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두번째로 큰 규모 철통보안 속 첫 공개
北주파수 추적해 교란… 연내 수출
‘대한민국의 하늘을 지켜낼 국군 전투기를 보호하라.’
최근 북한의 국지전 도발 가능성에다 ‘대포동 2호’의 발사 계획이 알려지면서 사태 발생 시 초기 대응에 나설 국군 전투기의 작전수행력과 함께 전투기를 보호할 첨단 장비의 중요성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방위산업체인 LIG넥스원은 최근 국군 전투기가 북한의 미사일과 대공포 공격을 뚫고 무사히 공중전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외장형 전자방해장비’(모델명 ALQ-200)를 국산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 장비는 전투기 하단에 부착돼 적이 발사한 미사일에서 나오는 전파를 탐지하는 즉시 방해(기만) 정보를 쏘아 미사일을 교란하며 전투기를 보호하는 최신형 전자무기다.
국내 언론으로는 처음으로 지난달 27일 경북 구미시에 있는 LIG넥스원의 ALQ-200 생산·개발 공장을 찾았다.
○ 북한군 사용 주파수 맞춰 시험
LIG넥스원의 구미공장은 핵심 방위산업체답게 회사 관계자들이 극도로 말을 아끼는 등 보안에 부쩍 신경을 썼다. 철저한 몸수색과 X선 소지품 검사를 마친 뒤에야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가장 눈길을 끈 것은 폭 24m, 높이 12m의 밀폐시설 ‘전자파 무반향 시험장’. 무려 2000여 개에 달하는 흑연 재질의 피라미드형 물체가 바닥부터 천장까지 모든 벽면을 가득 메워 장관을 이뤘다.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규모다.
이 물체는 외부 전파를 완전히 차단하는 ‘흡수체’로 기자가 시험장 안에 들어서자마자 갖고 있던 휴대전화는 불통이 됐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정확한 전파측정을 위해 외부 전파를 완전 차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흡수체들 사이에서 ALQ-200이 천장 중간까지 끌어올려진 가운데 빙빙 돌고 있었다. 시험장 양 측면에서 막대기 모양의 빔(Beam)들이 가상 적군의 미사일 전파를 쏘면 ALQ-200이 얼마나 빨리 이를 감지해 대응하는지를 측정하는 것.
시험장에서 사용하는 미사일 전파는 북한군이 실제 지대공 미사일에 사용하는 주파수로 맞춰져 있다. 회사 관계자는 “북한군 미사일의 주파수가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ALQ-200 실험도 매번 업그레이드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온갖 극한 조건 통과해야 군 납품
생산공장에 들어서자 마치 반도체 공장의 ‘클린룸’처럼 전자기판 보호를 위해 정전기 방지용 덧신을 신었다.
LIG넥스원 구미공장은 42만 m²(12만7000여 평)의 용지에 1200여 명의 생산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연면적 16만 m²(4만8000여 평) 크기의 공장은 품질 검사를 담당하는 ‘통합 환경 시험장’을 갖춰 생산부터 검증까지 원 스톱 서비스가 이뤄지고 있었다.
이 중 눈길을 끈 건 마치 거대한 전자레인지처럼 생긴 ‘극성온도장비’.
각종 전자무기를 장비 안에 넣고 섭씨 영하 70도부터 영상 100도까지 극한의 온도에 연속으로 노출시켜 성능을 테스트하고 있었다. 8번에 걸쳐 총 56시간을 견뎌낸 무기만 군납품이 가능하다.
이 밖에 전투기에 장착되는 전자장비는 10만 피트(약 3만480m) 상공에 해당하는 조건에서도 성능을 유지하는지를 측정하는 고도시험을 거쳐야 하며 진동, 습도시험 등도 받아야 한다. 이 모든 검사과정은 국방부 산하 국방기술품질원이 직원을 파견해 직접 감독하고 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현재 KF-16 전투기의 절반가량이 독자 기술로 생산된 ALQ-200을 장착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장비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미=김상운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