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습 정당화 위해 공식 국가수반에 오를수도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6일 03시 00분



후계자 권력장악 쉽도록 헌법 개정 가능성

“경제가 중요”… 군부대보다 산업시찰 많아져

생모 고향 함북회령 방문… 미사일 관련 주목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예고 성명으로 전 세계가 떠들썩했던 24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은 생모 김정숙의 고향인 함북 회령을 방문했다. 북한의 1인자가 된 뒤 첫 방문이다.

어떤 의미일까. 생모의 동상 앞에서 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미사일에 관심이 쏠리면서 정작 북한이 미사일 발사로 자축하려는 ‘김정일 3기 체제’는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 달 남짓 앞으로 다가온 북한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전체회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본다.

∇헌법 개정 이뤄질까=북한 대의원 선거는 5년에 한 번 실시된다. 올해 대의원 전체회의에서 후계자를 위한 ‘법적 인프라’를 구축해놓지 않으면 김 위원장은 2014년까지 기다려야 할 수도 있다. 그때 나이는 72세. 너무 늦다.

따라서 이번에 후계자의 권력 장악을 위한 헌법 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이 유지해야 할 직책과 후계자에게 넘겨줘야 할 직책을 구분지어 놓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그동안 ‘선군정치’에 눌려 위축됐던 당과 내각에 권한을 더 부여하고 과도했던 국방위원회 권한을 조절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후계자 세습의 정당성을 위해 김 위원장이 공식 국가수반으로 나설 가능성도 크다. 북한은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81)이 헌법상 국가원수이기 때문에 아버지와는 달리 ‘헌법상 수령’이 아닌 김 위원장이 후계자를 임명한다는 것은 법리적으론 모순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김 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권한을 강화한 뒤 자신이 직접 상임위원장에 취임할 수도 있다. 이 경우 김 위원장은 후계자에게 권력을 넘기면서도 권력 전반에 대한 통치력을 유지할 수 있다.

∇경제 중요성, 얼마나 반영될까=김 위원장의 3가지 주요 직책은 노동당 총비서, 국방위 위원장, 군 최고사령관. 1998년 1기 체제를 열면서 김 위원장은 주석제를 폐지하고 국방위 기능을 강화하며 당과 군을 장악했다. 그러나 대외적 국가수반인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내각의 수장에는 딴 사람을 앉혔다.

이는 대외 활동과 경제 파탄의 책임에서 벗어나면서도 당과 군을 장악해 체제를 유지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2기에도 이 시스템은 유지됐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경제는 제자리인데 군부대만 돌아다니는 김 위원장에 대한 비난이 고조되고 있다. 후계 문제를 위해서도 경제의 중요성은 커지고 있다. 이를 감안한 듯 김 위원장의 현지 시찰 ‘주 무대’가 최근에는 군부대에서 경제 분야로 옮아가고 있다.

∇철저한 준비작업=김 위원장이 3기 체제를 공을 들여 준비하고 있다는 징후는 곳곳에서 포착된다.

5년 주기에 맞춰 지난해 7, 8월에 열렸어야 될 최고인민회의 대의원 선거가 반년 이상 미뤄졌다는 것이 그 방증. 몇 개월 전 발표됐어야 할 선거 일정이 8월 와병설 이전에도 발표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선거는 김 위원장이 자신의 건강과 상관없이 선거 시기를 늦췄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또 지난해 말부터 올해 1월 사이 진행된 내각의 대폭 물갈이, 2월의 군 수뇌 전면 교체 등도 3월 선거에 맞춰 단행됐다. 나아가 김 위원장은 3기 체제 개막을 위해 대포동 2호라는 ‘축포’까지 준비해놓은 상태다.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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