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상임위 26일까지 결론내라”

  • 입력 2009년 2월 24일 02시 58분


“안되면 국회법 절차대로”… 회기 8일 남기고 직권상정 압박

金의장 동조 분위기… 민주 ‘저지 비상상황실’ 구성

한나라 일각 “지도부 정치력 부재로 또 戰雲” 지적

2월 국회 종료일이 다음 달 3일로 다가옴에 따라 쟁점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의 전운이 짙어지고 있다. 여당 지도부는 야당과 김형오 국회의장을 압박하며 직권상정 카드를 다시 빼들었다.

▽직권상정 압박=한나라당 홍준표 원내대표는 23일 오전 주요 상임위원장실에 본인 명의의 ‘17대 국회 심사기간 지정 사례’ 보고서를 돌렸다. 심사기간 지정은 국회의장이 법안 직권상정을 하기 위한 전 단계 조치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17대 국회에서는 정기간행물법과 종합부동산세법 등 20개 법안이 심사기간 안에 처리되지 않아 의장이 직권상정했다. 또 해당 상임위를 거쳐 법제사법위원회에 올라온 법안도 9건이 직권상정됐다.

한 당직자는 “각 상임위원장에게 의장 직권상정을 요청하도록 독려하고 김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홍 원내대표는 이날 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가 지난달 6일 쟁점법안 처리와 관련한 합의사항 이외에 암묵적인 약속을 한 게 있으며, 신의를 지켜주리라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서도 “모든 상임위는 늦어도 26일까지 결론을 내달라”고 당부했다. 홍 원내대표는 “안 되면 국회법 절차로 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홍 원내대표는 지난주 당내 개혁성향 의원 모임인 ‘민본21’과 만나 “여러분이 직접 의장에게 직권상정을 요청해 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이 직권상정 카드를 다시 꺼내 든 것은 ‘1·6합의’를 통해 어느 정도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했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반면에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정치력 부재로 또다시 직권상정에 의지하게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현 가능성 있나=여야 합의가 안 될 경우 직권상정을 통한 법안 처리의 성패는 여권 내부의 동력 결집과 김 의장의 동조에 달려 있다.

하지만 한나라당 내부에선 ‘피로감’이 확연하다. 이참에 ‘원내대표 권한 축소, 상임위 역할 강화’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의장 측은 ‘조건부 직권상정’을 내비치며 홍 원내대표에게 동조하는 분위기다. 김 의장은 23일 기자에게 “나는 한 번도 직권상정을 하지 않겠다고 한 적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김 의장은 이날 보도자료에서 “모든 법안은 상임위에 상정돼 충분한 논의와 토론을 거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소한 상임위에 상정이 돼야 의장으로서도 직권상정의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의미다. 의장실에선 과거 직권상정 사례를 검토하며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민주당은 쟁점법안 결사 저지를 천명하며 결의를 다지고 있다.

정세균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나라당의 쟁점법안 직권상정 가능성에 대해 “1월 6일 합의를 깨는 망동”이라며 “여당의 그런 행태를 구경만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민주당은 직권상정 저지를 위해 비상상황실을 구성하는 등 마지막 결전에 대비하고 있다.

한편 한나라당 임태희, 민주당 박병석 정책위의장은 이날 오후 국회에서 만나 쟁점법안 처리를 위한 상임위별 ‘여야정 협의체’ 구성을 논의했지만 미디어 관계법 때문에 이견 절충에 실패했다. 임 의장은 미디어법을 일단 상정한 뒤 의견수렴 절차를 밟자고 했지만 박 의장은 ‘사회적 논의기구’를 먼저 구성해야 한다고 맞섰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동아닷컴 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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