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리적 충돌 시간문제’ 北엄포에 ‘레드카드’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2월 21일 02시 59분



이상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0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선제공격할 경우 공격 지점을 타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안철민 기자
이상희 국방부 장관(오른쪽)이 20일 국회 남북관계발전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에서 선제공격할 경우 공격 지점을 타격하겠다는 계획을 밝히고 있다. 안철민 기자
■ 李국방 “함정공격땐 北타격지점 공격” 발언 의미
北 NLL 도발땐 ‘직접적이고 강력한 응징’ 경고
일각선 “구체적 도발징후 포착한것 아니냐” 관측

이상희 국방부 장관이 20일 북한이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로 도발할 경우 “직접적이고 강력하게 응징하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 장관 발언대로라면 군 당국은 북한이 단거리 지대함이나 함대함 미사일, 장사정포 등으로 우리 함정을 선제공격할 경우 가용 전력을 총동원해 북한 육지의 미사일과 해안포 발사진지를 타격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은 사곶과 해주, 옹진반도 등 서해안 주요 기지에 사거리 20km의 76mm, 100mm 해안포 100여 문과 최대 사거리가 95km인 실크웜 지대함미사일 수십 기를 배치한 상태로 이들 기지가 타격 대상이 된다.
또 사거리 46km의 스틱스 함대함 미사일을 탑재한 40여 척의 북한 유도탄 고속정과 최대 사거리가 160km인 KN-02 단거리미사일 발사 기지도 타격 대상에 들어간다.
군은 우리 서해5도와 내륙 지역에 배치한 대(對)포병 탐지레이더로 북한에서 쏜 미사일과 장사정포의 궤도를 역추적해 발사 지점을 파악한 뒤 K-9 자주포나 다연장로켓포로 즉각 보복할 수 있다.
이 장관의 발언은 과거 1, 2차 연평해전에서 증명된 것처럼 함정 대결에선 남한의 상대가 되지 않는 북한이 미사일이나 포 등 직접적인 타격 수단으로 도발할 수 있음을 강력히 시사하는 것이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대연평도 바로 맞은편인 황해남도 강령군 부포리 해안에 배치된 해안포 진지의 위장막을 걷고 우리 함정을 기습 공격할 수 있는 태세를 갖춘 것으로 군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군 안팎에선 이 장관이 ‘국방 수장’으로 최근 북한의 잇단 NLL 도발 움직임에 쐐기를 박고 북측의 기선을 제압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북한의 대남 협박이 더는 통하지 않는다는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이 장관은 16일 국회 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도 “1, 2차 연평해전에서 나타났듯이 교전 시간이 짧기 때문에 최단 시간 내에 승리할 수 있도록 필요한 권한을 현장 지휘관에게 많이 위임했다”며 북한의 NLL 도발 때 적극 대처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이 장관의 발언 수위가 높아지면서 일각에선 구체적이고 임박한 북한의 NLL 도발 징후가 군 당국에 포착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힐러리 클린턴 미 국무장관의 방한과 한미 연례군사훈련인 ‘키 리졸브’의 일정 발표에 맞춰 “북남 사이의 물리적 충돌은 시간문제”라고 보도하며 최종 엄포까지 한 만큼 조만간 실제 행동에 돌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군 당국도 이명박 대통령 취임 1주년인 25일을 전후해 북한 군부가 NLL에서 모종의 무력행동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대북감시 태세를 한층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 장관의 발언이 남북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불필요하게 북한을 자극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군이 확전이나 전면전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무력 대결을 불사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경우 북한에 괜한 빌미를 주고 정부의 대북 협상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국방부 장관을 지낸 한나라당 김장수 의원은 “이 장관이 좀 오버하는 것 아니냐. 그런 발언이 (대북) 억지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상황을 고조시킬까 봐 우려된다”고 말했다.
군 당국자는 “이 장관의 발언은 북한이 우리 함정을 선제공격했을 때 이에 상응하는 타격을 한다는 예방 안보 차원의 발언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