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대통령, 은행들의 자발적 고통분담 촉구

  • 입력 2008년 10월 21일 16시 01분


'신의 직장'으로 불리던 은행들, 자구노력 비상

이명박 대통령이 21일 정부의 보증지원을 받는 금융기관들의 자발적인 임금조정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은행들의 해외차입에 대한 정부 지급보증과 관련, "정부의 지급보증 결정에 따라 은행이 국민 세금으로 혜택을 받게 됐는데 은행이 고임금 구조를 계속 유지하면서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들이 받을 임금은 다 받다가 문제가 생기면 정부 지원을 받는 것이 되풀이 돼서는 안 된다"고 강조하며 은행의 자구적 대응노력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 같은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금융권은 자못 긴장하는 분위기다.

이미 정치권에서는 지급보증안의 국회통과를 전제로 은행의 강력한 구조조정을 요구하고 있어 뚜렷한 대책마련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게다가 정부가 은행의 대외채무에 대해 지급보증을 하고 달러유동성을 지원키로 한 것에 대해 `도덕적 해이' 논란까지 일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비용 절감과 임원 임금 동결 또는 삭감, 외화자산 매각 등 비상경영계획 마련에 들어갔다.

은행들은 그동안 고임금과 고용 안정성 등 덕분에 `신의 직장'으로 불리며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으로 꼽혀왔다. 작년 말 기준 국민은행의 직원 평균 임금은 7230만 원을 기록하는 등 대부분 시중은행들의 임금이 다른 업종에 크게 높은 수준을 유지해 왔다.

특히 은행권 임원들의 급여는 일반 제조업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상승률이 가팔랐다.

2008회계연도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은행지주사 중 신한지주의 올 상반기 등기 상근임원(감사 제외) 1인당 평균 급여액은 10억5200만원에 이른다. 이어 하나금융지주 9억6800만원, 우리금융지주 역시 3억원 수준이다.

또 시중은행 중에서도 신한은행이 10억4200만원, 국민은행이 8억4900만원을 나타냈다. 이어 외환은행(004940) 3억7300만원, SC제일은행 3억7200만원, 하나은행 2억2200만원, 우리은행 1억5400만원이었다.

이번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의 월스트리트 역시 금융권 CEO들의 고임금이 논란이 됐기 때문에 국내 금융계 고위직 급여의 다이어트가 잇따를 전망이다.

지난 17일 국민은행은 임원 워크숍을 갖고 올해부터 비용절감 차원에서 임원 연봉을 5% 삭감키로 했다. 이에 따라 본부장 이상 임원 60여명은 올해 연봉에서 5%를 반납하는 한편 내년 임금도 삭감해 받기로 했다. 국민은행 임원 임금이 삭감되기는 지난 2002년 주택은행과의 통합이후 처음이다.

청와대 이동관 대변인은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정부도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공무원 봉급을 동결했다. 은행이 얻을 것만 얻고, 챙길 것만 챙기고, 자기 희생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고통을 분담하는 태도가 아니다"라고 부연 설명했다.

한편 정부는 21일 국무회의에서 18개 국내은행의 해외 외화차입금에 대해 1000억 달러를 한도로 하는 정부 보증 동의안을 심의 의결했다. 내년 6월말까지 만기도래하는 은행별 외화차입규모의 약 140% 수준이다.

정호재 기자 demi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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