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노믹스 본격 발진” vs “부자들을 위한 감세”

  • 입력 2008년 9월 2일 02시 57분


■ 세제개편안 공방

정부는 이번 세제개편안의 핵심 키워드를 ‘감세(減稅)를 통한 경제 살리기’로 요약하고 있다. 사상 최대 규모의 감세 조치로 투자와 소비를 촉진해 장기적으로 7% 성장 능력을 갖춘 경제를 만들겠다는 것.

강만수 기획재정부 장관은 “제도적 측면에서 ‘MB노믹스’를 내딛는 사실상 첫걸음인 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대기업에 대한 법인세율 인하 폭이 상대적으로 큰 데다 상속·증여세율을 낮추고 종합부동산세 부담을 완화하는 방안 등을 담고 있어 이른바 ‘강부자’(서울 강남지역 부동산 부자) 내각의 ‘부자들을 위한 감세’라는 논란도 있다. 정부는 “전체 감세액의 58%가 중산 서민층에 돌아간다”고 설명했지만 ‘그렇다면 나머지 42%는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는 반문도 있다.

한나라당도 이 같은 여론을 의식해 1일 세제개편안 발표 직전 열린 고위당정협의에서 ‘대기업의 법인세율 인하 시기를 당초 올해에서 내년으로 1년 연기할 것’을 요구했고 결국 정부의 동의를 얻어냈다. 한나라당은 또 서민층에 대해서는 영세 근로자의 소득을 지원하는 근로장려금(EITC)을 현행 최대 80만 원에서 120만 원으로 늘리고 신청 자격은 현행 무주택자에 소규모 1주택자를 추가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더는 경제 활성화를 늦출 수 없으며 왜곡된 조세 체계도 바로잡아야겠다는 생각이다. 상속세만 해도 미국 호주 캐나다 싱가포르 등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들이 이미 폐지했거나 하기로 한 데다 지나친 상속세 부담은 부자들의 편법과 재산 빼돌리기만 부추긴다는 설명이다.

이번 세제개편으로 21조3000억 원의 세수(稅收) 감소가 예상돼 재정건전성 악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소득세 면세점이 높아지면서 근로자의 50.4%, 자영업자의 40.9%가 세금을 한 푼도 안 내게 돼 결과적으로 세금을 내는 사람이 이들 몫까지 떠안게 되는 등 조세 형평성 논란도 끊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넓은 세원, 낮은 세율’ 원칙과도 어긋난다.

정치권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한나라당은 “민생경제를 살리기 위한 조치”라며 환영한 반면 민주당 등 야당은 “부자를 위한 감세”라며 정기국회에서 법안을 대폭 수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경제계는 이번 세제개편안이 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에서 “이번 세제개편안은 민생경제 안정과 일자리 창출, 경제 재도약을 위한 종합적인 처방을 아우르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비슷한 평가를 내리면서도 “기업의 사업용 토지에 대한 종합부동산세 완화, 최대주주 보유 주식에 대한 상속세 할증과세 폐지가 포함되지 않은 것은 아쉽다”고 말했다.

배극인 기자 bae2150@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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