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특허전쟁 한미 ‘윈윈’ 협력

  • 입력 2008년 8월 23일 03시 12분


■ 이르면 내달 양해각서 체결

한국과 미국 간에 특허 공조 업무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양국은 우선 초기에 포괄적 업무협력을 추진하는 내용의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궁극적으로는 양국의 특허 내용을 사실상 인정한다는 데까지 공조를 같이한다는 계획이다.

MOU 체결은 미국 측이 먼저 제의했지만 우리로서도 득이 많은 ‘윈윈 게임’이다.

‘스피드’가 경쟁력인 글로벌 경제 상황 속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국에서 특허를 빨리 출원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 미국 특허 출원 심사 기간 단축

한미 양국은 다음 달 양국 간 특허업무 관련 포괄적 협력을 추진한다는 내용을 담은 MOU에 서명할 예정이다. 이미 양국은 MOU 체결 방침을 확정하고 세부 문안 조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개 항의 업무 협조 분야를 기술한 MOU는 특허에 대한 분류 시스템의 표준화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기존의 데이터베이스(DB)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상대방 국가의 DB를 자국의 DB처럼 용이하게 검색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 중이다.

보통 특허가 출원되면 기존의 기술과 비교해 신기술 여부를 판단해야 하기 때문에 시간이 많이 걸린다. 그런데 양국 간 분류시스템을 표준화하고 DB를 공유하면 시간이 크게 단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에선 특허 출원 심사 과정이 보통 10개월 걸린다. 그런데 미국에선 특허 출원에서 심사 완료까지 최고 26개월이 걸릴 정도로 지체되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관의 김태만 특허관은 “DB 공유, 양국 심사 결과 상호 인정 등이 이뤄지면 미국에서 특허를 심사받는 데 시간이 그만큼 단축된다. 기업으로선 그만큼 경쟁력이 높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이 적극적인 이유

미국은 매년 출원된 특허 중 처리하지 못한 건수가 100만 건에 이를 만큼 만성적인 적체에 시달리고 있다. 이는 전 세계 기업들이 미국에 특허를 출원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미국 특허청의 존 달 차장이 “특허에 관한 한 G5 회원국에 들어가 있다”고 평가할 정도로 출원 건수가 많다.

지난해 국제특허협력조약(PCT)에 따른 특허 출원 건수에서 한국은 7061건으로 미국(5만2280건) 일본(2만7731건) 독일(1만8134건)에 이어 4위를 차지하는 ‘특허 강국’. 국제특허 출원 증가율에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미국이 적극적으로 한국과 업무 협조 관계를 맺으려고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미국은 매년 신규 특허 심사인원을 1200명씩 선발하고 있으며 급여 수준도 동종 사기업 수준으로 보장하는 등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폭주하는 특허 출원 건수를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국은 한국의 특허 출원 심사 결과를 활용하면 특허 심사 인원은 물론 비용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 진정한 특허강국이 되려면…

지적재산권 및 특허 분야가 경제활동의 중심이 되면서 시간이 갈수록 특허 업무의 중요성은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1980년대 초반부터 무형의 자산에 대한 법률적 보호를 강화해 오기 시작한 미국 역시 농축산업이나 제조업, 그리고 서비스업에 비해 지적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특허에 대한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한편 한국이 진정한 특허강국이 되려면 특허 출원 건수뿐만 아니라 기술혁신과 신기술에 대한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를 통한 특허의 질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과 버지니아 주에서 특허변호사로 활동 중인 박해찬 변호사는 “원천기술 및 기초기술 분야에서 한국은 여전히 한발 뒤처져 있다”며 “미국의 경우 국방부나 항공우주국(NASA) 등에서 신기술이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고 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

차지완 기자 c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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