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원구성 합의 이끌어낸 두 주역

  • 입력 2008년 8월 13일 03시 09분


김형오 민주당에 국회복귀 ‘멍석’ 깔고

이회창 사안마다 목청… 정국 중심 잡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루한 원 구성 협상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수 있게 된 것은 여야 원내대표의 협상력뿐 아니라 김형오 국회의장과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의 역할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정치권에서 나온다.

○ 김 의장의 돋보인 중재력

지난달 말 여야 잠정 합의안이 청와대 등 여권 내 조율 부족으로 무산된 뒤 국무총리까지 특위 출석을 거부하자 민주당은 “정부가 국회를 무시하고 있다”며 반발했다. 이에 한나라당은 8일 “국회법 개정안을 제출하고 민주당 없이 단독으로 원 구성을 하겠다”고 최후통첩을 했다. 여야가 팽팽히 맞서면서 협상은 더욱 꼬여만 갔다.

원 구성 협상이 좀처럼 돌파구를 찾지 못하자 김 의장은 적극 중재에 나섰다. 그는 여당을 다독여 개정안 제출을 미루도록 설득했다. 이어 야당 원내대표들을 협상장으로 이끌어 냈다. 이 자리에서 만들어진 합의문에는 “두 야당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에게 정부에 대한 유감 표명과 국회 권위 존중에 대한 입장 표명을 요구했고 이에 의장은 긍정적인 답변을 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현실적으로 청와대의 사과를 받아 내기 쉽지 않은 상황에서 내심 국회 복귀 명분을 찾고 있던 민주당에 김 의장이 명분을 만들어 준 셈이다. 협상 끝에 각 당 원내대표는 “13일 오전까지 원 구성 협상을 끝낸다”는 합의문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김 의장 측은 “지난해 여름까지 야당 원내대표를 지낸 국회의장이 협상에서 여당과 야당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 이 총재의 중심 잡기

자유선진당 이회창 총재도 최근 ‘보수정당’과 ‘제3교섭단체’로서 중심을 잡으면서 정국 운영에 한몫하고 있다. 이 총재는 12일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전날 정부가 발표한 공기업 선진화 방안과 관련해 “보수정권은 좌파정권 10년간 공기업의 불합리하고 방만한 운영을 바로잡는 개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선진화방안은 막연하게 선진화라는 이름으로 자리를 바꾸거나 모아 놓은 정도인 것 같다”며 과감한 공기업 개혁을 요구했다.

이 총재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대립한 정치적 쟁점에 대해서도 대법관 출신답게 법조문을 들어 정리했다.

그는 대통령은 KBS 정연주 사장을 해임할 권한이 없다는 민주당 주장에 대해 “다른 (신분보장) 규정이 없는 한 별도 규정이 없더라도 임명권자는 해임 권한이 있다고 본다”고 해석했다. 그러나 청와대를 향해서는 “공정하고 정도로 가는 방송을 맡을 수 있는 새로운 사장을 임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7월에도 개원에 큰 역할을 했던 선진당은 6일 민주당을 배제한 채 원 구성 협상을 마칠 수 있다고 압박해 결국 11일 3당 교섭단체 원 구성 합의를 이끌어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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