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정책’으로 10년간 미뤘던 ‘北인권’ 공동성명에 채택

  • 동아일보
  • 입력 2008년 8월 7일 03시 00분



<<이명박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6일 제3차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파동으로 한때 도전에 직면했던 미래지향적 한미동맹 관계를 강화하고 국제사회와의 철저한 공조를 통해 북한 핵을 확실히 폐기한다는 원칙을 재확인했다. 양 정상은 또 북한의 인권 개선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등에 관해 한목소리를 내는 한편 한미 간 인적 교류 확대와 항공 우주 등 첨단 분야에서의 협력 강화 등 민간 차원의 실질협력도 확대키로 했다. 이에 따라 다방면에 걸쳐 한미 공조의 기반을 더욱 굳건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부시 “금강산 유감”… 北 ‘통미봉남’ 전략에 쐐기

“테러지원국 해제 위해선 北지도부 행동 나서야”


이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의 상당 부분을 ‘북한 문제’에 할애했다.

공동성명에는 처음으로 북한의 인권 문제가 포함됐다. 부시 대통령은 특히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과 금강산 관광객 피격 사망 사건 해결 노력을 지지해 남북관계 악화로 어려움에 처한 이 대통령의 손을 들어줬다.

▽북한 인권, 북-미 관계 정상화 변수=양국 정상이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촉구한 것은 북한 당국의 인권 개선 노력이 향후 북-미 관계 정상화에서 중요한 조건과 기준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미국은 과거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성명에도 북한 인권 문제를 담으려 했지만 당시 한국 정부의 대북 ‘햇볕정책’과의 마찰을 의식해 그만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회담에서 북한 인권 문제를 공동성명에 담은 것은 정권 교체의 결과인 셈이다. 외교 소식통은 “북한의 핵 포기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북-미 관계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될 때 북한 인권 문제가 최대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 문제 진전에 집착해 북한 인권 문제를 등한시했다는 미국 민주당 등의 비난을 떨쳐내려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핵 검증체계 마련 촉구=부시 대통령은 정상회담 뒤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테러지원국 해제는 자동적으로 되는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북한이 6월 26일 제출한 핵 신고서와 관련해 ‘완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검증체계를 마련하지 않는다면 대북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 조치가 최소 경과기간인 45일(8월 11일)을 지나더라도 발효되지 않을 것이란 강한 경고다. 북-미는 검증체계 수립을 위해 협의를 벌이고 있으나, 북측은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검증단 포함에 극구 반대하는 등 양보를 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시 대통령은 또 검증 대상에 핵 신고서에서 기술한 플루토늄뿐만 아니라 우라늄 농축프로그램(UEP)도 포함시켰다.

▽통미봉남(通美封南)에 쐐기=부시 대통령은 공동성명을 통해 이 대통령의 ‘비핵·개방 3000 구상’과 새 정부의 공식 대북정책인 ‘상생·공영’ 정책을 지지했다.

부시 대통령이 금강산 사건에 대해 유감을 나타내고 북한이 남북 대화에 응할 것을 촉구한 것은 남북 대치 국면에서 한국 정부에 힘을 실어주려는 노력으로 평가된다. 이는 물론 인권 문제 제기의 연장선에서 나온 언급이기도 하다. 그러나 한국을 제치고 미국과만 거래하겠다는 북한의 ‘통미봉남’ 전략이 통할 수 없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신석호 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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