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외교부 거듭나야 한다

  • 입력 2008년 3월 11일 22시 52분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외교통상부 업무보고 자리에서 ‘창조적 실용주의 외교’를 주문했다. 이념을 뛰어넘어 국익(國益)에 부합하는 실리외교를 펴달라고 당부한 것이다. 노무현 정부에서의 시대착오적인 ‘코드외교’로 한미동맹의 이완과 한일관계의 경색으로 외교의 근간이 흔들렸던 것을 생각하면 바른 처방이라고 본다. 외교부는 대통령의 이런 외교철학을 구현할 전략과 정책을 내놓고 실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은 “친미(親美)도 친중(親中)도 없으며 국익이 맞으면 서로 동맹이 될 수 있고, 국익에 위배되면 동맹이라는 것은 없다”고 했다. ‘동맹’이라는 말을 너무 가볍게 사용한 감이 있지만 인식 자체는 옳다. 4강의 틈바구니에 끼인 우리로서는 한미동맹을 외교 안보의 근간으로 삼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중국과의 관계를 소홀히 해서도 안 된다. 경제적으로는 물론 당장 북핵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도 중국과의 협력은 필수적이다.

대통령은 남북관계에 대해서도 화해와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인류의 보편적 행복의 차원에서 북한 인권문제를 회피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지난 정권에서 386 실세들의 눈치를 보면서 유엔 인권결의안 표결에 불참했던 외교부로서는 뼈아프게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다. 외교부는 새 정부가 들어서자 부랴부랴 태도를 바꿔 3일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인권상황의 개선을 요구했지만 ‘영혼 없는 공무원들’의 변신처럼 보인다.

그동안 우리 외교가 정상궤도를 벗어난 데에는 외교부의 책임도 적지 않다. 장관부터 노 대통령에 대해 “직관력이 뛰어나다”며 맹종으로 일관했으니 헝클어지고 꼬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외교부 관리들은 이제 와서 정권 탓을 하지만, 김장수 전 국방장관처럼 소신을 지킨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었더라면 사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유명환 장관만 해도 노 정권에서 제2차관과 제1차관을 차례로 지내며 외교의 한 축을 담당한 당사자가 아닌가. 스스로 책임을 통감해야 한다. 오죽하면 이 대통령이 이날 외교부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직설적으로 말했겠는가. 5년 후, 외교부가 다시 군색한 변명을 늘어놓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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