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시대의 지방자치]<7>박성효 대전시장

  • 입력 2008년 3월 11일 02시 54분


박성효 시장(가운데)은 2020년까지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공약했고 당선 후 이를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나무를 심고 있는 박 시장. 사진 제공 대전시
박성효 시장(가운데)은 2020년까지 3000만 그루의 나무를 심겠다고 공약했고 당선 후 이를 착실히 실천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삼성초등학교에서 어린이들과 나무를 심고 있는 박 시장. 사진 제공 대전시
《10일 오후 대전시청의 시장실에 들어서자 벽면에 있는 그림이 눈길을 끈다. 지구와 우주선, 우주로켓, 대전과학엑스포의 상징인 한빛탑 등이 들어 있는 그림이다. 한마디로 ‘대전은 과학도시’라는 것을 웅변하고 있었다.

박성효 대전시장의 인터뷰도 대덕연구개발특구의 부가가치를 어떻게 높일 것인지, 그것을 위해 대전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국가에 요구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집중됐다. 박 시장은 “대덕특구는 최소의 투자로, 최단기간에, 최대의 효과를 거둘 수 있는 최고의 연구클러스터”라는 말로 자신감을 내비쳤다. 박 시장은 “과학기술 투자에 나눠 먹기 식은 있을 수 없다”며 “국가가 미래의 먹을거리를 생각한다면 당연히 대덕특구를 집중 육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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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이 후보 시절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를 충청권에 만들겠다는 공약을 내놨는데….

“대덕 연구단지엔 KAIST 등 8개의 대학, 78개의 연구기관, 석박사급 연구 인력이 2만 명이나 있다. 지난 35년간 30조 원 이상 투자한 연구단지다. 그런 인프라스트럭처를 활용해 비즈니스로 연결하는 것은 대전의 앞날뿐만 아니라 국가를 위해서도 꼭 필요한 일이다. 이 대통령께서 국제과학비즈니스 벨트 조성을 충청권 공약으로 발표했는데 이는 대덕연구단지의 인프라스트럭처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 프로젝트는 당연히 대덕특구를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 ‘과학’ ‘비즈니스’라는 3개 요소가 융합돼 있다는 점에서 새로운 성장모델로 볼 수 있다.”

―일부에서 대전에는 이미 연구특구가 있으니 다른 곳을 ‘과학벨트’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하고 있다.

“모르는 소리다. 과학만큼 집중과 선택이 중요한 분야도 없다. 6월경 대덕특구 내의 562만 m²(170만 평)를 새로 개발해 분양하기로 토지공사와 합의했다. 2009년부터 기업이나 연구소를 유치할 수 있도록 절차를 진행 중이다. 또 기존의 56만2000m²(17만 평)의 대전엑스포과학공원 용지와 426만4500m²(129만 평)의 대덕 테크노밸리 등도 용도변경을 통해 대규모 신규 투자 없이 과학비즈니스벨트에 필요한 용지를 제공할 수 있다. 이런 곳을 놔두고 다른 곳에 과학비즈니스벨트를 만드는 것은 낭비다. 주거 여건도 대전만 한 데가 없다.”

―너무 대전 중심주의적 생각 아닌가.

“이 프로젝트는 충북의 오송-오창, 충남의 행정복합도시인 세종시도 함께 발전시킬 수 있다. 대전시는 세종시가 들어서는 연기군과 붙어 있다. 얼마 전 대통령께 말씀드릴 기회가 있었는데 대전시와 연기군 사이에 3300만 m²(1000만 평)가 넘는 녹지를 개발하는 문제였다. 이곳에 산업 물류기지를 만들면 좋을 것이다. 오송-오창 산업단지와도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들 세 곳을 연결하려면 교통 인프라스트럭처도 중요할 텐데….

“그렇다. 현재 대전 외삼동에서 끝나는 지하철을 세종시까지 13.6km를 연장하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또한 가장 중요한 것이 청주공항을 활성화하는 일이다. 현재 대형 비행기가 뜨고 내리지 못하고, 중국 외에는 외국으로 나갈 수도 없다. 대덕특구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 콘퍼런스를 위해서도 청주공항의 국제선 취항을 늘려야 한다. 청주공항은 중부권 유일의 공항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전과 충남북이 합의해 이곳에 취항하는 항공사가 손해를 볼 경우 보전해 주겠다는 조례까지 만들었다. 하루빨리 이 문제가 풀려야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지정되면 뭐가 달라지나.

“구체적인 그림이 나온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시아기초과학연구원’이라는 세계 정상급 연구시설이 들어서고 그 밑에 프런티어 기초연구센터, 미래장비개발센터, 신물질연구센터, 과학기술 핵융합연구병원, 중이온 및 방사광 가속기 등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예상대로 되면 대전에는 얼마나 도움이 될 것인가.

“구체적으로 추산은 안 해 봤다. 정보기술(IT), 생명공학기술(BT), 나노기술(NT) 등 첨단제조업 중심의 대덕특구의 기존 브랜드 가치에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중심의 연구센터라는 새로운 가치가 추가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전이 충청 광역경제권의 파워 존(Power Zone)과 대한민국 성장축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5만 개 이상의 청년과학 일자리의 창출도 기대하고 있다. 이곳의 연구결과가 산업화되면 대전에만 이익이 되는 것이 아니다. 국가적 이익이 된다. 연구 인력이 살게 되고, 대학생들에게 직업이 생기고, 지역의 특성도 강화되면 대전의 브랜드 가치도 당연히 높아지지 않겠는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에만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아닐 텐데….

“최근 외국 연구소 6곳을 유치했다. 국제 연구기능을 활성화해야 한다는 생각에서다. 또 외국인 자녀의 교육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50년이 넘는 외국인 학교를 새로 지어 이전하기로 했다. 4만 m²(1만2000평) 규모의 기숙사까지 완비해 내년 6월 대덕 테크노밸리에서 새롭게 문을 열 예정이다.”

―새로운 컨벤션 센터를 지었다는 말도 있는데 채산이 맞겠는가.

“2000석 규모로 지었다. 연구소가 밀집해 있어 과학 관련 국제회의가 많기 때문에 운영은 걱정하지 않는다. 그동안 시설이 없어 유치를 못했다. 2010년까지 46개 회의를 유치했다. 연구단지에는 국제 연구단체의 간부로 일하는 분이 많다. 국제회의를 유치하는 데는 이분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내년에 대전에서 국제우주대회(IAC)가 열린다는 말도 들었다.

“정부에서 별 관심이 없어 안타깝다. 그러나 미래는 우주의 시대다. 내년은 인간 달착륙 40주년, 항공우주연구원 설립 20주년, 대전시 출범 60주년에 대전광역시 승격 20년 등 의미가 있는 해다. 그리고 4월에 우리는 최초의 우주인을 배출한다. 우리도 이제 우주경쟁시대로 돌입하는 것이다. 그런 해에 국제우주대회 60회 총회를 대전에서 개최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60개국의 우주과학 전문가가 2500여 명이나 몰려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앙정부의 관심이 필요하다. 경비와 인력 지원도 필요하고, 국가 차원의 홍보와 관심도 있어야 한다.”

―이 대회를 유치한 계기는….

“이 대회는 중국 상하이, 체코 프라하 등과 경쟁해 대전이 유치한 것이다. 대한민국에서 이 대회가 열리면 유형무형의 큰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우주 전문가들이 대전에 몰려오는 것만으로도 우주 관련 연구가 활성화될 수 있다. 10월에는 대전이 중심이 돼서 만든 세계과학도시연합(WTA)의 10회째 대회도 대전에서 열린다. 이 행사도 과학도시로서의 대전의 위상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다.”

박 시장은 ‘과학’만이 대전의 자랑은 아니라며 말을 맺었다. 그는 “대전은 빈부격차가 별로 없고, 전국에서 몰려온 사람들이 살고 있어 텃세도 심하지 않으며, 주변에 산이 많아 짧은 시간 내에 자연과 접할 수 있고, 교통여건이 좋아 전국 어디로나 쉽게 갈 수 있다”며 “그런 점에서도 대전의 발전 가능성은 크다”고 말했다.

대담=심규선 편집국 부국장

정리·대전=박정훈 기자 sunshade@donga.com

●박성효 시장은

△대전 출생(53세) △성균관대 행정학과 졸업, 대전대 사회복지학 석사 △행정고시 23회 △대전 서구청장(1994∼1995년) △대전시 지역경제국장(1995∼1998년) △대전시 기획관리실장(2000∼2003년) △대전시 정무부시장(2005∼2006년) △대전시장(2006년∼)

“1인당 나무 20그루”… 녹색도시 공약 착착

‘녹색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박성효 대전시장은 나무심기에 유달리 관심이 많다.

대전을 찾는 외지인의 첫 느낌 중 하나는 녹지가 많다는 점. 게다가 도심 한가운데에 갑천 유등천 대전천 등 3대 하천이 흐르고 있고 곳곳에 크고 작은 공원도 많아 나무가 적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도 박 시장은 2020년까지 3000만 그루를 심겠다는 구상을 선거공약으로 내놓았다. 2010년까지 800만 그루, 2015년까지 1100만 그루, 2020년까지 1100만 그루를 심겠다는 것. 대전시민 1인당(2007년 말 현재 147만 명) 20그루에 해당한다.

2006년 취임 후 이 공약을 실천하는 과정에서 “지나치게 관 주도적이다”, “민간 부담이 적지 않다”는 볼멘소리도 있었다. 그러자 박 시장은 다양한 이벤트로 시민 참여를 유도했다.

생일, 애인과 만난 날, 결혼기념일, 취직한 날 등에 맞춰 나무를 심도록 하고 그런 뜻을 기록한 표찰을 달도록 했다. 존경하는 스승을 위해 한 그루, 집안 대소사 때도 한 그루를 심도록 호소했다. 그 결과 2007년에는 207만 그루를 심었고 올해도 계획대로라면 200만 그루를 더 심게 된다.

나무심기 운동을 추진한 이후 아파트 중심의 삭막한 둔산 신시가지에도 하나둘씩 ‘녹색커튼’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대전 주변 고속도로 출구에서 시내 쪽으로 진입하는 8차로 이상 도로 중앙에도 콘크리트 중앙분리대 대신 나무를 심고 있다.

박 시장은 “나무는 우리가 다음 세대에 물려줄 수 있는 좋은 선물 중 하나”라며 “계획대로 추진되면 나무로 유명한 유럽의 전통적인 도시 녹지율과 맞먹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전=이기진 기자 doyoc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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