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D-30]한나라, 영남 68곳 중 58곳 ‘오리무중’

  • 입력 2008년 3월 10일 02시 59분


휴일에도 심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공천심사를 하고 있다. 한쪽에 공천 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안철민 기자
휴일에도 심사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들이 9일 서울 여의도 한나라당사에서 공천심사를 하고 있다. 한쪽에 공천 신청자들이 제출한 서류들이 쌓여 있다. 안철민 기자
“이제 화약고만 남았다.”

한나라당 공천 마무리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한나라당 공천심사위원인 임해규 의원은 9일 “10일 영남과 서울 강남 벨트(강남 서초 송파) 심사에 착수해 11일에는 이 지역의 심사를 마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이어 “11일 모든 공천 발표를 끝낼 계획”이라고 말해 이번 공천의 ‘최대 화약고’인 영남과 서울 강남 벨트의 발표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 부산 경남 35석 중 33명 무더기 공천 남아

9일 한나라당이 5명의 공천 내정자를 발표함에 따라 전체 지역구 245곳 중 167곳(재심 2명 포함)의 후보자가 내정 또는 확정됐다. 광주(8곳) 대전(6곳) 경기(51곳) 충북(8곳) 전북(11곳) 제주(3곳)는 사실상 공천이 완료됐다.

반면 공천 물갈이의 최대 핵심지역인 영남에서는 부산 18곳 중 1곳, 울산 6곳 중 2곳, 경남 17곳 중 1곳, 경북 15곳 중 2곳, 대구 12곳 중 4곳만이 공천 내정자를 결정한 상태.

물갈이 폭이 클 영남 지역에 대한 공천 내정자를 일찍 발표할 경우 공천 진통으로 내홍이 커질 것을 우려한 당 지도부는 이들 지역의 공천 내정자 발표를 마지막으로 미뤘다.

서울 강남 벨트의 총 7곳 중에서도 후보자를 확정한 곳은 단 1곳도 없다. 영남 지역에서는 3선 이상의 고령, 중진 의원이 얼마나 바뀔지가 주요 관심사다. 서울의 강남 벨트에서는 한때 ‘전원 물갈이’설이 나돌기도 했으나 ‘일부 물갈이’로 공심위 분위기가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친이-친박 정면대결

지금까지의 공천이 친이명박 계열과 친박근혜 계파 간의 전초전이었다면 남은 싸움은 ‘정면대결’이다. 9일 현재까지는 주로 원외 인사들 간의 경쟁이었지만 이제부터는 각 계파의 현역 의원과 주요 인물들이 공천장을 놓고 결투에 나서기 때문이다.

최고 관심사는 친박 의원 중 이혜훈, 유승민, 김무성 의원이 살아남느냐는 것. 친이 의원의 물갈이 폭도 주요 관심사다.

박 전 대표의 측근인 유승민 의원은 대구 동을에서 친이 서훈 전 의원과 맞붙는다. 경북 고령-성주-칠곡에서는 친박 이인기 의원과 친이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부산 남을의 김무성 의원이 공천장을 거머쥘 수 있을지도 주요 관전 포인트. 공천 논의가 시작되던 때 ‘벌금 전력’ 때문에 한나라당 ‘공천 내홍’의 중심에 섰던 인물이기 때문이다. 사하갑에서는 친박 엄호성 의원과 친이 김해진 전 경향신문 부국장 등이 경합 중이다.

서울 강남 벨트에서는 서초갑의 친박 이혜훈 의원과 친이 계열인 명지대 박영아 교수의 싸움이 단연 주목을 끌고 있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박근혜 “영남 공천 본뒤 결정”… 발언 속뜻 놓고 설왕설래▼

한나라당 영남 지역 공천 내정자 발표를 앞두고 박근혜 전 대표가 “영남 공천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구체적인 ‘결정’ 내용과 발언 배경에 대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이규택 의원은 9일 자신의 공천 탈락에 대해 당 지도부를 성토하는 기자회견을 한 뒤 박 전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을 전했다.

이 의원은 “공천 탈락을 위로하는 자리에서 나온 말이어서 ‘결정’의 구체적인 내용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박 전 대표는 상당히 단호한 의지를 갖고 있는 듯했다”고 전했다.

친박근혜계 의원들은 공천 내홍 때 ‘분당(分黨)도 불사하겠다’는 언급을 한 적이 있어 이번 박 전 대표의 발언이 그와 연계된 것인지에 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 전 대표는 이번 공천에서 공심위원과도 직접 접촉하며 측근을 챙기고 있지만 힘의 역부족을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공천에서 탈락한 현역 의원 일부에게 “역부족이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도 이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이 의원은 또 “친박 의원 중 일부 현역 의원이 9일 별도의 회동을 열고 영남 공천 결과에 따른 향후 대책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친박 의원들 사이에서는 ‘새로 창당을 하려면 14일까지 해야 한다’, ‘공천 탈락자들끼리 무소속 연합으로 나가자’, ‘다른 당의 이름을 빌려 나가자’ 등의 다양한 의견이 오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공천을 받은 친박 계열 의원과 원외 인사들의 존재 때문에 공천 초기의 내홍 때처럼 단단하게 결집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허진석 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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