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정부 찬밥’ 외교부가 뜬다?

  • 입력 2008년 3월 4일 02시 59분


차관급 인사들에 임명장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3일 청와대에서 조중표 국무총리실장과 차관급 인사 25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수여식은 부부 동반으로 진행됐다. 이종승 기자
차관급 인사들에 임명장 이명박 대통령(왼쪽)이 3일 청와대에서 조중표 국무총리실장과 차관급 인사 25명에게 임명장을 수여하고 있다. 이날 수여식은 부부 동반으로 진행됐다. 이종승 기자
외교부 출신, 장관급 이상만 4명… 장관이 NSC상임위장

남북문제 비롯 외교안보라인 총괄 전망… 위상 높아질듯

이명박 정부의 초대 외교안보라인을 외교통상부 출신 인사들이 장악하게 됐다.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김하중 주중국 대사까지 새 정부 조각(組閣)에서 외교부 출신 인사는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급 이상만 4명이 됐다.

한승수 총리는 학자 출신이지만 외교부 장관과 주미대사를 지내 외교부 인사로 분류된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과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외교부 입부 동기(외무고시 7회)다. 장관급인 조중표 총리실장도 외교부 출신(외시 8회)이다.

이에 따라 남북 문제를 비롯한 모든 대외 문제를 외교부가 총괄 조정하는 방향으로 조직이 정비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경일인 3·1절 기념사에서 “남북 문제는 민족 내부 문제인 동시에 국제적 문제다. 배타적 민족주의로는 남북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세계 속에서 한민족 좌표를 설정하고 더 넓은 시각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한 것은 외교부의 주장과 똑같다.

남북 관계 우위 구도가 사라지고 남북경협, 대북 지원과 같은 남북 현안이 한미의 견해 조율이나 6자회담의 진척도와 같은 대외 변수에 따라 속도 조절에 들어갈 것을 시사한다.

유명환 외교부 장관이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을 맡게 된 것도 외교부의 역할과 위상이 갈수록 강화될 것을 보여준다.

노무현 정부 때엔 외교부의 ‘대미 공조, 국제 공조’보다는 통일부의 ‘민족 공조’가 우위에 있었고, NSC 상임위원장은 노무현 정부의 ‘실력자’였던 정동영 이종석 전 장관 등 통일부 장관 몫이었다.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문고리 권력’으로 일컬어지는 대통령의전비서관을 직업 외교관 출신이 되찾아 온 것도 상징적으로 받아들여진다.

현재 대통령의전비서관은 외교부 출신의 김창범(외시 15회) 비서관이지만 노무현 정부 때 의전비서관은 천호선 전 대통령홍보수석비서관, 서갑원 통합민주당 의원, 정윤재 씨 등 노무현 전 대통령의 386 최측근들이 독점하다시피 했다.

통일부 장관에 외교부 출신이 기용된 것은 정부조직 개편안의 원안이었던 ‘통일부 통폐합’ 논리의 연장선상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코드 논란’ 속에서 ‘개혁 대상’으로 찍혀 ‘찬밥’ 신세였던 외교부에서는 “정권이 바뀌었음을 실감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외교부는 3일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매주 토요일 간부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시차로 인해 전 세계 150여 개 공관에서 한 주간의 일을 마무리하는 보고들이 금요일 늦은 시간까지 들어오기 때문에 이를 감안해 매주 토요일 오전에 차관보급 이상이 참석하는 간부회의를 열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까지 외교부는 주말과 휴일에는 사안이 있을 경우에만 비공식 회의를 열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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