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 파견은 출세 보증수표”…“누가 가나” 촉각

  • 입력 2007년 12월 22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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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를 준비할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출범을 앞두고 공직사회에서는 누가 인수위에 파견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인수위에 파견되는 공무원은 해당 부처 내에서의 능력은 물론이지만 최소한 새 정부 핵심인사들의 ‘비토’를 받지 않을 정도로 정치적·정책적 성향도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은 인수위에서의 활약 정도에 따라 새 정부 출범 후 핵심 요직에 진출할 기회가 생긴다.

실제로 역대 인수위에 참여했던 공무원 가운데는 다음 정부에서 장차관 등 고위 공직이나 청와대 주요 요직 등을 거치면서 ‘승진 가도’를 달린 전례가 많았다. 이 때문에 특히 국장급 이상은 인수위에서 근무하는 것이 ‘출세의 길’로 통하기도 한다.

인수위 경력을 발판으로 출세한 대표적인 인물은 김진표 대통합민주신당 정책위의장이다.

김대중 정부에서 재정경제부 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었던 김 의장은 2002년 말 노무현 정부의 인수위 부위원장으로 발탁된 뒤 경제부총리, 교육부총리를 잇달아 맡으면서 현 정부에서 한껏 기세를 올렸다.

노준형 전 정보통신부 장관도 비슷한 케이스다. 당시 국장급 공무원이었던 노 전 장관은 현 정부의 인수위에 참여한 뒤 정통부 기획관리실장, 차관, 장관으로 승진을 거듭했다. 올해 8월 퇴임한 그는 현재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뇌물수수로 낙마한 전군표 전 국세청장도 현 정부의 인수위 멤버다. 당시 서울지방국세청 조사3국장이었던 그는 인수위 이후 서울청 조사국의 선임국장인 1국장, 본청 조사국장과 차장을 지낸 뒤 지난해 7월 국세청장으로 수직 승진했다.

이희범 한국무역협회 회장은 1998년 김대중 정부의 인수위에서 일했다. 이 회장은 그해 9월 산업자원부 무역위원회 상임위원(1급)을 거쳐 차관으로 승진했으며 현 정부에서도 2년여 동안 산자부 장관을 지냈다. 현 정부에서 해양수산부 장관을 지냈던 최낙정 씨도 김대중 정부의 인수위에서 일했다.

박남춘 전 대통령인사수석비서관은 노 대통령이 해양부 장관이었을 때 총무과장으로 노 대통령을 보필하면서 신임을 얻어 인수위에 입성했다. 그는 이후 청와대에서 국정상황실장, 인사제도비서관, 인사관리비서관 등 요직을 거쳤다.

산업자원부에서는 김종갑 하이닉스반도체 사장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산자부 산업정책국장이었던 그는 현 정부의 인수위 활동을 마치고 차관보와 특허청장, 제1차관 등을 두루 지냈다.

기획예산처에서는 반장식 차관과 김대기 재정운용실장이 현 정부의 인수위를 거쳤으며 노대래 재정경제부 정책조정국장과 공정거래위원회 이동규 사무처장, 문재우 금융감독원 감사도 인수위 경력을 갖고 있다.

건설교통부에서는 이춘희 현 차관이 현 정부의 인수위원회에 경제2분과 전문위원으로 파견됐다. 당시 이 차관의 직책은 주택도시국장(2급)이었다.

노동부의 경우 2002년 파견된 노민기 당시 근로기준국장은 고용정책실장 등 요직을 거쳐 현재 노동부 차관이며 1997년 파견됐던 김용달 국장은 김대중 정부 출범 후 노사관계비서관으로 청와대에 들어갔고 노동부 고용정책실장을 지냈다. 이처럼 인수위에서 근무하면 인사에서 승승장구하는 사례가 일반화되면서 공무원들의 입성 경쟁이 치열하지만 현 정권에서 이른바 ‘잘나간’ 공무원들은 인수위 근무를 포기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발탁이 쉽지 않을뿐더러 부동산과 세제 등 이명박 당선자의 주요 공약이 현 정부의 정책 기조와 충돌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과천청사의 한 공무원은 “아직 인선 과정에 돌입하진 않았지만 인수위에 참여하게 되면 정책을 조율하고 중계하는 부담도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김상훈 기자 corekim@donga.com

김기현 기자 kimki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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