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표심 혁명’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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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접전없이 66개 시군구 모두 1위… 4곳선 60%대

鄭, 30%대 한곳도 없어… 강남구선 14.7%에 그쳐

역대 대선과 달리 제17대 대선에서는 한나라당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가 서울에서 53.2%를 득표하는 등 수도권에서 일방적인 독주를 했다. 이 당선자는 경기에서는 51.9%, 인천에서는 49.2%를 득표했다.

전통적으로 대선에서 접전지였던 수도권의 표심이 한 후보에게 기운 것은 유례가 없는 일. 유권자의 절반이 몰려 있는 수도권 표심이 이 당선자로 기운 것이 전체 판세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서울 18개 구에서 25%포인트 이상 차이=민주정의당-민주자유당-신한국당-한나라당으로 이어지는 보수 세력이 대선 때 서울에서 승리한 것은 3대 대선 이후 51년 만에 처음이다. 13∼15대 대선에서는 김대중 후보가, 16대 대선에서는 노무현 후보가 서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이번 대선에서 이 당선자의 ‘서울 장악’에는 서울 종로구 국회의원과 서울시장으로 일했던 그의 배경도 플러스 요인으로 작용했지만, 서울 유권자들의 보수화 경향도 반영돼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부터 서울시내 구청장과 서울시의원 전체를 한나라당이 석권했으며, 마포 양천 관악구를 제외한 22개 구에서 한나라당 소속 구청장 당선자들의 득표율이 열린우리당 후보들보다 25%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대선에서도 25개 모든 구에서 이 당선자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를 앞섰고, 득표율도 강북 관악 구로 금천 마포 서대문 은평 등 7개 구를 제외한 18개 구에서 25%포인트 이상 높았다. 서울에서 정 후보가 30%대를 넘은 구는 한 곳도 없었다.

2002년 대선 때만 해도 서울에서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득표율이 노무현 당선자보다 앞선 구는 강남구와 서초구 두 곳뿐이었다.

▽경기 인천, ‘버블 세븐’ 지역 한나라당 압도적=경기 역시 2002년 대선 때는 지역선거관리위원회별 후보득표율이 전체 40곳 중 31곳에서 노무현 후보가 이회창 후보를 앞섰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서는 전체 44개 지역에서 모두 이명박 당선자가 정 후보를 이겼으며, 32개 지역에서는 25%포인트 이상 차이가 났다.

인천 지역 10개 구군도 이번 대선에서 모두 이 당선자가 정 후보를 앞섰다. 2002년에는 10개 구군 중 5곳에서 노 후보가, 나머지 5곳에서 이회창 후보가 우세했다.

특히 노무현 정부에서 ‘세금 폭탄’의 집중 투하지역이 된 서울 강남 서초 송파 양천구와 경기 성남시 분당, 용인시 등 이른바 ‘버블 세븐’ 지역에서는 이 당선자가 눈에 띄게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며 정 후보를 압도했다.

이 당선자는 강남구(66.44%), 서초구(64.40%), 송파구(57.77%)에서 자신의 서울 평균 득표율(53.23%)보다 훨씬 높은 득표를 했다. 강남과 서초구는 2002년 대선에서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손을 들어줬지만 60%대 몰표를 주지는 않았다.

이 당선자는 양천구에서는 53.06%를 기록했지만 2002년 이회창 후보는 이곳에서 45.07%로 노무현(50.83%) 후보에게 뒤졌다.

이 당선자는 분당(61.54%)과 용인시 수지구(61.28%)에서도 60%가 넘는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그의 경기 지역 평균 득표율은 51.88%였다. 2002년 대선 때 노무현 후보는 분당에서 41.21%, 용인에서 46.66%를 얻어 이회창 후보와 큰 차이가 나지 않았다.

정 후보는 대선 막바지 ‘종합부동산세 완화’를 내세우며 현 정부와 범여권에 반감이 깊어진 이 지역 표심을 달래보려 시도했지만 결과적으로 성공하지 못한 셈이다. 정 후보 측도 “현 정부의 ‘세금 폭탄’ 악몽에 시달린 지역 주민의 원성을 풀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고소득 지역일수록 이 당선자에 표 몰려=지역선거관리위원회별 득표율을 들여다보면 이 당선자는 특히 고소득층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높은 지지를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이 당선자가 60% 이상을 득표한 구는 강남구(66.4%)와 서초구(64.4%)였다. 경기 양평군(62.7%)과 인천 강화군(60.5%)에서도 이 당선자의 득표율이 60%를 넘었다.

정 후보는 경기 성남시 수정구(30.5%), 경기 성남시 중원구(30.5%), 경기 부천시 오정구(30.4%) 등에서 득표율 30%대를 간신히 넘겼을 뿐이다. 서울에서는 금천구(29.5%)와 관악구(29.1%) 등에서 상대적으로 득표율이 높은 편이었다.

서울 강남구에서 정 후보의 득표율(14.7%)은 부산 득표율(13.5%)보다 조금 높은 정도였다.

무소속 이회창 후보의 경우 수도권에서 특별히 득표율이 높거나 낮은 지역 없이 10∼17%의 고른 지지율을 보였다. 이 후보는 인천 동구(17.2%)와 인천 남구(16.3%)에서 상대적으로 득표율이 높았으며, 서울 강북구(10.4%)와 성동구(10.5%)에서 상대적으로 낮았다.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靑 “실정 심판? 논평 않겠다” 불쾌▼

청와대가 20일 이번 대선이 ‘노무현 대통령 및 현 정부의 실정(失政)에 대한 심판이었다’는 분석에 대해 불쾌감을 보였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기자들이 이 같은 분석에 대한 평가를 묻자 “말할 게 없다. 대변인이 이미 논평을 하지 않았나”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이 사실상 확정된 19일 오후 10시경 “이번 선거에서 나타난 국민의 선택을 존중한다”는 논평을 냈다.

‘대변인 논평대로라면 민심이 노 대통령과 현 정부를 심판했다는 분석을 일정 부분 인정한다는 것 아니냐’고 다시 묻자 이 관계자는 “말하지 않겠다”며 대답을 회피했다.

기자들이 ‘그렇다면 유구무언(有口無言)이란 뜻이냐’고 하자 이 관계자는 “그렇게까지 생각할 분은 많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한 신문은 이번 대선을 ‘노무현 응징’이란 극한 표현으로 평했고, 여러 신문도 비슷하지만… 논평하지 않겠다”고 했다.

청와대는 특히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서 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책임론이 나오자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노 대통령은 낙선한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통화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대선 낙선자가 한두 명이냐. 정 후보에게 전화를 한다면 이회창 문국현 씨 등 대체 몇 명에게 전화를 해야 하느냐”고 말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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