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와 중복… 효율성 따져봐야”

  • 입력 2007년 12월 21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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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BBK 특검법’ 재검토론 확산

중복수사론

시한 촉박… 검찰 수사 뒤엎는 성과 어려워

비효율성

실패땐 예산만 낭비… 책임 소재 분명해야

정치 타협론

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가장 바람직

위헌론

참고인 임의동행-재판기간 제한 위헌 소지

17대 대통령 선거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압승하자 대통령 당선자를 겨냥한 이른바 ‘BBK 특별검사법’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 주변에서 확산되고 있다.

▽중복수사론=특검이 검찰 수사 결과와 크게 다르지 않을 내용을 굳이 중복 수사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이 많다.

국회를 통과한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의 수사 기한은 최대 40일. 내년 1월 초에 수사가 시작되면 새 대통령 취임식(내년 2월 25일) 전에 수사 결과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투자자문회사 BBK가 2000년 1월에 설립됐다”는 이 당선자의 육성 동영상이 16일 공개되긴 했지만 특검으로선 새 물증을 찾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법조계 인사들은 보고 있다. 특히 한정된 인력으로, 시간에 쫓기듯 수사를 하는 만큼 검찰 수사 결과를 뛰어넘는 성과를 내놓기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앞서 검찰은 김경준(41·구속 기소) 씨의 국내 송환을 앞두고 검사 12명과 수사관 41명 등 모두 53명의 매머드급 수사팀을 구성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참고인 신분인 이 후보의 측근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를 4번씩 검찰에 소환하는 등 모두 200여 명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법원으로부터 ㈜다스와 관련한 포괄 계좌추적 영장을 받아 400여 개의 국내외 자금 흐름을 추적했다. 또한 옵셔널벤처스코리아 이모 전 과장의 노트북에서 5900여 개의 컴퓨터 파일까지 복구했다.

▽비효율과 비실효성=2003년 12월 국회를 통과한 ‘노무현 대통령 측근 비리 특검’은 지금까지 진행된 6차례의 특검 중 성과가 가장 빈약했던 특검으로 꼽힌다.

이 때문에 당시 김진흥 특검은 수사 결과 발표 때 수사 성과 외에 “사무실 임차료와 특검 활동비 등 총 14억 원을 사용했다”며 특검 비용을 상세히 공개했다. 수사팀 74명의 활동비로만 하루 1630만 원씩 들었다는 것이다.

또 그는 “특검에서 (수사뿐만 아니라) 공소유지도 하게 되어 있는데 특검보 1명은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사퇴할 예정이다. 가능하면 법원에서도 재판을 빨리 끝냈으면 좋겠다”고 했다. 장영수 고려대 법대 교수는 “특검의 실패에 대해서 누가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대타협 가능성=대선과 내년 총선을 앞둔 정치권의 정략적인 특검을 계속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냐는 논리도 만만찮다.

대통합민주신당 측은 김 씨가 수사 검사에게서 회유를 받았다는 이른바 ‘검사 회유·협박 메모’를 근거로 검사 탄핵소추안을 발의하고 특검제를 추진해 왔다. 그러나 김 씨는 최근 검찰에서 “메모 내용이 사실이 아니다”라고 전면 부인했다.

이남영 숙명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검법 자체가 정치적이지 않느냐”라며 “(이 후보가) 압도적으로 당선된 것도 정치적인 만큼 (특검법 거부를 통해) 정치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철수 명지대 석좌교수도 “대통령으로서 (정권) 인수인계 과정에 지장이 생길 수 있기 때문에 노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이 제일 좋다”고 말했다.

▽위헌론=특검법의 주요 조항들에 위헌적인 요소가 많다는 것도 문제다. 영장을 제시하지 않는 참고인 임의동행명령제 외에도 기소했을 경우 △1심 재판은 3개월 △2, 3심 재판은 각각 2개월씩으로 제한한 것이 대표적인 독소조항으로 꼽혔다.

변호사협회가 특검을 추천하는 대신 대법원장이 특검을 추천하도록 한 제도도 심판 기관이 소추 기관이 되는 걸 막기 위한 입법 취지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많다.

허영 전 연세대 법대 교수는 “국회가 잘못된 법률을 독선에 의해 통과시킨 것보다는 압도적인 다수의 지지를 받은 대통령이 갖는 민주적 정당성의 효력이 더 크다”며 “검찰 수사에서 미진한 부분은 재판 과정에서 밝혀지는 것이 원칙이며 막무가내로 특검을 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靑 “상황 변화는 없다”

▽청와대 “대선과 특검은 별개”=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특검법 수용이라는 기존의 방침을 바꿀 상황의 변화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대선 결과와 특검법은 별개의 사안이며 특검은 검찰을 위해서도, 의혹을 받고 있는 사람을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 내부적으로는 특검법을 수용하는 방안과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의 위헌 논란 등을 놓고 득실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삼성 비자금 특검법과 BBK 특검법으로 현직 대통령과 대통령 당선자가 모두 특검의 수사 대상이 된 ‘묘한’ 상황이란 점에서 ‘정치적 타협점’을 모색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촬영 : 이종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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