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BBK 특검’ 원점 재검토론 ‘솔솔’

  • 입력 2007년 12월 20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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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6일 국무회의 의결 앞두고 촉각

《26일 국무회의 의결을 앞둔 이른바 ‘BBK 특별검사법’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가 19일 압도적인 표차로 차기 대통령에 당선되면서 재편될 정치 지형이 새로운 변수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특히 김경준 씨가 18일 검찰 조사에서 ‘BBK 특검법’ 발의의 도화선이 된 ‘검사 회유, 협박 메모’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진술해 특검법의 주요 근거를 무너뜨렸다.》

▽국무회의와 대통령 서명 절차 남아=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노동당 소속 의원이 주도한 이 법안은 대선 투표일을 이틀 앞둔 17일 출석의원(160명)의 만장일치로 통과됐다.

현재 상황에선 노무현 대통령과 정성진 법무부 장관이 이미 특검법 수용 의지를 밝힌 만큼 특검법이 그대로 시행될 확률이 가장 높다.

청와대는 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의 당선과 ‘BBK 특검법’은 별개라는 의견을 보였다.

청와대의 한 핵심 관계자는 19일 “특검법은 국회의 적법한 절차를 밟아 통과된 만큼 이 당선자의 득표율이 아무리 높아도 철회될 수 없는 것”이라며 “BBK 특검법에 대한 청와대의 기류는 변한 것이 전혀 없다”고 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노 대통령이 BBK 특검법에 대해 재의(再議)를 요구할 것이란 관측에 대해 “대통령이 수용하기로 했고, 검찰도 특검의 필요성을 인정했다”며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안이 정부로 넘어올 경우 26일 국무회의 심의, 의결 및 대통령 서명, 관보 게재 등의 절차를 밟게 된다.

그러나 법조계 주변에서는 특검법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적이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김경준 씨가 “(‘검사 회유, 협박 메모’가) 사실이 아니다”라고 기존의 주장을 부인하면서 자신의 입국과 관련한 상황에 대해서도 진술해 논란의 불씨를 지폈다.

검찰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수사 결과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4일 공개된 이 메모는 수사검사 탄핵 소추안 발의와 특검법의 국회통과를 촉발하는 도화선이 됐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김 씨가 말을 바꿨다면 허위사실에서 출발한 특검법을 재의해야 되는 것 아니냐”라고 말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19일 “‘김경준 메모’를 빌미로 신당 측이 일방 통과시킨 ‘BBK 특검법’은 허위사실과 정치공작에 의해 진행된 3차 공작으로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반면 대통합민주신당 최재천 대변인은 “‘BBK 특검법’은 김 씨의 ‘플리바기닝(양형협상)’을 조사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또한 검찰이 메모 유출 경위나 김 씨 입국 배후 등에 대해 수사를 진행하는 것도 특검법의 진로에 상당한 변수가 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김 씨의 입국 및 메모 유출 경위에 정치권의 개입이 드러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되고 특검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이 아닌 정치적 문제”=노 대통령이 특검법을 그대로 받아들이게 되면 기소 여부를 떠나 대통령 당선자가 특검 수사를 받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례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차기 대통령과 현 대통령이 공존하는 상황인 만큼 정치적인 차원에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만약 노 대통령이 특검법 수용을 거부한다면 법안은 국회로 그대로 되돌아간다. 그렇게 되면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출석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통과된다. 한나라당이 298석 가운데 128석을 차지한 의석 분포상 법안이 다시 가결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재경지검의 중견간부는 “특검법 자체가 정치적인 결단인데, 이 후보가 압도적인 표차로 당선된다면 그것 역시 국민의 뜻 아니겠느냐”라며 “대통령이 특검법을 수용할지 다시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새 대통령 당선자가 결정된 이후에는 특검은 법률적인 판단보다는 정치적인 게임 같다”면서 “여론의 추이와 국민통합 차원에서 현 대통령이 고민해야 될 문제”라고 말했다.

정원수 기자 needjung@donga.com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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