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씨 느닷없이 ‘난 장사꾼’ 위조 인정대신 불구속 제안”

  • 입력 2007년 12월 6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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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BK 주가조작 사건’ 수사결과가 발표된 5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6층 브리핑룸에는 200여 명의 내외신 기자가 몰려들었다. 수사를 지휘했던 김홍일 서울중앙지검 3차장이 출입구까지 막아선 취재진을 뚫고 간신히 단상으로 올라갈 정도였다.

이 자리에는 김 차장 외에 이 사건의 주임검사인 최재경 특수1부장, 김기동 부부장 등 특별수사팀 검사 12명이 배석했다. 검사들은 기자들의 질문에 따라 마이크를 돌려가며 자기가 맡은 분야에 대해 적극적으로 답변하는 등 수사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사결과 발표에 앞서 김 차장은 엄숙한 표정으로 “검찰은 이번 사건에 관해 그동안 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국민 관심이 지대한 점을 감안해 불편부당하고 엄정 공평한 수사, 신속한 수사, 보안 유지, 변호인 참여 허용 및 조사 과정 녹화 등을 통한 인권 보호의 원칙을 지켰다”고 강조했다.

김 차장이 오전 11시부터 30분간 수사결과 발표문을 읽었다. 이어 점심 식사를 거른 채 11시 40분부터 2시간 반 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했다. 다음은 김 차장과의 일문일답.

―이면계약서 진위를 어떻게 확인했나.

“논리상 이면계약서의 작성일자인 2000년 2월 21일 이전에 이 후보가 BBK 주식을 100% 소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면계약서 작성 당시에는 이 후보에게 주식이 하나도 없었다. 계약서 내용대로 BBK 주식이 LKe뱅크로 매도됐다고 하면 주주명부 개서, 회계처리, 대금 지급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그런 것도 이행된 흔적이 전혀 없고 김 씨가 자료 제시도 못했다.”

―김 씨가 ‘불구속 거래’ 제안을 언제 했나.

“김 씨가 문서감정 결과 나오고 2, 3일 전 면담을 요청해서 느닷없이 ‘저는 장사꾼이다’라고 하기에 ‘무슨 말이냐’고 했더니 ‘장사꾼은 계산이 맞아야 한다. 사문서 위조를 인정할 테니 불구속으로 해 달라’고 하더라. 어이가 없어서 ’당신은 중한 경제범죄를 지은 사람이다’라며 거절했다. 이 과정은 변호인이 다 알고 있다.”(김기동 부부장)

―김 씨가 BBK가 자기 회사라는 걸 인정하고 있나.

“김 씨는 미국에서 주장하던 것과 달리 BBK는 본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고 진술했다. 또 EBK증권중개의 금융감독원 허가가 나서 LKe뱅크의 자회사로 편입되더라도 BBK는 여전히 김 씨가 100% 주식을 갖는다는 김 씨의 자필 메모가 있다.”

―김 씨는 주가조작 해서 챙긴 돈을 어디에 썼나.

“김 씨는 별로 남은 게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회사를 인수한 뒤 유상증자하고 증자를 통해 들어온 돈을 빼먹는 형식으로 김 씨가 횡령을 저지른 회사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말고 두 개 더 발견됐다. 이 두 회사는 다 망했다.

―지만원 씨나 대통합민주신당과 관련한 무고 부분은 어떻게 했나.

“사실 오인이나 법리 오해가 있는 것으로 보고 무고 혐의는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 강남구 도곡동 땅 매각 대금이 BBK로 들어갔나.

“다스가 2000년 8월 공장 용지를 넓히기 위해 농지를 사면서 이상은 씨 명의로 등기를 했다. 다스는 대표이사 가지급금 형태로 땅값을 냈고 12월에 이상은 씨에게서 (땅값만큼의) 돈을 받은 것인데 이 돈이 도곡동 땅 판매 대금이라는 것이다. 당시 다스 통장 10개에 115억 원의 돈이 섞여 있었고 그중 10억 원이 BBK로 빠져나갔으니 도곡동 땅 판매 대금이 BBK로 갔다고 직접 연결할 수는 없다.”

―이 씨의 도곡동 땅 판매 대금 17억여 원이 다스로 들어갔다. 도곡동 땅 수사발표 시에는 ‘제3자 소유로 보인다’고 했는데 모순이지 않나.

“오늘 말씀드린 것은 ‘다스가 이 후보의 소유가 아닌 것 같다’가 아니고 ‘이 후보의 소유라는 증거가 없다’이다. 도곡동 땅 매각 대금 중 7억9200만 원이 1995년 8월 이상은 씨 명의의 유상증자 대금으로 다스에 들어갔고 2000년 12월 10억여 원이 다스 대표이사 가지급금 명목으로 들어갔다.”

―유상증자 대금으로 들어간 7억여 원은 이상은 씨의 것이 아니라는 뜻인가.

“우리가 갖고 있는 것은 자금 흐름뿐이다. 1995년 8월 땅을 판 돈에서 다스로 7억 원이 들어갔다는 것 말고는 없다. 원인 관계가 뭔지 밝힐 방법은 없다. 결국 다스의 실소유자가 이 후보인지 밝히기 위해 다스에서 나온 돈이 이 후보한테 명목 여하를 불문하고 흘러간 일이 있는지 계속 수사했다. 회계장부를 갖다 놓고 거래처 관계자를 부르고 조금이라도 이상한 게 있으면 연결계좌 추적을 했지만 돈이 간 게 없었다. 더는 해 볼 도리가 없었고 검사들의 의견이 전원 일치돼서 혐의 없음으로 처리한 것이다.”

―다스 투자금 중 30억 원은 이 후보에게서 나온 게 아닌가.

“김경준 씨는 LKe뱅크도 100% 이명박 후보 것이라고 주장했었다. 다스 투자금 30억 원이 김 씨 명의의 자본금으로 들어왔는데 김 씨는 ‘이는 차명이고,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BBK가 금감원의 조사를 받은 뒤 상환한 자금을 추적해 보니 김 씨가 변호사한테 송금을 부탁해 자기 돈으로 메워 넣었다. 30억 원이 차명자금이면 왜 본인이 냈겠나.”

―이 후보가 BBK에 투자해 달라고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전혀 없었나.

“다스가 BBK에 투자한 것은 회사의 잉여금이 수백억 원 있었고 이를 투자할 곳을 찾던 중 BBK가 연간 30% 이상 수익을 준다고 해 결정한 정상적인 투자로 판단된다.”

―하나은행은 왜 BBK에 투자했나.

“결국 이 후보가 보증책임을 지는 식의 풋옵션에 의해 5억 원의 투자가 이뤄진 것이지 누가 얘기만 해서 하나은행 투자가 이뤄진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BBK 정관 변경에 대해 김백준 씨가 알지 않았나.

“김백준 씨는 정관 제출된 것은 알았지만 변경된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 후보나 김백준 씨는 (주식 관리에) 관심이 없었고 실제로 계좌 관리는 김경준 씨가 했다.”

―다스 소유자에 대해 ‘이 후보의 것이라는 증거가 없다’고 표현했다. 만약 특검법이 통과되면 자신 있나.

“수사결과 발표하는데 자신 없이 할 수 있나.”

최우열 기자 dnsp@donga.com


촬영 : 이훈구 기자


영상취재 : 서중석 동아닷컴 기자
     박태근 동아닷컴 기자
       김영욱 동아닷컴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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