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지난달 국방회담때 NLL 재설정 공세…南, 반박

  • 입력 2007년 12월 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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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국방장관 회담 1차 전체회의. 김장수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오른쪽서 두번째)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놓고 ‘불꽃 설전’을 벌였다. 평양=공동취재단
지난달 27일 평양에서 열렸던 남북 국방장관 회담 1차 전체회의. 김장수 국방부 장관(왼쪽에서 두번째)과 김일철 인민무력부장(오른쪽서 두번째)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놓고 ‘불꽃 설전’을 벌였다. 평양=공동취재단
北 김일철 “南 괜한 트집… 이런회담 하나마나”

南 김장수 “우리 국민 영토로 인식… 北도 인정”

“북남 군 수뇌가 만나 이런 거 하나 담판 짓지 못하면 어떡한다 말이오. 이런 식이면 회담 하나마나한 것 아닙니까.”(김일철 인민무력부장)

“나뿐만 아니라 우리 국민은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해상경계선 차원을 넘어 영토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북측도 NLL을 인정해 왔지 않습니까.”(김장수 국방부 장관)

지난달 27∼29일 평양에서 열린 남북 국방장관회담에서 양측 군 수뇌가 NLL을 놓고 벌이던 ‘불꽃 튀는 설전’의 일부 내용이 알려졌다.

2일 복수의 군 소식통에 따르면 북측 수석대표인 김 부장은 회담 첫날 날씨와 회담장인 평양 시내 대동강변의 송전각초대소를 화제로 부드러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하지만 전체회의가 시작되자마자 NLL의 부당성을 비난하며 김 장관을 거세게 몰아붙였다.

김 부장은 “내가 해군이라서 잘 안다. NLL은 정전협정을 앞두고 클라크 장군(당시 유엔군사령관)이 우리와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그은 선이다. 왜 그것을 고집하느냐”며 공동어로수역을 NLL 이남에 설정할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그는 잔뜩 굳은 표정으로 “이것(NLL 문제)만 해결되면 (다른 의제들은) 다 잘 해결되는데 남측이 괜한 트집을 부리고 있다”며 “이런 식이라면 회담 하나마나한 것 아니냐”며 여러 차례 언성을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부장이 발언하는 동안 다른 북측 대표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입을 꾹 다문 채 남측 대표단을 쏘아보거나 고개를 끄덕이는 등 ‘지원 사격’에 나섰다.

이에 김 장관은 시종일관 차분하고 단호한 어조로 북측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 장관은 “1999년 연평해전과 2002년 서해교전을 계기로 우리 국민이 NLL의 안보적 중요성을 절실히 느끼게 됐고, 반드시 지켜야 할 영토라는 인식이 확고해졌다”며 ‘NLL 양보 불가’ 태도를 고수했다.

김 장관은 실크웜 지대함(地對艦)미사일과 해안포, 고속어뢰정 등 NLL 인근 지역에 집중 배치된 북측 서해 전력의 실상을 김 부장에게 낱낱이 거론하면서 이런 상황에서 NLL을 양보하라는 요구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음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또 NLL이 실질적 해상 군사분계선으로 자리 잡게 된 역사적 배경과 북측이 1973년 초까지 20년간 NLL을 인정해 온 구체적 사례들을 들며 북측 주장이 억지임을 집중 공략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담 내내 양측 군 수뇌 간 ‘NLL 공방’이 계속된 탓에 뒤이어 열린 실무대표 접촉에서도 공동어로수역 위치를 놓고 한 치 양보 없는 기싸움이 벌어졌다고 군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편 김 장관은 “북측에선 부인하지만 국군포로는 엄연히 존재하는 것 아닌가. 국군포로 송환 문제에 대해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 달라”고 말했다. 김 부장 등 북측 대표단은 이를 듣고 별 반응을 보이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장관은 지난달 30일 참모들과의 오찬 회동에서 “NLL을 지켰으니 국군포로 1명이라도 데리고 왔으면 좋았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고 한다.

군 소식통은 “김 장관이 ‘NLL 양보 불가’ 원칙을 고수하자 북측이 막판에 고집을 꺾고 다른 의제에 합의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북측 내부에서 ‘근본 문제’는 반타작도 못 했다는 평가가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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