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많이, 깨끗하게… “실탄을 확보하라”

  • 입력 2007년 11월 30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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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차입금 280억+보조금 112억… “모자라도 할수없다”

이회창 보조금 못받고 담보도 없어… 지인들에 30억 빌려

정동영 116억 보조금 벌써 바닥… 특별당비 걷고 대출 준비

《선거와 돈은 불가분(不可分)의 관계다. 적게는 후보의 얼굴과 기호를 알리는 선거 포스터 제작에서부터 많게는 신문·방송 광고 제작과 TV 연설 등에 수십억 원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각 후보 캠프들은 허리를 졸라매고 있다. 2002년 대선자금 문제가 삼성 비자금 의혹 특검 등으로 다시 이슈가 되면서 ‘눈먼 돈’을 받아 쓸 수도 없게 됐기 때문이다.》

▽이명박, 모자라는 대로=한나라당 이명박 후보 측은 이번 대선의 법정 선거자금 한도가 465억9300만 원이지만 400억 원이 넘지 않는 선에서 선거를 치르기로 했다.

한나라당은 15일 금융권에서 280억 원을 빌렸고, 28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로부터 선거보조금 112억 원을 받아 392억 원을 마련했다.

당의 한 관계자는 “선거대책위원회 관계자에게 순수하게 선거자금을 지원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해 온 경우가 있었지만 딱 잘라 거절한 것으로 안다. 불법자금을 받아 썼다가 문제가 되면 꼼짝 못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방호 선거대책본부장은 “모자라면 모자라는 대로 쓴다. 힘들어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들은 선거 포스터와 책자형 및 전단형 선거공보물 제작 및 배송에 35억 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또 선거운동원에게 수당을 지급해야 하며 유세차량 대여 비용도 60억∼70억 원가량 소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선대위의 한 관계자는 “방송 및 신문의 광고, 각종 홍보물 제작, 유세차량 지원 등 홍보 비용에 전체 선거자금의 3분의 2 정도가 투입된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선거 기간(22일간) 선거사무장이나 선거사무원을 최대 4000명까지 쓸 수 있다. 이들의 인건비는 수당과 식대를 포함해 일당 7만 원씩, 총액이 최대 75억 원이다.

▽이회창, 전부 빌려서=무소속 이회창 후보는 대선비용을 전액 빌린 돈으로 충당하고 있다. 정당 소속이 아니기 때문에 선관위 선거보조금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이날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대선비용 조달 문제에 대해 “선거에서 15% 이상 득표하면 (선거비용 전액을) 환급받는다. 15% 이상 득표는 틀림없기 때문에 환급금을 담보로 빌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의 대선비용을 관리하는 이흥주 홍보팀장은 “물적 담보가 없기 때문에 은행 등 금융권에선 빌리지 못하고 있다. 선거비용은 전액 이 후보나 캠프 관계자의 지인, 친척 등 개인에게서 빌렸다”고 설명했다.

이 후보 측은 지금까지 30억 원가량을 빌려 후보 등록 기탁금 5억 원과 TV CF 제작 비용 등에 쓴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세차량 101대를 빌리기로 계약만 해 놓고 아직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속을 태우고 있다.

캠프의 한 관계자는 “주변에 돈 많은 사람이 있어도 빌리기가 쉽지 않다. 출처가 분명하지 않으면 빌린 캠프나 빌려 준 사람이나 나중에 문제가 생길 경우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 후보 측은 70차례에 걸쳐 내보낼 수 있는 신문 광고를 10차례만 하고, 20분씩 11차례 할 수 있는 TV 연설도 시간과 횟수를 줄여 최대한 비용을 절약할 계획이다.

▽정동영, 특별당비 등으로=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 측은 28일 중앙선관위로부터 받은 선거보조금 116억 원 중 일부를 각 지역 선대위에 내려 보냈다.

선대위 관계자는 지방에 보낸 액수에 관해 “병아리 눈물만큼밖에 안 된다. 그동안 당내 경선 하면서 진 빚과 대선 광고비 등에 쓰려고 빌렸던 돈을 갚고 나니 남는 게 별로 없다”고 말했다.

당 관계자들은 최근 제2금융권을 통해 돈을 빌리려고 시도하고 있지만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한 당직자는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소속 의원 몇이 여러 저축은행 등을 돌아다녔지만 ‘담보가 없어 빌려 주기 어렵다’는 말을 들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2주 전 소속 의원 보좌진이 2000만 원을 모아 특별당비를 낸 데 이어 최근 당직자 중 국장급 이상은 50만 원, 국장급 이하는 10만 원씩 모아 선대위에 전달했지만 큰 보탬은 안 됐다.

문학진 선대위 총무본부장은 “내년 총선 공천을 조건으로 선거비용을 대겠다는 사람이 한두 명 있었는데 ‘선거 망칠 일 있느냐’며 돌려보냈다”고 말했다.

선대위의 한 고위 관계자는 “다음 주 중 BBK주가조작 사건 중간수사 발표 등으로 전세가 반전되면 분위기도 바뀌어 자금 융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국현, 주식 담보 대출-당비로 충당

권영길, 진성당원 특별당비에 의존

이인제, 본인-당원들 십시일반 모아▼

▽문국현, 이인제, 권영길=창조한국당 문국현 후보는 선거비용의 상당 부분을 자신의 재산에서 충당할 수밖에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선관위 선거보조금이 1706만 원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문 후보는 최근 보유 주식을 매각하려 했으나 스톡옵션으로 받은 주식의 경우 거래가 제한된 경우가 많아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선거자금을 조달했다.

최근 이용경, 이정자 공동대표와 김영춘 선대본부장, 곽노현 대변인 등 주요 당직자들이 1000만 원씩 특별당비를 내 1억 원가량을 모았지만 여전히 자금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주로 특별당비를 받아 대선자금을 조달하고 있다. 민노당은 요즘 진성당원 10만 명에게 1인당 5만 원 이상 당비를 내도록 독려하고 있다. 선거보조금 20억 원은 후보등록 기탁금 5억 원을 내고 법정 공보물을 만드는 데 모두 썼다.

김선동 당 사무총장은 “다른 후보의 경우 돈을 빌리기도 하지만 대선에서 득표를 10% 이상 하지 못하면 전혀 환급을 못 받으니까 아무도 돈을 빌려 주려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민주당 이인제 후보 측은 선거비용을 아끼기 위해 책자형 선거공보를 A4 용지 단 한 장으로 만들었다.

이 후보 측 대선자금은 현재 선거보조금, 이 후보 본인이 빌린 돈, 당원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은 특별당비 정도다. 일부 후보는 유세버스를 100대 이상 임차했지만 이 후보는 단 2대 빌렸을 뿐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이종훈 기자 taylor55@donga.com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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