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3통 해결’은 별 진전 없어…남북총리회담 둘째날

  • 입력 2007년 11월 16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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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찾은 北총리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북한 김영일 내각총리가 남북 총리회담 이틀째인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전시물인 향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국립중앙박물관 찾은 北총리 한덕수 국무총리(오른쪽)와 북한 김영일 내각총리가 남북 총리회담 이틀째인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전시물인 향로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정부 “합의문에 정상선언보다 풍성한 내용 담길 것”

核논의는 전무… “16년 전보다 못한 회담” 지적도

정부는 이번 남북 총리회담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2007 남북 정상선언의 가장 핵심적인 합의사항”이라고 평가했던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구상을 실현하기 위한 장관급 추진기구 구성에 주력했다. 첫 회의를 12월 초 열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은 해주특구 건설을 위한 실사단을 파견하고, 내년 4월 백두산 관광을 시작하기 위해 항공협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라 실무협의를 갖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경제협력추진위원회(차관급) 대신 신설되는 남북경제협력공동위원회(부총리급)를 다음 달 초순 열기로 잠정 합의했다.

정부 당국자는 “남북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45가지 내용에 대한 이행 방안을 충분히 논의했다”며 “합의문에는 정상선언보다 훨씬 풍성하고 다양한 내용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위한 선결조건에 해당하는 공동어로수역 설정과 개성공단 활성화를 위한 △통신 △통행 △통관 등 이른바 ‘3통’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는 별 진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덕수 국무총리와 북한 김영일 내각총리는 15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아 전시실을 1시간 반 정도 둘러보며 대화를 나눴다. 김 총리는 박물관 측의 설명에 “그래요? 아…”라고 맞장구치거나 “이게 고구려 때 유물인가”라며 관심을 보였다.

김 총리는 ‘평양의 고분벽화를 보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디지털카메라를 설치해 남한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하자’는 김홍남 박물관장의 제안에 대해 “좋은 의견”이라고 답했다. 한 총리는 “사회문화 교류 분야에서 논의할 일”이라고 거들었다.

김 총리는 북측 관계자를 시켜 방명록에 ‘민족의 유산’이라고 미리 써놓게 한 뒤 참관이 끝난 후 그 아래에 직접 서명했다. 박물관 측은 김 총리에게 전시 유물 도록과 모형 금잔을 선물했다.

○…남북 대표단은 이날 저녁 서울 강남의 한 음식점에서 만찬을 했다. 정부 관계자는 남북 행사 때 단골로 이 음식점이 선정되는 이유에 대해 “북측 관계자들이 이곳 갈비를 특히 좋아한다”고 말했다.

북측의 한 관계자는 “나는 이곳에만 4번 와서 이제 질린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남북 대표단은 분위기가 무르익자 폭탄주를 돌리며 우의를 다졌다. 이날 만찬에는 북측 대표단 43명 전원이 참석해 합의문이 대부분 완성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한편 두 총리는 이날 오전 7시 반 남측의 제안으로 워커힐호텔 산책로를 30여 분간 산책했다.

○…이번 회담이 열리고 있는 워커힐호텔은 16년 전인 1991년 12월 5차 남북 고위급회담이 열렸던 장소. 하지만 논의 내용은 16년 전에 비해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시 정원식 국무총리는 기조연설에서 “민족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심각한 불안의 근원은 북한 측이 핵무기를 개발하고 있는 사실에서 비롯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고위급 상설회담인 이번 총리회담에서 정부는 경제 협력에 치중하는 바람에 북한 핵문제와 관련해 ‘핵’자도 꺼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이상록 기자 myzod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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