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만취어선’ 월북…軍, 12시간 추적-감시하고도 놓쳐

  • 입력 2007년 10월 23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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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선 우진호(30t)가 지난해 12월 동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 월북할 당시 군 당국이 레이더와 함정으로 12시간 이상 추적 감시하고도 월북을 막지 못한 것으로 밝혀졌다.

2005년 4월 황만호 월북사건 때 드러난 허술한 해상 경계가 반복됐지만 군 당국이 그 실상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돼 당시 군 작전 상황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같은 사실은 합동참모본부와 해양경찰청이 22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황진하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서 드러났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5일 오후 3시 반경 경북 영덕군 강구항을 출항한 우진호의 기관사 이모(46) 씨는 선주와 말다툼을 한 뒤 만취 상태에서 선장 몰래 어선을 타고 월북을 감행했다.

당시 해안지역 감시레이더로 우진호의 출항을 확인한 육군은 북상하는 우진호를 이상 동향으로 파악해 부대들이 인계하며 레이더로 계속 추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출항 11시간 뒤인 26일 오전 2시 반경 우진호는 출항지에서 240km 떨어진 강원 속초항 동쪽 83km 해상까지 진출했다. 인근에 있던 해군 함정도 우진호를 발견하고 추적 감시에 들어갔다.

하지만 26일 오전 3시 55분경 NLL 남쪽 약 9km 해상까지 북상한 우진호는 갑자기 해군 함정의 레이더에서 사라져 군의 감시망에서 벗어난 것으로 밝혀졌다.

우진호는 NLL을 넘어 27일 오후 1시경 원산항 앞바다에서 북한 경비정에 발견됐으며, 북한은 올해 1월 12일 이 씨와 선박을 송환했다. 이 씨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입건돼 집행유예 처분과 함께 보호관찰 및 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한편 황만호 월북사건 이후 육해군과 해경은 재발 방지를 위해 2005년 5월부터 우진호 월북사건 직전까지 21차례에 걸쳐 해상 합동훈련을 실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우진호 월북사건 발생 나흘 전에도 군과 해경은 초계함과 경비함, 고속정 여러 척과 레이더기지 요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어선의 월북 차단훈련을 했지만 실제 작전은 실패해 훈련이 형식에 그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황 의원은 “북한의 NLL 무력화 공세와 정부 내 NLL 흔들기가 계속되는 가운데 어선의 월북을 제대로 막지 못한 것은 영해 수호의 빈틈을 노출한 것으로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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