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은 되고 이란은 왜 안되나”

  • 입력 2007년 10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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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북핵 6자회담 진전에 “같은 해법 적용” 여론

일각선 “이란엔 中 같은 중재자 없어 조건 달라”

북한 핵 6자회담의 진전은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에게 그야말로 가뭄 속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이라크전쟁이 수렁에 빠진 뒤로 외교적 성공에 목말라 왔기 때문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궁극적으로 포기할지, 대량살상무기 확산 의혹은 어떻게 처리할지를 놓고 미국 주요 신문과 방송이 잇달아 문제를 제기했지만 백악관과 국무부는 홍보에 여념이 없다.

부시 대통령이 북핵 협상 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를 백악관으로 불러 아침식사를 함께하며 한껏 ‘띄워 주기’에 나설 정도다.

이런 분위기에 따라 ‘이란 핵 위기도 협상을 통해 풀어야 한다’는 여론이 미국 내에서 높아지고 있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3일 인터넷판에 게재한 ‘북한의 교훈’이란 칼럼에서 “뭔가 얻고 싶으면 줘야 한다”는 힐 차관보의 말을 인용하면서 “국무부의 북핵 협상은 협상이 무엇인지를 보여 줬다. 왜 이란에는 적용할 수 없는가”라고 촉구했다.

뉴스위크는 2003년 리비아의 핵 포기 사례도 들면서 “당시 협상에 성공했던 이유는 존 볼턴 같은 강경파를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해 달라는 영국 등의 요구를 부시 대통령이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지난해 중간선거를 고비로 네오콘(신보수주의)이 행정부 내 주요 결정라인에서 대부분 물러난 현 상황과 유사함을 강조한 것이다.

부시 대통령도 3일 펜실베이니아 주에서 한 연설에서 “만약 미국이 북한과 했던 것처럼 ‘이란과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이냐’라고 묻는다면, 뭔가 얻을 수 있고 목표를 이룰 수 있는 한, 대답은 ‘그렇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날 부시 대통령이 부연 설명했듯이 ‘이란과 북한의 조건은 엄연히 다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사주간지 타임 인터넷판은 4일 ‘북한이 된다면 이란이 안 될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특집 기사에서 ‘이란 핵 문제는 북한과 했던 것과 같은 대타협으로는 조속히 해결될 것 같지 않다’고 분석했다.

타임은 ‘경제 원조를 무기로 북한을 압박하고, 미국엔 외교 이외엔 해법이 없음을 주지시킨’ 중국 같은 중재자가 이란 핵 위기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핵 프로그램 진도도 크게 다르다. 북한이 핵실험까지 한 반면 이란은 핵확산금지조약(NPT)에 남아 있으며 핵무기를 제조하는 단계까지 가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

북한과는 달리 미국 국내 정치 구도가 이란에 대해 양보를 하기 어렵게 만든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란이 이스라엘을 위협한다는 점 때문에 부시 행정부는 친이스라엘 유권자와 민주당의 압력을 강하게 받고 있다는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이란은 북한에 비해 미국에 대해 아쉬운 게 훨씬 적다.

이란은 세계 5대 원유 수출국의 하나이며 사담 후세인 이라크 정권의 붕괴 이후 지역 내 영향력을 갈수록 키워 가고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할 때 북한과 달리 미국과 당장 협상을 해야 할 ‘절실함’이 없다는 분석이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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