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와의 전쟁’ 외치더니… ‘선심성’ 논란

  • 입력 2007년 9월 21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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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5000채 사들여 장기 임대주택으로 활용

세제 혜택 통해 민간부문서도 2만채 매입 유도

업계 “수익 낮은 지방임대에 민간펀드 참여 의문”

정부가 내년까지 미분양 아파트 5000채를 직접 사들여 장기 임대주택으로 이용한다.

또 펀드 등을 조성해 민간 부문에서 내년까지 2만 채를 추가로 매입하도록 유도할 방침이며 대전 대구 광주 등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일부 지역을 투기지역에서 해제키로 했다.

정부는 20일 이 같은 내용의 ‘미분양 아파트 해소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7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아파트가 9만 채를 넘어서면서 중소 건설사들의 연쇄 부도를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정부는 물론 민간 자금까지 동원한다는 계획을 담고 있다.

하지만 수익성을 중시하는 민간 부문이 정부의 뜻대로 움직인다는 보장이 없을 뿐 아니라 이미 중소 건설사들의 줄도산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뒷북 정책’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특히 그간 ‘투기와의 전쟁’을 선언하며 초강경 대책을 쏟아내던 정부가 대선을 앞두고 갑자기 방향 선회를 해 그 배경이 의문시된다는 반응도 많다.

○ 정부가 ‘땡 처리 물량’ 해결사 나서

건설교통부는 우선 국민주택기금을 투입해 내년까지 미분양 아파트 5000채를 매입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전용면적 60m²(18평) 이하는 국민임대주택으로, 60m² 초과는 비축용 임대주택으로 활용한다.

주로 완공된 뒤에도 미분양으로 남아 있는 아파트를 사들일 예정이며 2009년 이후에는 시장 상황에 따라 추가 매입 여부를 결정키로 했다.

매입 가격은 60m² 이하는 국민임대주택 건설단가(3.3m²당 456만 원)와 감정가를 비교해 이중 낮은 가격을 기준으로 한다. 반면 60m² 초과는 건설사들이 미분양 아파트 전문 업체에 넘기는 소위 ‘땡 처리’ 가격으로 사들일 방침이다.

서종대 건교부 주거복지본부장은 “매입 재원은 국민임대주택용으로 이미 배정된 자금을 동원하기 때문에 추가로 조성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민간 부문에도 세제 혜택이나 자금 지원을 통해 내년 말까지 2만 채의 미분양 아파트를 사들이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김석동 재정경제부 차관은 “리츠나 펀드가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임대하면 149m² 이하에 대해서는 종합부동산세와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또 기업이 미분양 아파트를 사서 사원임대주택으로 쓸 때도 국민주택기금을 지원키로 했다.

○ 지방 12곳 주택투기지역 해제

지방 광역시를 중심으로 투기지역도 일부 해제된다. 주택담보대출 규제를 풀기 위해서다.

정부는 20일 부동산가격안정심의위원회를 열고 △대전 중구, 서구, 대덕구 △충북 청주시 상당구, 흥덕구와 청원군 △대구 동구, 북구, 달서구 △경북 포항시 북구와 구미시 △광주 광산구 등 12곳을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하기로 했다. 대신 경기 안산시 단원구는 토지투기지역으로 신규 지정했다.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되면 대출을 받을 때 담보인정비율(LTV)이 40%에서 60%로 높아지고, 총부채상환비율(DTI) 적용에서 제외된다.

한편 부동산 업계에서는 이번 대책이 지방의 미분양 물량을 줄이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이 되겠지만 근본적인 대안은 될 수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민간 펀드가 수익률이 낮은 지방 임대사업에 뛰어들지 의문”이라며 “대선을 앞두고 지방 민심을 돌리려는 궁여지책 아니냐”고 말했다.

7월 말 현재 전국 미분양 주택은 9만822채로 지방에 94%(8만5318채)가 몰려 있다.



고기정 기자 koh@donga.com

정세진 기자 mint4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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