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바뀐 4, 5위… 무효표 53%… 지역 불균형… ‘날림 컷오프’

  • 입력 2007년 9월 6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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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 집계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들이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후보 예비경선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연합뉴스
득표 집계
대통합민주신당 국민경선위원들이 5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대선후보 예비경선 결과를 집계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합민주신당이 5일 오후 대선후보 컷오프(예비경선) 결과를 공표하면서 4위 유시민 후보와 5위 한명숙 후보를 각각 5위와 4위로 바꿔 발표한 뒤 7시간여를 방치하는 등 극심한 혼선을 빚었다. 당초 컷오프를 주관한 당 국민경선위원회(국경위) 측은 개별 후보가 얻은 득표수와 순위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으나 일부 후보 측의 요청으로 이를 공개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컷오프가 끝나면서 본경선이 임박했지만 당은 아직 여론조사 반영 등에 대한 경선 룰도 정해 놓지 않아 비난을 사고 있다. 그때그때의 상황 논리에 맞추어 후보자들끼리의 정치적 합의를 통해 규정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고 있기 때문. 이로 인해 시작부터 대리접수, 동원선거라는 구태를 빚었던 신당은 경선관리 미숙과 함께 원내 제1당이라는 현실, ‘민주세력’이라는 자칭이 무색할 정도의 ‘묻지 마 날림 경선’에 대한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부 후보가 경선관리의 신뢰도와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할 것으로 보여 상당한 후유증도 예상된다. 》

■ 대통합민주신당 예비경선 혼선 극심

‘4위 한명숙 - 5위 유시민’ 7시간 동안 방치

뒤늦게 “실무자가 여론조사 비율 잘못 계산”

전화조사 무효표 많아 선거인단 표심 더 작용

호남 선거인단 비율 29%… 인구 비례의 3배

▽뒤바뀐 순위=이날 오후 11시 30분경 이목희 국경위 부위원장은 국회 의원회관 자신의 사무실에서 오후 2시 때의 순위 발표를 정정해 “당초 5위라고 했던 유시민 후보가 4위를, 4위였던 한명숙 후보가 5위를 한 것으로 최종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는 “실무자 착오로 일반 여론조사 반영비율을 잘못 대입해 곱하는 바람에 이렇게 됐다”며 “후보들의 재검표 요구가 있으면 조사 결과를 낱낱이 공개하겠으며, 이런 사태가 빚어진 데 대해 책임을 지겠다”고 말했다.

이런 와중에 국경위가 당초 약속을 어기고 특정 후보 측에만 득표 결과를 흘려준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실제로 ‘바뀐 순위’의 당사자인 유 후보를 비롯한 다수 후보 진영에서는 이날 밤 12시까지도 공식 통보를 받지 못했다.

▽무효표가 더 많은 조사=국경위에 따르면 이번 컷오프의 선거인단 1만 명 가운데 유효응답은 4714건에 지나지 않았다. 표본의 절반이 넘는 53%가 무효였던 셈.

1만 명의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 여론조사에서 통화에 성공한 7201건 가운데 2487건이 유효 응답으로 처리되지 않았으며, 아예 통화에 실패한 것도 2799건이었다. 통화실패 중에는 933건이 전화기 사용 정지, 접속 장애, 결번 등으로 통화가 안 된 것으로 나타나 8월 말 1차로 22만여 명을 걸러냈음에도 여전히 ‘타의에 의한 선거인단 등록’이 남아 있는 것으로 후보 진영에서는 추측했다.

통화에 성공한 7201건 중에서도 제대로 답변하지 않은 경우가 1834건, 본인이 아니라고 했거나 본인의 가족 등이 받아 응답하지 못한 경우가 653건이었다.

무효표 양산으로 인해 당초 선거인단 표수만큼의 비중을 두었던 일반인 2400명(대통합민주신당 지지자 혹은 무당파라고 밝힌 사람) 여론조사의 실질반영비율도 2분의 1가량 낮아졌다. 선거인단 1만 명을 기준으로 할 때 2400명의 여론은 1명당 4.2표로 환산되지만 4714명만 답을 했으므로 1명당 약 2표로 적용됐던 것. 당초 예상보다 2배가량 선거인단의 표심이 이번 컷오프에 많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전북, 선거인단 비율 가장 높아=본보가 이날 입수한 ‘지역별 예비경선 선거인단’ 자료에 따르면 선거인단의 거주지는 서울(24.2%)에 이어 전북(14.6%) 경기(12.4%) 전남(7.5%) 광주(7.2%) 순으로 많았다.

이 수치는 8월 말까지 잠정 집계된 67만 명의 경선 선거인단을 대상으로 한 것. 이 중 호남 지역 선거인단 수는 29.3%(19만6500여 명)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전국에서의 호남 지역 인구 비율(약 10.2%)의 3배에 해당한다.

선거인단의 거주지가 특정 지역에 쏠려 있어 해당 지역에 연고가 있는 특정 후보가 유리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오픈 프라이머리(국민경선)’를 통해 민심을 정확히 반영하자는 당초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기 인천과 대구 경북은 상대적으로 인구에 비례한 선거인단 수가 2분의 1가량 적었다. 전북 다음으로는 제주가 인구 대비 선거인단 수가 3배 많았는데, 이는 15일 첫 경선이 시작되는 상징적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각 후보 진영에서 ‘동원’에 각별한 신경을 썼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한나라당의 대선 경선 때를 포함해 일반적인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표본이 지역별 인구비례에 맞춰 보정된다.

▽‘묻지 마 날림 경선’=국경위는 전날만 해도 컷오프 통과 순위는 발표하지 않기로 했으나 이날 오후 4시 20분경 당초 계획을 변경하고 이목희 부위원장이 국회에서 브리핑을 통해 공개했다.

이후 손학규 후보에 별로 뒤지지 않는다는 정보를 입수한 정동영 후보 측이 ‘정확한 득표 차도 공개하라’고 요구하자 국경위 측이 7시경 정 후보 측에만 상세한 결과를 알려주었고, 정 후보 측은 이를 저녁 뉴스 시간이 잡혀 있는 방송사들에 공개하며 일반에 알려지게 됐다.

국경위 측은 후보들의 자세한 득표 결과를 외부에 공개하는 과정에서 순위가 바뀐 것을 인지했으나 이에 대한 처리 방안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4시간여를 우왕좌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경위 소속 이인영 의원 등은 이날 오후 10시경 서울 영등포 당사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대책을 숙의하기도 했다.

조인직 기자 cij1999@donga.com

장강명 기자 tesomi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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