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盧대통령 친서엔 나흘째 ‘…’

  • 입력 2007년 8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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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수해 구호품 육로로 전달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한 긴급 구호물자가 23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에 처음으로 전달됐다. 이날 25t 트럭 40대 분량의 라면, 담요, 생수 등 생필품이 지원됐다. 정부는 30일까지 모두 71억 원어치를 북측에 지원할 예정이다. 파주=홍진환 기자
北수해 구호품 육로로 전달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한 긴급 구호물자가 23일 경의선 육로를 통해 북한에 처음으로 전달됐다. 이날 25t 트럭 40대 분량의 라면, 담요, 생수 등 생필품이 지원됐다. 정부는 30일까지 모두 71억 원어치를 북측에 지원할 예정이다. 파주=홍진환 기자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북한의 집중호우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에 대해 위로의 뜻을 전달하는 친서(親書)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보냈지만 북한은 아직 묵묵부답이다.

국제 관례에 따라 일반적으로 보내는 전문보다도 격(格)을 한 단계 높였지만 김 위원장은 답신을 보내지 않고 있는 것.

남측 판문점 연락관은 20일 노 대통령의 친서 원본을 북측 연락관에게 직접 전달했다. 노 대통령은 친서에 “피해의 조속한 복구와 함께 주민들의 고통이 해소되기를 바란다. 우리 측도 복구에 필요한 협력을 할 것”이라는 내용을 담았다.

이와 관련해 조선중앙통신은 21일 “위대한 영도자 김정일 동지께 남조선의 노무현 대통령이 20일 우리 지역에서 입은 큰물 피해와 관련해 위로친서를 보내 왔다”고 짤막하게 사실 보도만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은 17일 전달된 중국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위로 전문에는 반응을 보였다.

북한 관영 방송들은 22일 “김 위원장은 후 주석의 위로 전문에 사의를 표하는 답전을 21일자로 보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답전에서 “큰물 피해를 본 것과 관련해 위문 전문을 보내준 데 대해 사의를 표합니다”라고 밝혔다.

국제 의전 관례에 밝은 정부 당국자는 “상대국의 재난 등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한 사건에 대해서는 전문을 보내는 것이 관례이고, 피해국은 즉각 사의를 표하는 답신을 보낸다”며 “정상의 전문에는 해당국의 정상이 답하는 것이 예의”라고 말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한 수해에 대해 대통령이 위로를 표명한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지 북측이 답신을 하느냐는 부차적인 것”이라고 말했다.

남측이 매년 30만∼50만 t의 쌀을 제공하지만 북한은 무상 지원이 아닌 차관(借款)이라는 이유로 답례를 하지 않는다. 다만 대한적십자사 명의의 비료 지원에 대해서는 종종 사의를 표해 왔다.

한편 정부는 23일 북한 수해 지원을 위한 긴급구호 물자를 처음으로 북송했다.

정부는 라면과 담요, 긴급·응급구호 세트, 생수 등 25t 트럭 40대 분량의 대북 수해 지원 물자를 이날 오후 경의선 육로를 통해 개성 봉동역으로 전달했다. 정부는 앞으로 500억여 원 규모의 지원을 추가로 할 계획이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北수해 작년의 10배” 조선신보 보도▼

북한을 대변하는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기관지인 조선신보는 23일 북한 큰물피해대책위원회 중앙상무 조영남 책임자의 말을 인용해 “작년 여름에도 비가 많이 내렸는데 올해 수해의 총체적인 규모는 금액으로 계산하면 아마 (작년의) 10배를 넘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조 책임자는 “이번 큰물로 많은 농경지가 유실됐다”며 “앞으로 식량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9월 말까지는 피해를 기본적으로 가시는 사업들을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 책임자는 “가장 중요한 것이 식량 보장 대책”이라며 “확보된 식량을 나눠 주기 위한 조직사업을 진행하는 한편 간장, 된장, 소금을 비롯한 1차 식품을 수해지역 주민에게 제공하기 위해 생산체계의 정비를 다그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수송이 보장돼야 식량도 나르고 복구를 위한 자재도 나를 수 있어 철도와 도로의 복구에 힘쓰고 있다”며 “폭우가 내린 14일까지는 손을 대지도 못했지만 현재는 평양∼청진 철도가 복구됐다”고 전했다.

그는 “7∼14일 지역별로 300∼800mm의 많은 비가 내렸다”며 “며칠 사이에 북한 연간 강수량(1000∼1800mm)의 70∼80%가 퍼부은 셈”이라고 말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北-中 정상회담 준비설 나돌아▼

류샤오밍(劉曉明) 북한 주재 중국대사와 닝푸쿠이(寧賦魁) 주한 중국대사가 최근 각각 한 달 이상 주재국을 비워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류 대사는 지난달 9일 평양 양각도 국제호텔에서 열린 조중(朝中)친선조약 체결 46주년 기념행사에 참가한 뒤 현재까지 북한에서 개최되는 각종 공식행사에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닝 대사는 6월 말부터 8월 초까지 베이징(北京)에 머물렀다.

류 대사와 닝 대사는 각각 업무 보고 및 휴가를 겸해 베이징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남북 정상회담을 전후해 북한과 중국이 정상회담을 개최하기 위해 준비작업을 하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돌고 있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북한이 올해 6월부터 중국과 정상회담을 추진해 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주한 중국대사관 관계자는 “남북한의 중국대사는 매년 여름 업무 보고 겸 휴가를 위해 한 달 이상씩 임지를 비워 왔다”며 “올해라고 해서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베이징=하종대 특파원 orio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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