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은 核에 달렸다

  • 입력 2007년 8월 10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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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외의 남북문제 전문가들은 28∼30일 평양에서 열리는 제2차 남북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문제를 핵심 의제로 다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한 정상 간의 논의에서 도출되는 합의 내용은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여러 차례 언급했던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遺訓)”이라는 식의 원론적 선언 수준이 아니라 북핵 완전 폐기에 대한 약속이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같은 목소리가 힘을 받는 것은 2000년 제1차 정상회담 이후 지속적으로 이뤄진 ‘대북(對北) 퍼주기’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지난해 10월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를 핵공포로 몰아넣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한나라당의 제안=고든 플레이크 맨스필드재단 사무총장,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 돈 오버도퍼 존스홉킨스대 국제대학원(SAIS) 교수 등 미국의 한반도 전문가 5명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남북 정상회담 5대 쟁점을 제시하면서 북핵 문제의 실질적 논의를 제1과제로 꼽았다.

플레이크 사무총장은 “노무현 대통령은 회담 의제의 초점이 북한의 비핵화에 맞춰지도록 해야 하며 그러지 못할 경우 북핵 논의에서 한국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훼손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노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을 약속하도록 압박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홍순영 전 통일부 장관은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북핵 문제가 돼야 한다”며 “정상회담의 성패는 6자회담 (2·13 합의) 이행에 대한 논의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도 이날 △북핵 폐기를 위한 실질적 성과 △북핵 폐기 없는 평화선언·종전협정 체결 밀실 논의 반대 △국군포로·납북자 송환 및 북한 주민 인권 개선 가시적 성과 △투명한 회담 추진 등 4개항을 정부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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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핵 뺀 이해찬의 의제=그러나 방북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개최를 위한 물밑 협상에 참여했던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9일 열린우리당 동북아위원회에 참석해 “노 대통령과 긴밀히 협의하는 과정에서 정상회담 예상 의제로 △정상회담 정례화 △군비 감축을 위한 회담기구 설치 △남북 간 연락대표부 설치 △비무장지대의 평화적 이용 △이산가족 문제 해결 △6·25전쟁 전사자 확인 등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이 전 총리가 제안한 의제에는 북핵 문제가 빠져 있다.

회담 개최일이 20일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 의제를 정하지도 않은 채 정상회담 개최에 합의한 탓에 정부 내에는 핵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의 남한 배제 전략=게다가 북한은 1950년 6·25전쟁 이래 50년이 지나도록 핵 문제를 포함한 안보 문제를 미국과 담판 짓겠다는 ‘통미봉남(通美封南)’ 원칙을 고수해 오고 있다.

김 위원장도 비핵화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 △미군의 핵 위협 제거가 북핵 폐기의 전제조건이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북한은 비핵화 2단계인 핵프로그램 신고와 핵시설 불능화 협상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진행 중이라는 이유를 들어 핵 문제를 정상회담 의제에서 제외하려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스인훙(時殷弘) 중국 런민(人民)대 교수는 “북한은 핵 문제와 관련해 미국을 주 당사자로 여기고 있다”며 “남북 간의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는 주요 의제로 상정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태원 기자 triplets@donga.com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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