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 “불법감청 판결문 아전인수 해석”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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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 태스크포스(TF)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처남의 부동산 기록을 열람한 것이 ‘고유 업무에 해당한다’는 근거로 국정원이 내세운 판례가 2005년 국정원의 도청 관련 판결인 것으로 18일 밝혀졌다.

김만복 국정원장은 한나라당 공작정치저지 범국민투쟁위원회가 16일 국정원을 방문했을 때 ‘TF 업무는 국가 안보를 위한 것’이라며 “(이를 입증하는) 관련 판례도 있다”고 말한 바 있다.

한나라당 투쟁위 박계동 간사가 18일 국정원에서 제출받은 판례는 2005년 서울중앙지법이 국정원 도청팀인 ‘미림팀’을 운영한 공운영 씨 등에 대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등으로 유죄 판결을 내린 것이다.

국정원은 이 판결문 중 “국정원의 모든 직무 내용을 법률에 열거하는 것은 적절하지 아니한 측면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합목적적 관점에서 직무의 범위를 포괄적으로 해석할 필요도 있다”는 내용을 근거로 ‘부패척결 TF’가 국정원의 고유 업무를 넘어선 ‘정치사찰’이라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반박한 것.

그러나 투쟁위는 국정원이 판례의 일부분만을 인용해 아전인수(我田引水) 격으로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판결문은 “감청 행위가 주로 정치적 사찰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임을 부인할 수 없는 이상 국정원법에서 규정하는 고유 직무범위에 속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며 ‘정치사찰’이 국정원의 고유 업무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정치사찰’의 우려가 짙은 국정원 TF의 활동을 정당화하는 논리로 사용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것.

박 의원은 “무엇보다 국정원이 정치사찰을 위한 불법 감청을 저질러 처벌받은 판례를 국정원의 정치사찰을 정당화하는 근거로 삼는 것 자체가 코미디”라고 말했다.

동정민 기자 dit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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