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그릇론' vs 朴 '알권리론'

  • 입력 2007년 7월 1일 17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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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을 해야 그릇도 깬다", "국민 알권리를 위해 철저히 파헤쳐야 한다" 한나라당 양대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과 박근혜 전 대표 진영의 검증논란이 정면 충돌에서 '공격 대 무대응' 양상으로 바뀐 가운데 후보검증에 대한 대응전략도 차별성을 보이고 있다.

이 전 시장이 이른바 '그릇론'을 내세우며 자신에게 집중되고 있는 당 안팎의 검증공세를 비켜가고 있는 반면 박 전 대표는 '알권리론'으로 이 전 시장의 '과거사'를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그릇론'은 이 전 시장의 대기업 CEO(최고경영자), 서울시장 등 화려한 경력을 과시하는 한편, 박 전 대표는 '대통령 딸' 이미지로 가두면서 은근히 비꼬는 전략이다.

이 전 시장은 지난 24일 경북 성주에서 열린 경북도당 당원교육에서 "어머니들이 낮에 정신없이 일하다가 저녁에 부엌에 들어가 손도 베고 그릇도 깨고 하는 데 그걸 욕할 수 있느냐"면서 "부엌에 들어갈 일도 없이 앉아서 반찬타령, 밥 타령 하면 실수할 일도 없다"고 말했다.

즉, 자신은 가난한 어린 시절을 거쳐 대학시절 민주화 투사, 대기업 CEO, 국회의원, 서울시장 등의 많은 경험을 했고 그 과정에서 일어난 '사소한 실수'로 공격을 받고 있지만 박 전 대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을 부각시킨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자신이 대통령이 되는 데 치명적 결격사유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는 동시에 과도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댈 필요는 없다는 점도 우회적으로 지적하려는 속내도 들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그는 28일 경선후보 토론회에서 기조연설을 통해 "치열한 생존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그릇도 깨고 손을 벨 때도 있었다. 순백의 삶은 아니더라도 그 시대의 도덕적 기준을 지키며 살아왔다"고 주장했다.

한 측근은 "박 전 대표 진영은 검증의 초점을 과거에 맞추고 있지만 이 전 시장은 미래에 일할 수 있는 지도자가 누구인지를 검증해야 한다는 생각"이라며 "기존의 '반격 모드'에서 '노(NO) 네거티브' 전략으로 선회한 것도 정책으로 승부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 진영은 이 전 시장이 '그릇론'을 방패로 삼은 데 대해 '국민의 알 권리'를 창으로 내세웠다.

지난 두 차례의 대선 패배가 당내 경선과정에서 후보를 철저하게 검증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본선승리를 위해서는 국민에게 후보들의 '실체'를 속속들이 내보여야한다는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전투구식 검증공방을 즉각 중단하라"는 당 지도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검증은 절대 중단할 수 없다"고 반박하며 검증에 사활을 건 모습이다.

홍사덕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9일 기자간담회를 자청, 언론에 보도된 후보의 흠이나 얼룩에 대해 그 후보가 설령 무응답, 무대응으로 나오더라도 우리는 반드시 국민이 알아야 할 부분을 말하겠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박 전 대표 측이 이처럼 철저 검증을 거듭 다짐하고 있는 것은 최근 당 안팎의 검증 공세가 주로 이 전 시장의 위장전입, 부동산투기,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에 집중되고 있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다시 말해 박 전 대표와 관련해서도 정수장학회 횡령. 탈세나 고 최태민 목사와의 관계 등 여러 의혹이 제기됐지만 지금까지는 검증으로 잃은 것보다는 얻은 게 많다는 판단 때문이라는 것.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과의 지지율 격차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난 것도 압박의 수위를 낮추지 않고 있는 요인으로 보인다.

박 전 대표 캠프 관계자는 "경선과정에서 후보의 정책이나 개인신상 관련 의문을 정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과연 본선을 버텨낼 수 있겠느냐"면서 "국민의 선택을 기다리는 후보라면 과거사에 대해 국민에게 낱낱이 알리고 판단을 기다리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디지털 뉴스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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