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석 통합민주당 출범 범여권 삼각구도 재편

  • 입력 2007년 6월 2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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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하나로…”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왼쪽), 김한길 공동대표가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신설합당대회에서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은 이날 합당을 통해 원내 34석의 중도통합민주당을 창당했다. 김동주 기자
“둘이 하나로…”
중도통합민주당 박상천(왼쪽), 김한길 공동대표가 27일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신설합당대회에서 환호에 답례하고 있다. 중도개혁통합신당과 민주당은 이날 합당을 통해 원내 34석의 중도통합민주당을 창당했다. 김동주 기자
《민주당과 중도개혁통합신당이 27일 합당해 ‘중도통합민주당(약칭 통합민주당)’을 출범시켰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합류를 계기로 범여권 진영에서 ‘대선후보 연석회의’ 등 후보 중심의 통합을 이뤄내자는 흐름이 형성되고 있는 상황에서 통합민주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한 진지를 구축하고 나선 것이다.》

○ 범여권 삼각구도

민주당과 통합신당은 이날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수임기구 합동회의를 열어 민주당 박상천, 통합신당 김한길 대표의 공동대표 체제를 확정했다. 이에 따라 외견상 범여권의 세력 판도는 열린우리당(73석)과 통합민주당(34석)이 대치하고 40여 명의 탈당파 의원들이 중간지대에 머무는 삼각구도로 재편됐다.

두 공동대표는 대표직 수락연설에서 창당이 ‘중도개혁세력 대통합으로 가는 중간단계’라고 강조했지만 실제 중도대통합으로 가는 가교가 될지, 아니면 범여권 분열을 고착화할지는 알 수 없다.

통합민주당 내에선 “현실적으로 범여권 통합은 단계적으로 갈 수밖에 없다. 디딤돌을 놓았다는 데 의미가 크다”란 자평이 나온다. 김한길 통합민주당 공동대표는 “우리가 열린우리당 의원들과 모두 함께한다면 코끼리가 토끼 굴에 들어오는 격”이라며 열린우리당 의원들을 선별해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변수는 열린우리당 사수파다. 친노(親盧·친 노무현) 직계 의원들은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에게 대선 출마를 권유하고 있다. 유 전 장관은 26일 의원 워크숍에서 “왜 신당이란 하드웨어에만 집착하느냐”며 당을 사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쳤다. 경우에 따라서는 열린우리당에 일부 친노 직계 의원들이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통합민주당 내부에 경쟁력 있는 대선주자가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세 불리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범여권 합류 선언으로 열린우리당과 통합민주당 사이에 있는 탈당파 의원들의 합류가 더 어려워진 것도 사실이다. 정동영 김근태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범여권 주자 중 가장 지지도가 높은 손 전 지사와 손잡고 세력을 부풀리고 있다. 좌도 우도 아닌 중간지대를 키워 통합의 구심점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들이 열린우리당 측과 손을 잡을지, 통합민주당과 손을 잡을지가 7월 범여권 진영의 향배를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 단일화냐 한판승이냐

범여권 진영의 관건은 한나라당 후보에 맞설 단일 대선후보를 어떻게 만들어낼 것이냐다.

현재 범여권 진영에선 자천타천으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거나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는 이들이 20명에 육박한다.

이들 중에는 성향이나 노선, 정치궤적이 상극(相剋)인 이들도 마구 뒤섞여 있다. 통합민주당 출범으로 결국 진영별로 예선전을 치른 뒤 후보단일화를 모색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하지만 대선후보 문제를 어떻게 정리할지를 놓고는 박 대표와 김 대표의 생각에도 차이가 있는 듯하다.

김 대표는 사전 배포문에서는 “통합민주당은 중도개혁대통합을 구현하고 담아내는 시루이며, 이 시루 안에서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이 이뤄지고 대선 승리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범여권 단일경선을 강조했다. 통합민주당이 ‘시루’ 격인 경선 무대를 만들 테니, 여기에 제(諸) 정파 후보들이 모여 ‘한판 승부’를 벌이자는 그림이다.

그러나 김 대표는 이날 오전 박 대표와의 의견 조율을 거친 뒤 국민경선과 관련된 내용이 빠진 수정된 연설문을 배포했고, 실제 연설에서도 수정된 연설문을 낭독했다.

박상천 대표는 이날 대표 수락 연설에서 “추석연휴 이전인 9월 하순 자체 대선후보를 선출할 것”이라며 “열린우리당에서 별도의 후보가 예상되지만 이는 대선후보 단일화로 해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선(先) 후보 선출, 후(後) 단일화’ 구상을 분명히 한 것이다.

그만큼 범여권 진영의 대선후보를 어떻게 선출할지는 향후 정치적 상황에 따라 지극히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각자 나뉜 상태로는 국민경선을 치를 여력이 없고, 설사 각자 예선전을 치른다 해도 장차 단일화를 이뤄낼 수 있다는 보장이 없다는 한계가 있다. 사분오열된 채로 대선을 치를 경우 대선은 물론 내년 총선 전망도 불투명하다. 이래저래 열린우리당 혹은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상당수 의원은 대통합을 지지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지만 전도는 불투명하다.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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