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사전선거운동 위반 경계선 와 있어”

  • 입력 2007년 6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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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립위반” 11일만에 또 “위반”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이 원광대 특별강연 등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폄훼한 것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영대 기자
“중립위반” 11일만에 또 “위반”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전체회의를 열어 노무현 대통령이 원광대 특별강연 등을 통해 한나라당 대선주자를 폄훼한 것이 공무원의 선거중립 의무 위반이라고 결정했다. 고현철 중앙선관위원장이 회의 시작을 알리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박영대 기자
■ 이례적 ‘판단 유보’ 결정 배경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18일 노무현 대통령의 8일 원광대 특별강연, 10일 6월 민주항쟁 20주년 기념사, 13일 한겨레신문과의 특별인터뷰 등이 사전선거운동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앞으로 상황을 지켜본 뒤 결론을 내리겠다”며 ‘판단 유보’ 결정을 내렸다. 선관위 관계자는 판단 유보란 매우 이례적인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대법원의 경우에도 새로운 판례를 만들기 위해 소집하는 전원합의체는 재판관 전원의 판단이 일치될 때까지 결론을 유보하는 것이 상례다. 이 때문에 법조계와 학계는 선관위가 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검찰 고발 등 초강수를 고심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해석했다.

특히 선관위가 “앞으로 상황을 지켜보겠다”며 ‘부가 조항’을 단 것은 앞으로 노 대통령의 비슷한 발언이 또다시 이어질 경우 선거법 위반의 ‘반복성’과 ‘계속성’을 인정해 ‘사전선거운동’으로 결정할 수도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양금석 중앙선관위 공보관은 선관위 전체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사전선거운동 부분에 대한 결정 유보 이유를 묻는 질문에 “사전선거운동 부분은 위반 여부에 대해 경계선에 와 있어서 판단을 유보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공보관은 또 “지난번(7일)에 (사전선거운동에) 위반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이번에도 아니라고 판단하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었다”며 “지난번 결정보다 진일보한, 사실상 경고의 의미를 담은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회의에서 사전선거운동 부분에 대해서는 찬반 의견이 팽팽히 맞서 격론을 벌였지만 캐스팅보트를 갖고 있는 고현철 선관위원장이 판단 유보 결정을 내릴 것을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7일 결정 때도 노 대통령 편을 들었던 고 위원장이 이번에도 노 대통령을 구한 셈이다.

현행 선거법상 ‘공무원의 선거 중립 의무’ 조항(9조)에 대해서는 따로 처벌 조항이 없지만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될 경우에는 선관위가 검찰에 고발할 수 있다.

검찰 고발이 이루어지면 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의 형사소추를 금지한 현행법상 임기가 끝난 직후 검찰 수사를 받게 된다.

선관위가 이번에 판단 유보 결정을 내린 것은 7일의 ‘사전선거운동이 아니다’는 결정에 대해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학계와 법조계는 “선관위가 사전선거운동 금지 위반에 대해 지나치게 협소하게 해석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선관위는 대통령이 똑같은 위법을 되풀이하고, 처벌받지 않는 현실을 국민이 수용할 수 있겠느냐는 지적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선관위원들은 경중을 가릴 것 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노 대통령의 발언 전체에 주목했다”는 선관위 공보관의 발언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한다.

강경근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공무원인 검사가 감히 대통령에게 위해를 가하는 수사 결과를 내놓겠느냐는 청와대의 의중에 대해 선관위가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헌법기관인 선관위가 계속 정치적 논란에 휘말리거나, 국가원수인 대통령을 비판하는 것은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판단에 따라 판단 유보란 정치적 타협책을 강구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결국 선관위의 판단 유보 결정의 진의는 노 대통령이 추후 이 같은 발언을 계속할 경우 사전선거운동으로 판단해 검찰 고발을 강행할 수 있을지에 따라 밝혀지게 됐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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