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언론단체 ‘이상한 토론회’

  • 입력 2007년 6월 18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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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브리핑룸 통폐합 조치에 관한 노무현 대통령과 언론계의 TV 토론회가 열렸으나 핵심 쟁점이 빠진 채 곁가지 논의로 흘러 ‘맥 빠진’ 토론회에 그쳤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언론재단 주최로 17일 오후 6시 반부터 90분간 진행된 토론회엔 정일용 한국기자협회장, 김환균 한국PD연합회장, 오연호 인터넷신문협회장, 이준희 인터넷기자협회장, 신태섭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가 참석했다.》

▽“기사 하나하나에 대해 담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패널들은 정부의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브리핑룸이 통폐합되면 공무원들의 정보 제공 기피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정보 접근권이라든지 공무원 응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의무를 다할 용의가 있다. 기자실 공사문제는 시간이 충분히 있기에 (언론과의) 협의가 진전되면 조정될 것”이라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기자실에 죽치고 담합’ 발언에 대해 “포괄적으로 담합이라고 한 것이지 기사 하나하나에 대해 담합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관한 언론의 비판에 대해선 “아무리 대통령이 변명을 해도 정부 측 얘기를 제대로 다뤄 주지 않았다. 나를 독재자로 몰아붙였던 사람들과 토론을 못 했으니 성에 안 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토론자 적격성 문제와 기자협회 내분=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과 공무원 면담 취재 제한 등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중 일부는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패널들이 오늘 토론에 잘못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 ‘알 권리’ 제약 문제와 외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 등 주요 쟁점은 이날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기자협회는 이날 토론회에 정 회장이 참석하는 것을 둘러싸고 김경호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기자협회는 15일 부회장단과 시도협회장 등 68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45명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토론회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었다.

김 부회장은 “평양에서 열린 6·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한 정 회장에게서 토론회 관련 업무를 (내가) 총괄 위임받았으나 이보경 부회장이 16일 토론회 참석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회장은 토론회를 4시간 앞둔 이날 오후 평양에서 돌아온 뒤 “약속한 것이니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김 부회장은 전했다.

▽평가=이재경(언론홍보영상학부) 이화여대 교수는 “언론사와 거리가 있는 언론재단이 토론회를 주최한 점이 납득하기 어렵고 이 판(토론회)을 짠 것 자체가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게 아니냐”며 “기자실에 출입하는 기자나 매체가 아닌 쪽에서 언론인 대표로 나온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토론회라기보다 노 대통령의 변명과 해명의 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협회가 다시 한 번 대통령과의 토론을 제의해 온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盧대통령 “동아일보, 공개자료 대신 의원자료 보도”

공개된 내용이면 왜 유출자 색출 나섰나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토론회에서 본보의 보도를 거론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정보 공개 해 놓은 자료는 보지도 않고, 국회를 통해서 국회의원이 내준 것을 동아일보에서 사리에도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거론한 기사는 7일자 본보 A1·3면에 보도된 ‘기막힌 정책홍보 점수제’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입수한 국정홍보처의 ‘2006 정책홍보 관리평가를 위한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본보는 정책홍보점수제로 인해 정부 기관들이 정정 반론보도 신청에 열을 올리고 개인 정보를 이용해 e메일을 발송하는 실태 등을 보여 주기 위해 이 기사를 보도했다.

노 대통령이 이 기사에 관한 정보를 정부가 공개했다고 말한 것은 국정홍보처 인터넷 홈페이지(www.allim.go.kr)에 올라 있는 ‘정책홍보 관리평가 추진 현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자료에 실린 표엔 본보가 다룬 평가기준의 측정항목 및 측정방법은 빠져 있다.

특히 본보의 보도 직후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이낙연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자료를 누구한테서 받았느냐”며 유출자를 찾았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이미 공개된 자료라면 굳이 유출자 색출에 나설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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