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하나하나에 대해 담합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패널들은 정부의 정보 공개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에서 브리핑룸이 통폐합되면 공무원들의 정보 제공 기피 현상이 강화될 것이라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 대통령은 “정보 접근권이라든지 공무원 응대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의무를 다할 용의가 있다. 기자실 공사문제는 시간이 충분히 있기에 (언론과의) 협의가 진전되면 조정될 것”이라고 유연한 태도를 보였다.
노 대통령은 이어 자신의 ‘기자실에 죽치고 담합’ 발언에 대해 “포괄적으로 담합이라고 한 것이지 기사 하나하나에 대해 담합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한발 물러섰다.
그러나 기자실 통폐합 조치에 관한 언론의 비판에 대해선 “아무리 대통령이 변명을 해도 정부 측 얘기를 제대로 다뤄 주지 않았다. 나를 독재자로 몰아붙였던 사람들과 토론을 못 했으니 성에 안 찬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토론자 적격성 문제와 기자협회 내분=대부분의 신문과 방송이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과 공무원 면담 취재 제한 등에 반대하고 있지만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패널 중 일부는 정부의 기자실 통폐합 취지에 공감한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패널들이 오늘 토론에 잘못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국민의 ‘알 권리’ 제약 문제와 외국의 기자실 운영 실태 등 주요 쟁점은 이날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기자협회는 이날 토론회에 정 회장이 참석하는 것을 둘러싸고 김경호 부회장이 사의를 표명하는 등 진통을 겪었다. 기자협회는 15일 부회장단과 시도협회장 등 68명이 참석한 회의에서 45명의 동의를 얻어 “대통령의 기자회견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토론회 연기를 요구하는 성명을 냈었다.
김 부회장은 “평양에서 열린 6·15민족통일대축전에 참석한 정 회장에게서 토론회 관련 업무를 (내가) 총괄 위임받았으나 이보경 부회장이 16일 토론회 참석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 회장은 토론회를 4시간 앞둔 이날 오후 평양에서 돌아온 뒤 “약속한 것이니 나가겠다”고 말했다고 김 부회장은 전했다.
▽평가=이재경(언론홍보영상학부) 이화여대 교수는 “언론사와 거리가 있는 언론재단이 토론회를 주최한 점이 납득하기 어렵고 이 판(토론회)을 짠 것 자체가 정치적 계산이 있는 게 아니냐”며 “기자실에 출입하는 기자나 매체가 아닌 쪽에서 언론인 대표로 나온 것도 정상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논평에서 “토론회라기보다 노 대통령의 변명과 해명의 장이었다”라고 말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기자협회가 다시 한 번 대통령과의 토론을 제의해 온다면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남원상 기자 surreal@donga.com
●盧대통령 “동아일보, 공개자료 대신 의원자료 보도”
공개된 내용이면 왜 유출자 색출 나섰나
노무현 대통령은 17일 토론회에서 본보의 보도를 거론하며 사실과 다른 주장을 폈다.
그는 “정보 공개 해 놓은 자료는 보지도 않고, 국회를 통해서 국회의원이 내준 것을 동아일보에서 사리에도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이 거론한 기사는 7일자 본보 A1·3면에 보도된 ‘기막힌 정책홍보 점수제’로 알려졌다. 이 기사는 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국무조정실에서 입수한 국정홍보처의 ‘2006 정책홍보 관리평가를 위한 평가원칙 및 분류기준’ 자료를 토대로 작성한 것이다. 본보는 정책홍보점수제로 인해 정부 기관들이 정정 반론보도 신청에 열을 올리고 개인 정보를 이용해 e메일을 발송하는 실태 등을 보여 주기 위해 이 기사를 보도했다.
노 대통령이 이 기사에 관한 정보를 정부가 공개했다고 말한 것은 국정홍보처 인터넷 홈페이지(www.allim.go.kr)에 올라 있는 ‘정책홍보 관리평가 추진 현황’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A4 용지 2장 분량의 이 자료에 실린 표엔 본보가 다룬 평가기준의 측정항목 및 측정방법은 빠져 있다.
특히 본보의 보도 직후 국정홍보처 관계자는 이낙연 의원실에 전화를 걸어 “자료를 누구한테서 받았느냐”며 유출자를 찾았다. 노 대통령이 언급한 대로 이미 공개된 자료라면 굳이 유출자 색출에 나설 이유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정연욱 기자 jyw1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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