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에 몰린 총련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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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쿄 지요다 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건물 앞에 14일 일본 경찰들과 경찰 차량들이 머물러 있다. 총련은 일본 정리회수기구(RCC)가 제기한 628억 엔(약 4750억 원)대 대출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패한다면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해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일본 도쿄 지요다 구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 건물 앞에 14일 일본 경찰들과 경찰 차량들이 머물러 있다. 총련은 일본 정리회수기구(RCC)가 제기한 628억 엔(약 4750억 원)대 대출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패한다면 길거리로 나앉을 위기에 처해 있다. 도쿄=EPA 연합뉴스
중앙본부 매각 무산 위기… 채권자에 넘어갈수도

지방본부 줄줄이 경매… 돈줄 빠찡꼬사업도 불황

사실상 북한의 일본 주재 외교대표부 역할을 해 온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총련)가 길거리에 나앉을 위기에 처했다.

도쿄(東京)지검 특수부는 13일 도쿄 지요다(千代田) 구의 총련 중앙본부를 사들인 하베스트투자고문 대표 오가타 시게타케(緖方重威·73) 전 공안조사청 장관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어 14일 오가타 전 장관에게 매수를 제안한 쓰치야 고켄(土屋公獻·84) 변호사의 자택과 사무실도 수색했다. 쓰치야 변호사는 일본 정리회수기구(RCC)가 총련을 상대로 제기한 628억 엔대 대출금 반환 청구 소송의 대리인이다.

○ 중앙본부, 위장 거래 논란

하베스트투자고문은 1일 총련 중앙본부의 소유권 등기를 넘겨받았지만 매입대금 35억 엔을 아직 지불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검찰은 총련 중앙본부 매각이 ‘위장거래(전자적 공정증서 원본 부실기록)’라는 혐의를 갖고 수사 중이다.

검찰은 총련이 18일 1심 판결이 나올 예정인 대출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패소했을 경우 중앙본부가 강제 처분되는 것을 막기 위해 명의만 바꿨다고 보고 있다.

쓰치야 변호사도 ‘패소에 대비해 거래대금을 치르기 전에 미리 소유권 이전등기를 마쳤다’고 인정했다. 다만 18일 오전까지 매입대금을 지불하지 않으면 등기를 원래대로 되돌릴 것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매각 백지화 가능성 커

총련 중앙본부 매각의 파장이 일파만파로 커지면서 하베스트투자고문이 매각대금을 18일까지 치를 가능성은 낮아졌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오가타 전 장관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도쿄지검 특수부가 칼을 뽑아든 상황에서 ‘페이퍼 컴퍼니’(서류상의 회사)에 35억 엔을 내줄 투자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총련이 승소를 장담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총련계 금융기관인 조은신용조합의 부실채권을 인수한 RCC가 총련 및 총련 간부, 조은신조의 경영진, 대출 수혜자를 상대로 낸 18건의 소송에서 RCC는 ‘전승(全勝)’을 거뒀다. 법원은 RCC가 청구한 금액에서 단 한 푼도 깎지 않았다.

여론도 법원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조은신조 처리 과정에서 1조4000억 엔에 이르는 공적자금이 투입된 데다 조은신조의 대출금 중 상당액이 총련을 거쳐 북한으로 흘러갔다는 의혹이 나오면서 여론의 ‘총련 때리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다.

○ 패소는 곧 파산?

18일의 소송을 꼽지 않더라도 총련은 이미 재정적으로 극한 상황에 몰린 상태다.

RCC 채권 회수와 총련 시설에 대한 지방자치단체의 고정자산세 부과 조치로 도쿄 도, 오사카(大阪) 부, 아이치(愛知) 현, 시가(滋賀) 현 본부를 비롯한 상당수의 지방본부가 경매 절차를 밟고 있다.

최대 자금줄로 꼽혀 온 빠찡꼬 사업도 2004년 일본 정부가 규제를 대폭 강화한 이후 깊은 불황으로 빠져든 상태다.

재일교포 사회의 자발적인 성금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외교 소식통에 따르면 납치 문제로 북한에 대한 일본 사회의 반감이 커지면서 한때 23만 명에 이르렀던 총련 회원은 4분의 1 이하로 줄었다.

도쿄=천광암 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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