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개성공단 포함땐 北에 현찰 쥐여주는 꼴”

  • 입력 2007년 6월 15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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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래드 셔먼 미 하원 국제관계위 산하 국제테러 및 비확산 소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브래드 셔먼 미 하원 국제관계위 산하 국제테러 및 비확산 소위원회 위원장이 13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청문회에 참석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워싱턴=연합뉴스
■ 美의회 첫 한미 FTA 청문회, 반대 목소리 쏟아져

4월2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체결된 뒤 처음으로 열린 미국 하원의 한미 FTA 청문회는 의원들의 FTA 반대토론장을 방불케 했다.

그러나 이날 청문회에는 국제관계위 산하 국제테러 및 비확산 소위원회의 소속의원 15명 가운데 7명만 참석했다. 따라서 반대 일색이었던 이날의 분위기가 전체 하원의원 435명의 기류를 반영하는 것으로 섣불리 결론짓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미 정부 측에서는 카란 바티야 USTR 부대표가 출석했다.

▽"한국은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민주당 내 중동문제 전문가인 론 클라인(민주·프롤리다 주) 의원은 한국이 이란의 에너지선박 건조계약을 다수 체결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미 의회가 이란문제를 반(反) FTA 논리로 꺼내든 것은 처음이다.

클라인 의원은 "한미 FTA는 이란과 거래하는 국가와 FTA가 체결되지 말아야 한다는 하원 결의안 1400호와 상충된다"며 "한국이 미국의 국가우선순위를 훼손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결의안(1400호)은 강제조항은 아니다.

그는 한국기업이 이란의 유전개발에 16억 달러를 투자했으며 2008~2009년 이란에 유조선 여러 척을 건조해 전달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브래드 셔먼 소위원장(민주)은 청문회 직후 "한국으로서는 이란의 핵개발이 위협적이지 않겠지만 미국에게는 북한 핵과 이란 핵이 똑같은 비확산문제"라고 말했다.

▽자동차 협상에 예상대로 비난 봇물=3000cc 이하 한국산 자동차의 관세 2.5%를 즉각 철폐해 준 자동차협상은 예상대로 FTA 반대논리의 초점이 됐다.

데이비드 스콧(민주·조지아주) 의원은 지역구 주변의 GM 및 포드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은 점을 거론하면서 "한미 FTA는 미국에게 나쁜 협상(bad deal)이며, 일방적(one-sided) 협상"이라고 깍아 내렸다. 조지아 주에는 기아 자동차 공장이 건설 중이다.

도널드 맨술로(일리노이 주) 의원은 자유무역을 선호하는 공화당 소속이면서도 "미국은 FTA 협상에서 관세문제는 제대로 대처했지만 '넌센스 같은' 한국의 비관세 장벽은 잘 대처하지 못했다"며 재협상을 촉구했다. 그의 지역구에는 크라이슬러 자동차 공장이 있다.

바티야 USTR 부대표는 "FTA가 없더라도 한국의 자동차 수출은 연간 70만대에서 80만대로 늘어난다"며 협상 실패론을 일축했다.

▽'개성공단 포함 반대' 민주당이 앞장=FTA 타결 전 공화당 의원들이 적극적인 반대를 폈던 개성공단의 FTA 포함문제는 민주당의원들이 앞장서 반대하는 형국으로 바뀌었다.

셔먼 소위원장은 "북한의 핵개발을 막으려는 우리 노력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수용 불가"라고 말했다.

데이비드 스콧 의원도 "개성공단에서 만든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한다면 핵 개발하는 북한에 현찰을 쥐어주는 꼴"이라며 "납득하기 힘든 내용"이라고 말했다.

바티야 부대표는 "한미 FTA가 실패한다면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과 관계를 강화하기 보다 중국과 같은 다른 무역상대국과 거래를 늘려 미국에게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며 한미FTA가 가져올 안보상 이익을 강조했다.

이날 청문회에서 한미 FTA를 옹호한 의원은 에드 로이스(공화) 의원이 유일했다. 그는 "FTA로 한국의 관세가 미국보다 더 많이 낮아졌다"며 한미 FTA가 미국에 이득이 된다고 말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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