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7% 성장 된다는건지 안된다는건지…그때그때 다르다?

  • 입력 2007년 6월 8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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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7% 성장 공약’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등의 성과를 과시할 때는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원제도개선 담당자 초청 오찬장에서 참석자들과 ‘우리는 언제나 국민을 먼저 생각합니다’라는 영상물을 보고 있다. 김경제  기자
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의 ‘7% 성장 공약’을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타결 등의 성과를 과시할 때는 성장률이 높아질 것이라는 모순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노 대통령이 7일 청와대에서 열린 민원제도개선 담당자 초청 오찬장에서 참석자들과 ‘우리는 언제나 국민을 먼저 생각합니다’라는 영상물을 보고 있다. 김경제 기자
“7% 성장을 공약하는 사람들은 멀쩡하게 살아 있는 경제를 자꾸 살리겠다고 합니다. 걱정스럽습니다. 멀쩡한 사람한테 무슨 주사를 놓을지, 무슨 약을 먹일지 불안하지 않습니까.”

노무현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참평포럼) 강연에서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이 내놓은 7% 성장률 공약에 대해 비판한 내용이다.

노 대통령은 야당 대선주자들의 성장률 공약과 관련해 비판의 수위를 계속 높여 왔다. 하지만 그간의 노 대통령 발언을 살펴보면 상당한 ‘자기모순’을 발견할 수 있다.

○ “한미 FTA 등으로 7% 간다” 발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으로 매년 0.6%(포인트), 유럽연합(EU)이 미국보다 시장이 크니까 (한-EU FTA 효과를 고려하면), 그러면 그럭저럭 7% 가게 생겼어요.”

노 대통령은 참평포럼 강연에서 7% 성장률 공약을 비판하기 불과 12일 전인 지난달 21일 한 경제지와의 인터뷰에서 한미 FTA의 성과를 자랑하며 이같이 말했다.

현 정부 4년간 평균 성장률은 4.25%. 지난해의 성장률은 현 정부 임기 중 가장 높은 5.0%였다.

그가 “그럭저럭 7% 가게 생겼다”고 말한 이유는 임기 중 최고 성장률인 5%에서 1%포인트만 더해도 6%대가 된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노 대통령은 또 성장률이 낮다는 비판을 받을 때마다 신용카드 사태 등 과거 정부의 정책 실패의 부담이 컸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그는 참평포럼 강연에서 “참여정부는 어떤 위기도, 어떤 부담도 다음 정부에 넘기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차기 정부는 현 정부보다 훨씬 좋은 환경에서 출발해 1%포인트 이상의 성장률을 덤으로 얻는 셈이다. 자신의 ‘실력’으로 성장률을 조금만 끌어올린다면 7% 이상 성장도 할 수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노 대통령은 “행정도시, 혁신도시, 기업도시 등 균형 발전 사업을 위해 2012년까지 합계 101조 원을 투자하도록 계획을 세워 놓았다”는 말도 했다. 막대한 토목, 건설 사업은 그 후유증은 별개로 하고 성장률만 보면 긍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 자신에게 너그럽고 다른 사람은 혹평

노 대통령은 이번 대선주자들보다 먼저 ‘7% 공약’을 내세웠다. 대선 후보 시절 그는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려 집권 후 10년간 연평균 7%대 경제 성장을 달성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임기 첫해인 2003년 3.1%를 시작으로 성장률이 하락하자 말이 달라졌다.

2005년 8월 중앙언론사 논설위원, 해설위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후보 때 7%를 제시한 것은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6%를 제시해 더 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이며 이는 실수였고, 그 뒤 좀 우스꽝스럽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자기모순은 자신의 실책에는 너그럽고, 적대적인 상대방은 극도로 깎아내리는 노 대통령의 성격적 측면에서 나왔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중앙대 신인석(경제학) 교수는 “숫자로 밝히는 성장률 공약이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다”라면서 “하지만 노 대통령의 성장률 공약과 관련해 보이는 이중적 태도에는 철저한 자기반성이 빠져 있다”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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