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나는 과장급 대통령이면서도 세계적인 대통령”

  • 입력 2007년 6월 4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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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평가포럼’ 6월 월례강연회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포럼 대표(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와 안희정 포럼 상임집행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강연에 웃으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2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열린 ‘참여정부 평가포럼’ 6월 월례강연회에서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이병완 포럼 대표(앞줄 왼쪽에서 네 번째)와 안희정 포럼 상임집행위원장(앞줄 왼쪽에서 다섯 번째) 등이 노무현 대통령의 특별강연에 웃으며 호응을 보내고 있다. 김경제 기자
▼아전인수·왜곡▼

“참여정부 언론자유 지수 美-日보다 앞서”

→ 美, 테러와의 전쟁 선포 이후 순위 떨어져

“기자실 통폐합 왜 여론조사 안하나”

→ 본보 등 조사 실시…“반대” 응답 더 많아

노 대통령은 언론을 겨냥해 “왜 양심 없는 보도를 계속하고 있나.…기자실이 있는 일본은 언론자유 53위이고 미국은 51위이고, 참여정부 언론자유는 31위라는 사실은 왜 보도하지 않는가”라고 말했다. ‘국경 없는 기자회(RSF)’가 지난해 발표한 ‘2006 세계 언론자유 지수’ 보고서 내용을 인용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인권 문제 비정부기구인 ‘프리덤하우스’가 지난해 발표한 ‘세계 언론자유 순위’에서 한국은 65위였고 미국은 17위, 일본은 35위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이날 이를 언급하지 않았다. 그야말로 입맛에 맞는 사례만 아전인수식으로 인용한 셈이다.

노 대통령이 인용한 국경 없는 기자회 보고서도 왜곡 해석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순위가 낮은 이유는 미 행정부가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한 이후 언론과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본이 51위인 이유로 이 보고서는 국수주의적 우익의 ‘언론 테러’를 들었다. 일본 특유의 ‘기자클럽’의 폐쇄성도 지적했다. 그러나 이 단체의 2004년 보고서가 ‘기자클럽’을 이유로 일본을 42위로 매겼을 때 한국은 48위였다. 그 이유는 ‘정부가 반대 언론에 항상 관용적인 것은 아니다’는 것이었다.

결국 기자실의 유무와 국경 없는 기자회의 ‘언론 자유’ 순위는 상관관계를 찾기 어렵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기자실 통폐합 방안으로 한국 언론이 당면할 ‘취재 제한’ 상황이 국제사회에 제대로 알려지면 한국의 언론자유 순위는 더 추락할 수 있다는 것이 많은 언론 전문가들의 우려다.

노 대통령은 또 기자실 통폐합 문제에 관해 “(왜 언론이) 입맛에 맞는 여론조사도 안 하는지 모르겠다. 설문을 조작하기가 어려운지, 그래도 일말의 양심이 있어서인지 묻고 싶다”며 막말을 했다.

그러나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 이미 기자실 통폐합에 관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한 바 있다. 본보는 지난달 30, 31일 대선 관련 6차 여론조사를 통해 이번 방안에 대한 여론을 들었고 이를 1일자로 보도했다. 응답자의 55.8%가 ‘정부를 감시해야 하는 언론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날 SBS TV는 ‘응답자의 60%가 국민 알 권리 침해라며 반대했고 찬성은 25%’라는 보도를 했고, 조선일보도 ‘한국언론학회 소속 언론학자 72%가 반대한다’는 여론조사 기사를 실었다. 한겨레신문도 2일 ‘반대 53.8%, 찬성 24.5%’라는 현대리서치연구소의 여론조사를 인용 보도했다.

▼궤변▼

“가까운 이익 따지는게 여론, 멀리 보는게 민심”

“北核때 죽사발…비상 거는건 안보독재의 도구”

노무현 대통령은 ‘가까이 있는 이익을 따지는 영악한 민심’을 여론이라고 규정했다. 그는 이어 ‘역사의 대의를 수용하는 멀리 보는 민심’을 민심이라고 규정하고 ‘민심’과 ‘여론’을 구별해서 통찰한 뒤 당장의 여론보다는 장래의 민심을 고려하는 전략적 사고를 하는 것이 지도자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또 “한나라당이 집권하면 기자실, 돈 봉투, 청탁, 띄워주기, 덮어주기, 권언유착, 가판이 살아나고, 공직 사회는 다시 언론의 밥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공무원의 접대업무도 되살아나고 자전거일보 비데일보가 되살아날 것이다”고 궤변을 늘어놓았다.

그는 이어 열린우리당이 기자실 통폐합에 대해 부정적 반응을 보인 것을 지적하며 “눈앞에 여론이 험악한 것 같고, 모난 돌이 정 맞는다고 언제 한번 볼펜에 긁힐지 모르니까 적당하게 타협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 대통령은 “북한이 미사일 발사하고 핵실험을 했을 때 우리 언론과 우리 정치, 우리 국민이 저를 죽사발을 만들었다. 여론조사를 해보니까 ‘잘못했다’가 70% 이상 나왔다. ‘왜 아무 말도 못하노. 한 대 때려야지’라고. 새벽에 비상 안 걸었다고. 옛날에 그거 안보독재 할 때 써먹던 거다. 뻑하면 비상 거는 거”라며 ‘안보 위기’를 우려했던 여론을 비난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노동당 분들 지난 선거 때 ‘부유세’ 부과를 주장했는데 같은 세금을 내더라도 ‘부유세’하면 내기 싫거든요. 기분이 나쁘거든요. 종부세(종합부동산세) 내자 하니까 내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 종부세에 대한 세금 저항을 염두에 두지 않은 발언이다.

민주노동당 측은 노 대통령의 강연에 대해 ‘후안무치’라고 발끈했다. 노무현 정부 들어서 양극화가 더 악화됐음을 나타내는 각종 정부 통계가 있는데도 ‘남 탓’으로만 돌린다는 것이다. 노회찬 의원은 “이를 반성하거나 부끄럽게 여기기는커녕 자화자찬으로 일관했다”며 “이는 조폭이 사회정의를 이야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일갈했다.

▼막말·선동▼

“그놈의 헌법” “국물도 없다” 거친 표현

노사모엔 “시민참여 보통명사 됐으면”

품격이 떨어지는 표현도 속출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 등을 비판하면서 “앞으로 토론이 본격화하면 밑천이 드러날 것이다. 그런데 그놈의 헌법이 토론을 못하게 돼 있으니까 단념해야지”라며 헌법을 ‘그놈’이라고 지칭했다.

한나라당의 감세 주장에 대해선 “그 사람들이 정권을 잡으면 복지는 국물도 없다”고 폄훼했다.

또 기자실 통폐합의 정당성을 강변하면서 “정치인들이야 언론의 밥 아니냐. 볼펜 들고 딱 카메라를 들이대고 묻는데 어쩌겠느냐. 그러나 국정홍보처 폐지, 기자실 부활을 대통령 공약으로 들고 나오는 사람들은 너무 심하다. 이를 어떻게 불러야 하나. 영합? 추파? 굴복? 작당? 무식하면 참 용감하구나 싶다”고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노 대통령의 결론은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였다. 그는 “노사모 활동을 고유명사보다는 시민들의 사회 참여 활동, 정치 참여 활동으로 보통명사화했으면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노 대통령은 “고향에 지붕 낮은 큰 집을 짓고 있다. 그 앞에 마당 하나 만들고 ‘노사모 마당’으로 이름 붙일 생각이다. 민주주의의 장래는 노사모에 있다. 민주주의의 장래는 참여포럼에 있다. 보다 정교하고 단단한 운동으로 발전시켜 나가자”고 주장했다.

▼자화자찬▼

“20년, 30년 묵은 과제들 다 해결”

“지도자는 책임 다해야…저처럼”

노 대통령은 “경제 파탄이라고 얘기하고 자기는 경제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묻고 싶다. 어느 정책을 폐기할 것인지 말하라. 아마 폐기할 수 있는, 폐기해도 좋을 정책이 별로 없을 것이다”라며 “(한나라당 대선주자들은) 자꾸 없는 것을 새로 찾으려고 하지 말고 그냥 베껴가라”고 비아냥댔다.

그는 이어 “정부 혁신은 국제사회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혁신 속도가 가장 빠른 나라, 혁신지수 세계 7위, 참여정부 대통령은 혁신 대통령이다”라며 자화자찬을 이어갔다.

그는 “참여정부 대통령은 설거지 대통령이다. 20년, 30년 묵은 과제들을 다 해결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 “준비 안 된 대통령, 이런 말씀을 하는 분이 계신데, 그 말은 맞지 않다. 다만 준비되지 않은 게 한 가지 있다. 카메라가 있는 곳에서는 말을 고상하게 잘 다듬어서 해야 하는데 그 재주를 미처 준비하지 못했고 지금도 그 재주가 부족하다. 앞으로 한 번 더 시켜 주면 확실하게 하겠다”고 했다.

노 대통령의 자화자찬은 2부 강연 들어 수위가 더욱 높아졌다.

그는 “특허 심사기간이 22개월에서 10개월로 줄었다. 화물 통관에 드는 시간도 참여정부 초기 9.6시간에서 2005년 5.6시간으로 줄고 지금은 3.6시간으로 줄었다”며 “저는 제 스스로 과장급 대통령일 때도 있다. 과장급 대통령, 그러면서도 세계적인 대통령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또 “지도자는 끝까지 책임을 다해야 한다. 저처럼…”이라고 강조하며 “지금 제가 언론개혁 끝까지 하고 있지 않느냐”고 자랑했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는 전병헌 의원은 “수험생이 시험 보다 말고 자기가 채점하겠다고 나서는 격”이라고 비판했다.

▶ 참여정부평가포럼 특별강연 VOD 보기

정용관 기자 yongari@donga.com

민동용 기자 mi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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