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선진국 정부부터 벤치마킹하라

  • 입력 2007년 5월 24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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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1

미국 언론에서 요즘 현안으로 떠오른 이민개혁 법안을 주로 취재하는 기자는 다음 중 누구일까요?

①노동부 담당 기자 ②국토안보부 담당 기자 ③의회 담당 기자

#질문2

미국에서 대학 입시 기사를 쓰는 기자들이 주로 취재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①교육부 ②각 대학 ③교육부와 대학 당국 모두 취재

#질문3

미국에서 재산세 변동과 관련된 사항을 취재할 때 기자들이 중점적으로 취재해야 할 기관은 어디일까요?

①국세청 ②재무부 ③주 정부, 주 의회 및 개별 카운티(한국의 군 단위와 비슷)

질문 1에 대한 정답은 ③번, 질문 2에 대한 정답은 ②번, 질문 3에 대한 정답은 ③번이다.

정부가 22일 부처 기자실 통폐합 방안을 발표했을 때 기자는 이런 질문을 떠올렸다. 왜냐하면 정부가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방안’이라는 표현을 썼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정부는 선진국 기자실 운영방안을 조사해서 참조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른바 미국 등 선진국 정부의 상당수 부처에 기자실이 없다고 해서 한국도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것이 과연 능사일까.

문제는 ‘선진화’를 위한 정부의 벤치마킹이 선진국 기자실 운영방안만 벤치마킹했지 정작 취재의 대상이 되는 정부의 역할과 권한 등은 전혀 살펴보지 않았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 정부는 선진국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권한이 막강하다. 예를 들어 미국에선 ‘대학입시에 수학능력시험 점수를 어떻게 반영해야 한다’고 시시콜콜 지침을 내리는 ‘친절한 교육인적자원부’가 없다. 따라서 미국 신문에서는 교육부발(發) 기사를 찾아보기 힘들다.

세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한국에서 큰 뉴스가 됐던 재산세도 미국에선 전적으로 지방정부 권한이다. 한국의 재정경제부처럼 매일 국민의 생활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뉴스를 생산하는 부처 자체가 미국에는 없다.

또 한국과는 달리 의회 권한이 막강하기 때문에 주요 정책이 의회토론을 통해 골격을 잡아간다. 한국에서라면 노동부가 담당했을 이민개혁법안도 대체로 의회 소관으로 의회 담당 기자가 이를 보도한다.

선진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지방자치, 민간자율, 시장중심의 원칙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에 중앙정부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외교, 국방 등 일부 부처를 제외하고는 중앙 정부를 집중적으로 취재할 필요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물론 한국 언론도 변하는 환경에 맞춰 끊임없이 자기개선을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테면 기자들이 과거처럼 공무원들이 일하는 사무실에 수시로 출입하는 일은 자제해야 할 것이다. 또 혹시 기자실이라는 공간을 남용하고 있는지도 자문할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일방적으로 정부 부처 기자실을 통폐합하는 것은 선진국에 비해 막강한 권한을 가진 한국 정부에 대한 감시 소홀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정부는 기자실 관행만 벤치마킹할 것이 아니라 이보다 훨씬 중요한 선진국 정부도 벤치마킹했어야 했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고, 평가까지 정부가 하고, 각종 관영 국영 매체를 통해 직간접적으로 보도 형태의 홍보까지 하는 나라는 지구상에 대한민국밖에 없다.

공종식 뉴욕 특파원 k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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