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김정일, 미소짓고 있을 것”

  • 입력 2007년 3월 22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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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 W 부시 대통령 백악관의 정책 급선회, 대북 강경파의 행정부 이탈, 미소 지을지 모를 김정일 국방위원장에 대한 반감….

북한 핵 폐기를 위한 6자회담에서 2·13 베이징 합의가 도출되고, 특히 북한에 마카오 소재 은행에 동결된 불법행위 연루자금 2500만 달러를 전액 돌려주는 결정이 내려지면서 부시 행정부 안팎에서 감지되는 기류는 이렇게 정리된다.

지난달 국무부를 떠난 로버트 조지프 전 비확산 담당차관의 사퇴 역시 백악관의 북한 끌어안기 정책과 직접 관련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는 21일자 조지프 전 차관 인터뷰 기사에서 “그는 결코 2·13합의를 받아들이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인터뷰에서 “압박을 계속했어야 하며, 이런 합의는 북한 정권의 생명을 연장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 신문은 이어 “2500만 달러를 반환하는 것을 조지프 전 차관은 지난해 가을부터 반대했고, 올해 초 ‘반환 결정’이 내려진 직후 사임했다”고 썼다.

2·13합의를 놓고 워싱턴은 극심하게 양분된 상태다. 국무부 협상파는 “힘든 과정이 남아 있어도 모처럼 만의 성과”라고 평가하지만, 강경파는 “있을 수 없는 실책”이라고 반박한다.

강경파의 대표 인물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가 20일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2500만 달러를 북한에 돌려준 것은 실수이며, 북한은 절대 핵 포기 결정을 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은 이런 강경파의 분노와 회한이 담긴 표현이다.

그런데도 ‘협상을 통한 돌파’라는 방침이 세워진 이상 강경파의 퇴조 혹은 영향력 감소는 당분간 불가피해 보인다.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의 한 측근은 “매파들은 둥지로 돌아갔다”며 현 상황을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라이스 장관 역시 외교 철학의 변화를 드러내고 있다. 그는 “미국에 이익이라면 타협할 수 있다”는 현실주의자였지만, 9·11테러 이후 비타협적 정책을 펴다 최근 1, 2년 사이에 다시 현실주의적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다.

보수 성향의 월스트리트저널은 20일 사설을 통해 “북한 자금 반환은 북한과 협상하기 위해 추가적인 양보를 한 것”이라며 “김정일 위원장이 미소를 짓고 있을지 모를 일”이라고 썼다. 검증 방법도 없는 ‘인도적 교육적’ 목적에 써야 한다는 단서를 붙인 것은 원칙에 어긋나고 실익도 없다는 점을 덧붙였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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