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HEU 관련장비 도입 시인 ‘계속 발뺌땐 손해’ 판단한듯

  • 입력 2007년 3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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힐 “회담 유익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담을 마친 뒤 뉴욕 외신기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뉴욕=신화통신 연합뉴스
힐 “회담 유익했다”
크리스토퍼 힐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6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과 관계 정상화 실무그룹 회담을 마친 뒤 뉴욕 외신기자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뉴욕=신화통신 연합뉴스
5, 6일 뉴욕에서 열린 북-미 관계정상화 회담은 북한의 핵개발로 충돌을 빚어 온 양자관계를 고려할 때 형식과 내용면에서 적지 않은 진전을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2·13 베이징 합의에 따라 설치된 5개 분과위원회의 하나인 이번 회담에서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와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은 워싱턴-평양 연락사무소 설치 가능성까지 언급했다.

힐 차관보는 6일 회견에서 “북한이 1970년대 미중 수교 때보다 신속한 진전을 원해 사무소 설치 이야기는 중단됐다”고 말했다. ‘선(先)비핵화’를 요구하는 미국의 강경 태도 때문에 (훗날의 일인) 관계정상화 논의가 구체적 진전을 보긴 어려웠음이 읽혀진다.

북한이 공식 문서에 거론하는 것조차 극력 반대해 온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 문제를 핵 전문가 회담에서 논의하는 데 합의한 것도 눈에 띄는 변화다. 힐 차관보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거듭 “낙관한다”고 반겼다.

이는 김 부상이 힐 차관보에게 원심분리기 등 HEU 프로그램의 핵심 장비를 도입했음을 시인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북한은 장비 도입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북한은 파키스탄 등에서 도입한 원심분리기의 생산 일련번호까지 미국이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우라늄 농축에 사용되는 장비 도입을 부인할 경우 다시 북-미 관계가 냉각돼 에너지 지원과 북-미 관계정상화가 어려워질 것을 우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일부 소식통은 ‘협상의 기술’에 주목해야 한다며 HEU 타결 가능성을 내세웠다. 그는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의 북한 돈 2400만 달러 동결 문제도 초반의 강경대치를 협상가들이 뛰어넘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아직도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속내를 거론하면서 ‘낙관은 이르다’는 견해가 강하다. 힐 차관보가 첫 60일 합의 이행에 자신감을 보이기는 했지만 2·13합의 자체가 ‘쉬운 것부터 먼저’ 원칙에 따라 영변 원자로 폐쇄, 사찰단 방북 및 검증, 한국 등의 중유 5만 t 지원을 우선 이행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워싱턴의 한 소식통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10단계로 따져 보면 2·13합의는 ‘2.13단계’ 정도에 머문다”고 풍자했다. 다른 소식통은 “당분간 순항하겠지만 ‘완전한 핵 신고’ 단계에 이르러 HEU 및 무기급 플루토늄이 포함되느냐를 놓고 진통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김 부상은 이에 앞서 1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미국의 핵전문가 그룹을 만난 자리에서 “기왕에 생산한 무기급 플루토늄은 2·13합의 대상과는 무관하다”고 거듭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북한 핵문제의 세 가지 핵심요소 가운데 영변원자로 포기, HEU의 절충점 찾기 제안 외에 이미 확보한 무기급 플루토늄과 핵무기 포기 의사가 없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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