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비핵화 먼저” 北 “평화협정 먼저”

  • 입력 2007년 3월 8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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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과 미국은 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끝난 북-미 관계정상화 1차 회의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 수립의 필요성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평화체제의 조건과 절차, 내용에 대해선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어 구체적인 방안에 합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북한이 6자회담 2·13합의에 따라 4월 13일까지 핵 시설 폐쇄(shutdown) 및 핵 프로그램 신고 목록 협의를 성실하게 이행할 경우 이르면 4월 말 6자회담 참가국 외교장관 회담을 열어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할 방침이다.

미국은 6자회담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의 방북도 이때쯤 추진할 방침이다. 그리고 연이어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포럼을 출범시켜 본격적으로 평화체제 논의에 들어가겠다는 구상이다.

북한도 여기까지는 이견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포럼을 통한 평화체제 논의와 북한의 핵 시설 불능화(disablement) 등 추가 비핵화 조치가 동시에 진행되는 과정에 대해선 미국과 생각이 다르다.

미국은 북한이 과거에 개발한 핵무기를 포함해 모든 핵 프로그램을 폐기하는 것을 전제로 남북한과 미국 중국이 참여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겠다는 생각이다. 그리고 북한과 대사급 수교관계를 맺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비핵화 완료→평화협정 체결→북-미 수교’의 순서다.

그러나 북한은 우선 평화협정에 참여하는 국가로 남북한과 미국만 거론하고 있다. 순서도 미국의 방침과는 반대로 평화협정을 체결해야 비핵화를 완료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이 평화협정을 맺어 대북 적대정책 철폐를 행동으로 보여야만 안심하고 핵을 포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미 수교도 비핵화 완료 전 가급적 빨리 하자는 게 북한의 요구다.

평화협정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주한미군 주둔 문제도 북-미 간에 쟁점이 될 수 있다.

한국은 평화협정이 체결되더라도 주한미군은 계속 유지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한미 간엔 평화체제가 주한미군 주둔에 영향을 미치면 안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북한의 급변사태나 주변국 간 물리적 충돌이 발생할 경우 주한미군이 있어야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을 억제하면서 안정적으로 상황을 관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반면 북한은 평화협정 체결 시 주한미군이 철수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정전체제가 종결되기 때문에 정전협정의 당사자인 미국이 더는 한국에 군대를 주둔시킬 이유가 없다는 논리다.

이 때문에 실제로 평화협정 체결을 통한 평화체제 구축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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