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택순 “구속경찰 많은 건 언론 탓” 발언 파문 확산

  • 입력 2007년 3월 7일 16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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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택순 경찰청장.자료사진 동아일보
이택순 경찰청장.
자료사진 동아일보
“경찰관의 구속처리가 많은 것은 사소한 실수도 대서특필하는 언론 때문”이라는 이택순 경찰청장의 발언이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7일 정치권과 시민단체는 물론 누리꾼들까지 이구동성으로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인가. 적절치 못한 발언”이라고 비난했다. 비난이 쏟아지자 경찰청은 “이 청장의 발언은 수사 기능에 있는 직원들의 업주와의 친분 관계로 인한 실수가 당시 사회분위기에 의해서 대서특필된 것이라는 취지였다. 음주운전 경찰관의 처벌수위를 낮추라는 말은 다른 공직자들과의 처벌 균형회복차원에서 지시를 내린 것”이라고 급하게 해명했으나, 비난 여론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이 청장은 전날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에서 전국 경찰서 청문감사관 340명을 대상으로 한 ‘경찰청 청렴도 향상 혁신 워크숍’에서 작년에 경찰관 구속 숫자가 증가한 원인을 분석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경찰들이 오락실 단속 업무와 무관하게 업주와의 친분 관계로 인해 실수를 했고, 그런 것들이 ‘바다 이야기’ 등 사회 분위기로 인해 대서특필돼 경찰관 구속자 증가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이 청장은 또한 “경찰관 음주운전자들에 대해 너무 가혹하게 징계처분을 내리다 보니 경찰관들이 현장에서 뺑소니를 하는 사례가 많다”며 “음주 경관 징계 수위를 일반 공무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낮출 것”을 당부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거울에 비친 모습이 흉하고 문제가 있으면 거울 탓이냐”고 반문한 뒤 “언론은 거울이다. 언론을 탓하기 전에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성찰을 먼저 하라”고 충고했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의원도 “구속 경찰의 비리나 도덕적 해이를 뼈아프게 반성하고 자성해 기강을 바로잡아야 할 경찰청장이 언론으로 책임을 돌린 건 노무현 대통령과 코드를 맞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면 국민을 아주 우롱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시민단체들도 “경철청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라며 맹비난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경찰관들에게 일반인보다 높은 기준으로 자기 관리하고 책임성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할 경찰청장으로서 적합하지 않은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바른사회시민회의도 “비리 사건을 일으킨 것 자체가 잘못인데 언론 탓으로 돌리는 것은 경찰청장의 언론관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어떻게 경찰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는지 의심스럽다”

인터넷 공간에선 누리꾼들의 성토와 사과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아이디 ‘chonrang240’는 “경찰이 음주운전하면 봐줘야 한다니 말이 되나. 경찰이든 대통령이든 일반인이든 음주운전은 원래 하면 안 되는 거다. 또 경찰이 오락실 업주와 친분 관계가 있기 마련인데 그런 걸 언론이 대서특필해서 경찰이 잘리는 것이라고 했는데, 도대체 생각을 하고 말을 하는 건지 모르겠다. 제발 일반 시민 입장에서 생각해 달라”고 당부했다.

‘barunsahe’도 “대통령과 최고위층 공무원들이 언론을 죽이기 위해 앞 다퉈 여론형성을 하는 것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했고, ‘kyhspace’는 “경찰청장으로서 할 수 있는 말이냐. 어떻게 경찰총장이라는 중책을 맡게 됐는지 의심스럽다”고 질타했다.

김승훈 동아닷컴 기자 hun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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