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영희, 北에 주관-낭만적 기준 적용…우상이자 시대착오”

  • 입력 2007년 3월 1일 03시 00분


코멘트
뉴라이트 운동의 학술지를 표방한 ‘시대정신’ 봄호에서 리영희 전 한양대 교수를 실명 비판했다. 이 잡지의 연속 기획인 ‘우리 시대의 진보학자’를 통해 강만길 고려대 명예교수와 백낙청 서울대 명예교수를 실명 비판한 데 이어 이번에는 리 씨를 겨냥한 것.

필자는 조성환(정치학) 경기대 교수. 조 교수는 ‘리영희론, 우상 파괴자의 도그마와 우상’이란 글을 통해 리 씨의 사상이 반공 이데올로기의 허위를 고발하는 데는 탁월했으나 모든 문제를 이데올로기의 문제로 환원시키는 또 다른 독단에 빠졌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리영희의 사상은 ‘부정(否定)을 위한 부정’이었으나 그것이 종합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부정의 배제와 부인’이었다”고 지적했다.

“리영희의 실존과 글쓰기의 정수는 ‘이성’에 의한 우상 파괴다. 그러나 미국과 대한민국은 ‘계몽의 이성’으로 부정하고 북한은 ‘인간적 사회주의’라는 주관적이고 낭만적인 기준을 적용해 관대해진다면 이는 이성도 아니요, 진보도 아니다. 그것은 우상이요, 시대착오다.”

조 교수는 이를 반공 이데올로기에 의해 왜곡된 현실은 확대했지만 정작 실체를 있는 그대로 종합하고 객관적으로 드러내는 데는 실패한 ‘돋보기’에 비유했다. 그 돋보기가 중국의 문화혁명이나 북한의 비참한 현실을 비추는 확대경이 되지 못했다는 점도 여지없이 비판받았다.

조 교수는 그런 리 씨가 한국 지성계의 신화가 된 것은 정치적 박해와 맹목적 추앙 대상의 한복판에 있었기 때문이라며 후인(後人)들은 그를 독단적 ‘사상의 성(城)’에서 좀 더 성찰적인 ‘지성의 장(場)’으로 내려 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호에서는 신진보주의(뉴레프트) 운동을 펼치고 있는

시대 한국의 진보란 무엇인가’라는 기고문도 눈길을 끈다.

386운동권 출신으로 열린우리당 전략기획실 정세분석국장을 지낸 고 소장은 “현재의 소위 진보운동은 반자본, 반세계화, 반시장화, 반기업 등 온갖 반(反)자로만 스스로를 정의한다는 점에서 반정립(안티테제)적 운동”이라고 진보 진영의 자성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진보주의자는 본래 국제주의자여야 하고 소수보다 다수의 이익을 중시해야 한다”며 “세계화가 세계적 차원에서 민중의 소득을 향상시켜 준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편협한 민족주의가 아닌 국제주의적 진보주의자가 돼야 한다”고 친(親)세계화적 진보론을 주창했다.

그는 이 연장선상에서 기존 진보 모델의 ‘전가의 보도’와 같았던 사회협약추진 정책, 평준화 정책, 대북포용 정책에 대한 전면 수정 내지는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고 소장은 현재와 같이 자본의 이동이 자유롭고 한국처럼 노동이 조직화되지 않은 나라에선 노동과 자본 간 계급 타협으로서 사회협약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뒤 이해관계자 자본주의가 아닌 주주 자본주의를 지지하고 나섰다.

그는 또 기회의 평등만큼 능력 중심의 수월성도 중요하다며 평준화 정책의 보완과 3불 정책(본고사, 고교등급제, 기여입학제 금지) 폐지를 주장했고, 북한은 개혁 개방을 하면 하는 대로 안 하면 안 하는 대로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김정일 정권의 내부 붕괴에 대비할 것을 강조했다.

고 소장은 이 밖에 △한국 재벌그룹은 재벌 가문의 경영 통제에서 벗어나 글로벌 자본에 소유돼야 하고 △농업 분야는 농기업화와 해외농업 투자에서 활로를 찾아야 하며 △정부와 공공기관은 효율성을 위해 필요할 경우엔 과감히 민영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