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끌기 안통한다” 못박기

  • 입력 2007년 2월 10일 02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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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영우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오른쪽)가 9일 저녁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단을 위한 만찬에 참석하기에 앞서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천영우 6자회담 한국 수석대표(오른쪽)가 9일 저녁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6자회담 대표단을 위한 만찬에 참석하기에 앞서 다이빙궈 중국 외교부 부부장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한국과 미국이 6자회담에서 북한이 핵 시설 해체 등 폐기에 돌입하는 시한을 넘길 경우 대북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키로 한 목적은 북한의 ‘시간 끌기’ 전술에 당하지 않기 위해서다.

북한이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등 핵 시설을 동결(freeze) 또는 폐쇄(shutdown)하는 대가로 장기간 에너지 지원을 받으면서 핵 폐기는 하지 않을 가능성을 사전에 아예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미국은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에 따라 핵 동결의 대가로 8년 동안 연간 50만 t 상당의 중유를 북한에 제공했지만 북한은 핵 폐기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북한에 이처럼 속는 실수를 결코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게 미국의 생각이다.

6자회담의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대북 에너지 지원을 핵 폐기와 연계하지 못할 경우 미국 정부와 의회로부터 “또 북한에 당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 소식통은 “만약 이번 회담에서 힐 차관보가 제네바 합의와 비슷한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하게 될 경우 미국 정부 내 입지가 매우 위축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9일 미국 측에서 핵 폐기 돌입 시한과 대북 에너지 지원을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한 데 대해 즉각 거부 의사를 드러내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6자회담의 북한 측 수석대표인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중국 베이징(北京)의 한 호텔에서 힐 차관보를 만나 이 문제를 논의하면서 ‘절충해 보자’는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한국과 미국은 북한이 핵 시설 재가동을 위한 정비를 못하도록 핵 관련 시설을 완전히 봉쇄하는 ‘폐쇄’를 추진하고 있지만 북한은 재가동이 가능한 ‘동결’을 주장하고 있어 한미 양국의 구상대로 합의가 이뤄질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외교 소식통은 이날 “그 방안이 이번 회담 합의문에 포함될 것인지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가 김 부상과 만난 뒤 기자들에게 “9·19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조치 중 어떤 것이 이번 회담 합의문에 포함되고, 어떤 것이 3월이나 4월에 열릴 회담에 포함될지가 관건”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읽힌다.

만약 이번 회담에서 이 방안에 합의하지 못할 경우 다음 회담을 최대한 이른 시일 내에 재개해 다시 합의를 추진하겠다는 게 한미의 복안이다. 정부 관계자는 “설 연휴가 끝난 직후 회담이 다시 열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편 북한은 핵 동결에 대한 상응조치로 미국 측에 ‘테러 지원국 지정 해제’ 등 북-미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이행할 것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미국은 북한이 핵 동결에서 더 나아가 핵 폐기 의지를 행동으로 보여 줘야 북-미 관계 정상화 조치를 실현할 수 있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미국은 이번 회담에선 북-미 관계 정상화를 논의하기 위한 워킹그룹을 구성하기로 합의하고 북한의 핵 폐기 조치 진행 상황에 따라 논의를 진전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북-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워킹그룹 구성 문제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일본이 6자회담에서 북-일 관계 정상화 논의의 핵심 쟁점인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를 제기하는 데 대해 “회담을 파탄시키려는 불순한 행동”이라고 강하게 비난했다.

베이징=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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