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관계자 “군복무 단축 후속대책 1월말 지시받아”

  • 입력 2007년 2월 6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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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한명숙 국무총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참여한 고위 당정 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이날 당정회의는 당정이 ‘비전 2030 인적자원활용 2+5전략’ 전략을 사전 협의하는 자리였지만 여당에서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 주요 인사가 불참해 여당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연합뉴스
5일 서울 여의도 63빌딩의 한 식당에서 한명숙 국무총리와 김근태 열린우리당 의장 등이 참여한 고위 당정 정책조정회의가 열렸다. 이날 당정회의는 당정이 ‘비전 2030 인적자원활용 2+5전략’ 전략을 사전 협의하는 자리였지만 여당에서 강봉균 전 정책위의장 등 주요 인사가 불참해 여당의 분열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연합뉴스
정부와 열린우리당은 5일 ‘비전 2030 인적자원 활용 2+5 전략’을 내놓으면서 ‘2년 일찍 취직해 5년 늦게 퇴직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방안’이라고 강조했다. 당정은 이와 관련해 노동 교육 복지 등 분야별로 다양한 정책과제를 제시했다.

이날 발표된 정책 가운데는 나름대로 의미 있는 내용도 포함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정치적으로 결정된 ‘군 복무기간 단축’을 정당화하기 위해 이런 정책들이 급조됐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 개가 꼬리를 흔드는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라 꼬리가 개를 흔드는 ‘왜그 더 도그(wag the dog)’ 현상이 이번 ‘2+5 전략’의 핵심적 문제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군 복무 단축’에 꿰맞춰 정책 급조 의혹

정부는 지난해부터 군 복무기간 대책을 극비리에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노무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2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상임위원회에서 “군대에 가 몇 년씩 썩히지 말고 그동안에 열심히 활동하고 장가를 일찍 보내야 아이를 일찍 낳을 것 아니냐”라고 말했고, 청와대는 “군 복무기간 단축을 검토 중”이라고 공식발표했다.

국방부를 제외한 정부의 각 부처에 협조요청이 이뤄진 것은 이보다 한참 뒤였다.

경제부처의 한 고위 관계자는 “1월 말 복무기간 단축과 맞춰 추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만들라는 청와대의 지시가 내려왔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선보인 각종 대책은 10여 일 만에 급조된 셈이다. 기존 정책의 ‘짜깁기’에 그쳤고,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정책이 많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급하게 만들어 서둘러 발표됐기 때문에 연말 대통령 선거를 의식한 ‘선심성 정책’이라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는 “중장기 노동력 수급의 문제를 고민한 뒤 이에 따른 대책이 나오는 것이 맞는 순서”라며 “정치적으로 군 복무기간 단축 결정을 한 뒤 미래의 노동력 확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해서는 국민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년 연장’의 부작용도 있어

정부는 이번 대책을 내놓은 가장 큰 이유로 한국의 생산 가능 인구(15∼64세)가 낮은 출산율 때문에 2016년을 고비로 감소할 것이라는 점을 들었다.

또 한국의 청년층이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첫 취업 연령’이 지난해 평균 25.0세(대졸자는 26.3세)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22.9세(2000년 기준)보다 2년 정도 늦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꼽았다.

평균 퇴직연령도 한국이 56.8세(2005년)로 유럽연합(EU) 15개국 평균 60.8세(2002년)에 비해 5년 정도 빠르기 때문에 한국 근로자들이 ‘2년 먼저 취직해 5년 늦게 퇴직해야’ 선진국 수준에 맞출 수 있다는 것이 정부의 주장이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현재 한국의 청년 실업률(15세 이상∼29세 이하)은 7.9%로 높은 수준이다. 현재와 같은 경제 상황에서 충분한 ‘양질의 일자리’가 추가로 만들어질 가능성도 높지 않다. 이런 점을 감안할 때 현실적으로 병역제도 개편을 통해 청년층이 구직 시장에 더 쏟아져 나온다면 구직난을 부채질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또 산업현장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어 정부가 ‘정년 의무제’ 등을 통해 무리하게 정년 연장을 유도할 경우 부작용도 예상된다. 청년층이 취업할 일자리는 오히려 줄고 기업의 생산성도 떨어질 수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논평을 통해 “정년 연장 등으로 고령자 고용을 강제하는 정책은 오히려 이들을 기피하게 만들 뿐 아니라 기업 경쟁력의 심각하게 악화시킬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다.

○사회복무제 도입으로 인재 낭비 우려

군 복무기간 단축과 함께 추진되는 ‘사회복무제도’의 도입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 제도는 현역으로 근무하지 않는 젊은이들을 노인 수발 등 ‘사회 서비스’에 투입하고 산업기능요원 등 다른 병역특례를 없앤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는 세계 각국이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래를 이끌어갈 인재 확보 전쟁을 벌이는 마당에 이런 정책방향이 바람직한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서강대 지용희(경영학) 교수는 “국가인력 육성 차원에서 보면 고급 인력을 노인 수발 같은 단순 업무에 보내는 것이 맞는 방향이라고 할 수 없다”며 “산업기능요원을 없애면 중소기업이나 벤처기업들의 어려움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중현 기자 sanjuck@donga.com

김유영 기자 abc@donga.com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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