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에너지 받고싶으면 핵 폐기 시점 못박아라”

  • 입력 2007년 1월 3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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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8일경 재개될 6자회담에서 북한의 핵 시설 중 동결 대상으로 논의될 시설은 1994년 북한과 미국 간 제네바 합의에 따라 동결이 추진된 것들이다.

제네바 합의 이전과 비교해 북한의 핵실험 경험과 플루토늄 보유량 증가 외에 핵 시설 현황은 크게 달라진 게 없기 때문이다.

제네바 합의에 따른 동결 대상 시설은 평북 영변의 5MW 원자로, 핵 재처리 시설, 핵 연료봉 생산시설과 영변 및 평북 태천에 각각 건설 중인 50MW 원자로와 200MW 원자로였다.

정부 관계자는 “이번 6자회담에선 북한이 보유한 핵무기와 플루토늄 등 핵 물질에 대한 논의는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결국 이번 6자회담에서 합의가 이뤄진다면 그 골격은 제네바 합의의 핵 동결 계획과 비슷하게 만들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제네바 합의에서 북한은 합의 후 1개월 내 핵 시설을 동결하기로 했다. 또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이에 대한 사찰을 하도록 허용했다.

이를 전제로 미국은 국제 컨소시엄을 조직해 북한에 경수로를 건설해 주기로 했다. 또 제네바 합의 후 3개월이 지난 시점부터 경수로 건설 전까지 북한에 연간 중유 50만 t씩을 제공하기로 했다.

한국과 미국 정부는 이번 6자회담에서도 언제까지 핵 시설을 동결할지 ‘시한’을 못 박는 합의를 추진할 방침이다.

그러나 대북 에너지 지원 시점을 정하는 원칙은 제네바 합의와 달라질 수 있다.

북한은 ‘동결 직후 에너지 지원’을 요구하고 있으나 미국은 원자로 해체 등 핵 폐기가 시작되는 시점에 에너지를 제공하겠다고 나설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미국은 핵 동결 직후 에너지를 지원하되 시한을 정해 일정 기간 후에도 핵 폐기 조치가 시작되지 않으면 에너지 지원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할 수도 있다.

또 만약 이번 6자회담에서 핵 동결을 넘어서 핵 폐기 논의까지 심도 있게 진행된다면 미국은 북한 측에 폐기 시점을 명확히 밝히고 합의문에 이를 명기하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제네바 합의에는 ‘원자로 시설의 해체는 경수로 사업이 완료될 때 완료된다’고 모호하게 표현돼 있다. 경수로 공사에 핵심 부품이 공급되기 직전 IAEA가 핵 폐기 여부를 사찰하기로 했던 것. 이 때문에 IAEA의 사찰 시기를 놓고 북-미 갈등이 빚어지면서 서로에 대한 신뢰가 깨져 제네바 합의가 실패했다는 분석이 많다.

외교 소식통은 “미국은 핵 폐기 기간을 측정하는 기술적 어려움이 있더라도 핵 폐기의 시작 시점을 미리 확인하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명건 기자 gun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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