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국품 안겼던 사람들 死地로 내몰다니”

  • 입력 2007년 1월 19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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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부는 각성하라” 북한인권단체 회원과 탈북자 등이 1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밧줄로 몸을 묶은 채 기자회견을 열어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도운 혐의로 체포돼 4년여간 중국에서 수감생활을 한 최영훈 씨를 방치한 외교부 담당영사의 문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납북자가족모임
“외교부는 각성하라”
북한인권단체 회원과 탈북자 등이 18일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통상부 청사 앞에서 밧줄로 몸을 묶은 채 기자회견을 열어 탈북자들의 한국행을 도운 혐의로 체포돼 4년여간 중국에서 수감생활을 한 최영훈 씨를 방치한 외교부 담당영사의 문책 등을 요구하고 있다. 사진 제공 납북자가족모임
북송된 국군포로 가족의 편지. 사진 제공 납북자가족모임
북송된 국군포로 가족의 편지. 사진 제공 납북자가족모임
중국 선양(瀋陽) 주재 한국 총영사관이 신병을 인수한 국군포로 가족 9명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북송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부의 허술한 대처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본보 18일자 A1면 참조
中선양 총영사관서 신병확보 국군포로가족 9명 강제북송

국군포로 가족에 대한 신병관리가 허술했던 것은 물론, 중국 공안이 이들을 체포해 북송한 사실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체포됐나=국군포로 가족 9명은 지난해 7, 8월경 탈북했으며 이들은 남측 가족들이 선양 인근에 마련한 은신처에 머물다 10월 11일 선양 총영사관에 인계됐다.

총영사관 측은 중국과 합의한 절차에 따라 이 사실을 중국 정부에 통보한 뒤 이들을 인근 민박집에 투숙시켰다. 그러나 이들은 같은 날 민박집에서 중국 공안에 전원 체포됐다. 정부는 재외공관 밖에서 접촉한 국군포로 가족의 경우 인도적 차원에서 중국 정부와 합의한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키고 이를 중국 측에 통보해 조사를 마친 뒤 신병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마침 이날 다른 탈북자가 선양에 있는 제3국 총영사관에 진입하는 사건이 발생해 중국 공안이 탈북자 일제 단속을 벌였으며 이 과정에서 민박집에 있던 국군포로 가족들이 체포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공안은 이들이 중국 정부에 통보된 ‘인원’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고 한다.

▽중국과의 협조 제대로 됐나=중국 측은 당시 민박집에서 체포한 국군포로 가족들을 북-중 접경지역인 단둥(丹東)으로 이동시켜 간단한 조사만 벌인 뒤 다음 날인 12일 북송했다는 것이 정부의 설명이다. 정부는 이 사실을 8일 뒤인 20일 남측 가족들에게 통보했다.

그러나 남측 가족들은 이들의 북송 시점이 10월 12일이 아닌 10월 말이라며 정부의 늑장대처가 북송의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남측 가족들이 현지인을 통해 확인한 결과 정부가 ‘북송됐다’고 통보한 20일에는 이들이 아직 단둥에 억류돼 있었다는 것.

남측 가족들로부터 이를 전해 들은 정부는 국방부 대령급을 단장으로 하는 대책반을 단둥에 파견해 자체 조사에 나섰으나 진상을 파악하는 데 실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이들이 공안에 체포된 뒤 김하중 주중대사는 물론 당시 장관대행이던 유명환 전 제1차관까지 나서 중국 측에 유감을 표시하고 송환을 촉구했지만 정확한 사태조차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적극적인 대책 시급=외교부는 25∼27일 송민순 장관이 중국을 방문해 국군포로 및 납북자, 탈북자 처리 문제에 대해 협의하고, 더욱 안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가 탈북자 문제에 대한 태도를 바꾸지 않는 한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할 것이라는 우려가 많다. 국군포로 가족 북송 사건이 발생한 지 두 달 뒤인 12월 선양 총영사관에선 납북어부 최욱일(67) 씨를 박대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는 정부가 북한 정권을 의식해 탈북자 문제에 모호한 태도를 보이는 게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특히 국군포로 가족이 북송됐음에도 월간조선 측이 이를 취재하기 전까지 외부에 철저히 숨겨 사건을 은폐하려 한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정부 당국자는 “당사자들의 안위와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공개할 수 없었다”고 해명했다.

문병기 기자 weapp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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