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만달러 재산, 0.1% 신흥부자들은 이렇게 돈을 벌었다

  • 입력 2007년 1월 12일 18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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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부자 어떻게 되나▼

어느 정도의 자산을 소유하면 북한에서 부자로 인정받을까.

본보와 통화한 북한 주민들은 "최소 몇 만 달러는 가져야 부자로 통한다"며 이런 사람들이 1000명 당 1명 정도라고 추산했다. 이 말에 의하면 북한 인구의 0.1%, 즉 북한 인구를 2000만 명으로 볼 때 2만 명 정도가 이런 신흥 부자층에 속한다.

이들의 빼놓을 수 없는 공통점은 외국과 연고가 있다는 것. 90% 이상은 무역기관, 외교관, 임명권을 가진 고위간부 같은 권력층이다.

미국이 추진한 대북 사치품 금수조치의 주 목적 중 하나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하사품을 차단시켜 북한 지도층의 불만을 불러일으키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김 위원장의 가장 큰 하사품은 물건이 아니라 '특혜'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특혜는 해외무역거래를 허용해주는 것이다. 생필품의 90% 이상을 중국에서 들여가는 북한에서 무역 거래권을 가지는 것은 곧 부를 쥐게 되는 것을 의미한다.

북한 고위층들은 지위를 이용해 특권을 독점하고 집안에 분배한다. 이들은 뇌물로 받은 돈도 무역으로 번 돈이라고 주장하고 당당히 쓴다.

가장 흔하게 특권을 얻는 방법은 김 위원장에게 "저의 가족은 대대로 충성집안입니다. 당 외화벌이를 위해 적극 헌신하겠습니다"는 내용의 편지를 쓰는 것. 김 위원장이 여기 서명하면 해외를 마음대로 다녀도 누구도 감히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다. 단둥에서 목격되는 북한 부자들은 대체로 이런 '허락받은' 사람들이다.

일부 고위층은 아예 가족을 외국으로 보내 돈을 벌게 한다. 자기 딸 2명을 모두 해외의 북한식당에 보낸 북한 통일전선부 국장도 있다. 해외 북한식당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보통 이런 '명문가의 따님'들이다. 물론 한국 손님이 물으면 '노동자의 딸'이라고 대답한다.

여권을 승인해주는 기관이나 세관원도 부자 대열에 속한다. 이 직업도 이른바 '성골'집안이 아니면 얻기 힘들다. 여권을 만드는데 한 사람 당 700달러를 뇌물로 받을 수 있다.

중국과의 연줄을 이용해 무역업에 뛰어든 화교들도 부자대열에 속속 합류한다.

해외에서 돈을 벌어와 부자가 되는 고급기능공도 드물게 있다. 해외파견 북한 노동자의 80%는 평양 주민들로 한번 해외에 나가면 여권을 갱신해 계속 체류하려 한다. 한번에 5000달러를 벌어오는 것이 목표다. 이는 평양에서 4인 가족이 잡곡으로 20년 동안 먹고 살수 있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최근 체코 북한 여공들의 임금착취 기사가 언론에 자주 실린다. 한국과 다른 나라에서는 이들이 불쌍하다는 인식을 갖지만 이들도 뇌물을 바치며 치열한 경쟁을 뚫고 나온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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